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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

[법무부장관님께] 25. 안녕하세요, 김지유입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고등학생 김지유라고 합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난민에 관한 지식이 거의 없었지만 작년, 제 이란친구의 난민인정을 도우며 그들에 대해 알게 되었고, 작은 부분이나마 그들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 친구의 난민인정을 도운 것을 계기로 저는 더 이상 난민이 남의 일이 아니며 누구든 난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와 저희 가족이 여러 가지 위험 때문에 자신의 나라를 떠나온 난민이라고 가정해보고자 합니다.

 

아빠가 저희를 재촉하시며 급하게 짐을 싸라고 하셔서 저희는 영문도 모르는 채 돈과 중요한 물건들만 챙겨 나왔습니다. 아빠를 따라가니 저희를 새로운 나라로 데려다 줄 브로커가 계셨어요. 브로커는 우리에게 비싼 돈을 요구했는데 아빠는 목숨이 걸린 일이기 때문에 당연한 거라고 설명해주셨어요. 국경을 넘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미리 준비한 가짜 여권과 신분증으로 위장했어요. 배를 타고 밀림을 지나 어떤 나라에 도착하게 되었어요. 언어도 다르고 모든 것이 낯설기만 했지만 난민협약에 가입한 나라라고 해서 얼마나 안심했는지 몰라요.

 

그 나라에서 지내려면 난민으로 인정받아야만 하는데, 신청절차는 복잡하기만 하고 그 나라의 언어를 모르니 제대로 된 심사를 받기 전부터 넘어야 할 산은 많았어요. 난민심사 과정에서는 제대로 된 대답도 하지 못했어요. 딱딱한 분위기에 너무 떨려서 저도 모르게 망설이며 대답한 부분이 많았거든요. 난민 심사장을 나오자 무슨 얘기를 했는지도 모르겠고 머리는 새하얘졌어요. 또 한편으로는 단 한 번의 기회로 저희 가족의 생사가 결정된다는 것에 허무해졌어요. 하지만 저희 가족은 희망을 가지고 기다리기로 했지요. 난민 신청 후 아빠는 6개월간 취업을 하실 수도 없었어요. 그 기간 동안 일하게 되면 바로 출국해야 된다고 하셔서 무서웠거든요. 국경을 넘어오느라 돈이 없던 저희 가족이 6개월 동안 어떻게 생활했는지…상상도 하고 싶지 않아요.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난민심사결과, 몇 달간의 기다림은 불인정으로 허무하게 끝났어요. 사유서를 보니 우리보고 거짓말쟁이래요. 목숨이 위험해서가 아니라 돈을 벌려고 난민신청을 한 거래요. 억울해서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재판을 걸었어요. 다행히 인권변호사님께서 무료로 변호를 맡아주셨어요. 변호사님께서는 면접 때 난민조사관이 불러왔던 통역관이 저희 가족의 이야기를 잘못 통역했다고, 그래서 난민불인정처분을 받은 거니 재판에서는 꼭 이길 거라고 안심시켜주셨어요.

 

하지만 재판결과에 저희 가족은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어요. 재판부에서는 관청의 말만 들었어요. 위조 신분증과 위조 여권을 사용해 입국하고 브로커를 활용한 것이 문제라고 했어요. 정치적 탄압을 피해서 본국을 떠나온 저희 난민들이 어떻게 본국 대사관에서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었겠어요…가짜 여권을 만들기 위해 위조 신분증을 만들었고, 비공식적인 경로로 입국하는 것이 난민이고 어느 나라 난민이나 다 같은데 이런 상식을 모르는 관청과 재판부가 어디 있느냐 하고요. 또 저희가 국경을 넘기 전, 제가 나라에서 학교를 다녔다는 이유로 아빠가 탄압받았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했어요. 저희 가족의 간절함을 설명할 길이 없는 것 같아 눈물만 났어요. 변호사님과 부모님은 밤새 우울해 하셨어요. 변호사님 말씀에 따르면 이 나라는 기억상실증에 빠진 나라래요. 한 백년쯤 전에 이 나라가 이웃 나라한테 침략당해 많은 백성들이 나라를 떠나 난민이 되었대요. 그 때 경찰과 헌병들 감시를 피하느라 변장하고 위장하고 가짜 신분증을 들고 다니던 시절을 잊었대요. 변호사님은 난민재심사를 받는 마지막 방법이 있다고 하시면서도 얼굴을 펴지 못하셨어요. 최근에 관청의 장관님께서 변경할 만한 이유가 없는 재심사는 정식 심사를 못하게 막으려는 법을 만드신다는 거예요. 약식으로 심사해서 바로 출국시켜 버린다는 거지요. 변호사님께서는 너무 억울하다고…돌아가면 저희를 기다리는 건 죽음뿐이라면서 한숨만 쉬셨어요. 난민협약에 가입한 나라라더니…마지막 희망이었는데.. 참 이상한 나라구나.. 중얼거리시는 엄마의 눈가에 눈물이 맺힐 때 하늘에선 빗물이 쏟아졌어요.

 

이 이야기가 저희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신 적 있으십니까? 난민들은 서로 다른 자신들만의 사연을 가지고 자신의 나라를 떠나 난민으로 인정받길 원합니다. 그들이 가짜 난민인지 진짜 난민인지 판단할 자격이 저희에게 있긴 한 걸까요? 왜 사람들의 사연을 귀 기울여 들어주시지 않나요?

 

장관님께서 누구보다 그들의 나라와 가족의 상황에 대해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부디 난민의 입장에서 난민법 개정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여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시길 장관님께 부탁드립니다.

 

 

2019년 5월 5일
김지유 올림

 


 

최근 법무부장관은 난민제도 '악용을 막는' 난민법 개정을 발표했고 입법예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난센은 난민 정책의 근본적인 방향 설정 없이 난민신청자들의 권리만을 제한하는 법무부의 개정안에 반대합니다. '난민에게도 사람으로서의 권리가 있다'는 난민법의 애초 의도가 훼손되지 않도록, 시민분들과 <법무부장관에게 편지쓰기>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약 한달간 시민분들의 편지가 법무부장관께 도착합니다. 매일매일 보내지는 편지를 난센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공유합니다. 이 캠페인에 함께 참여하고자 하시는 분은refucenter@gmail.com으로 문의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