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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

[법무부장관님께] 17. 안녕하세요, 황정인입니다.

 

 

법무부 장관님、

 

1913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시골마을에서 일어났던 헤밋밸리사건(Hamet Valley Incident)을 아시나요? 헤밋밸리라는 마을에 있는 과일농장에서 수확기간 동안 일을 하기로 되어있던 11명의 조선인들이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백인남성폭도 100여명에 의해 강제추방당한 사건입니다. 당시에는 미국전역에 걸쳐 일본인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있었을 때로 폭도들은 마을에 도착한 조선인들을 일본인으로 착각하여 폭력과 협박을 가했고 조선인들은 결국 기차역에 내려둔 짐도 챙기지 못한 채 다음기차를 타고 황급히 마을을 떠납니다.

 

무려 100년도 더 전에 일어난 일입니다만 작년 6월 예멘난민 입국이후 반대와 혐오의 시선이 빠르게 자라났던 우리나라 사회의 분위기를 연상케 합니다. 비록 난민이라는 말조차 없었을 때지만,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그 당시 미국에 살던 조선인들은 난민이었습니다. 어떤 조선인들은 1910년 식민통치가 시작되기 이전에 오기도 하였고 어떤 이들은 이후에 오기도 하였습니다. 한 인구현황(1925-1949년)연구에 따르면 1944년에는 전체 인구의 무려 12%에 달하는 조선인들이 만주,시베리아,유럽,멕시코,쿠바 등 해외 곳곳에서 난민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역사는 난민의 역사를 이야기하지 않고는 완성될 수 없습니다. 난민은 인종, 정치, 종교, 사상의 박해를 받아 조국을 떠난 모든 사람들이 될 수 있습니다. 식민통치 이전에 온 조선인에 대해 가짜난민이라고 한다거나 이후에 온 조선인을 진짜난민이라고 부를 수도 없습니다. 조선인에 대한 박해가 시작된 시점은 사실 1910년보다 5년 전인 을사조약 체결 이후라고 볼 수도 있고, 더 거슬러 올라가서는 1876년 강화도조약 때부터 있었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과 75년 전 인구의 1/10이 난민이었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난민을 위협의 대상으로 본다거나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해 박해의 진위가 확인될 때 까지 수용시설에 체류하게 하는 우리나라 현 정부의 난민제도는 무책임하고 미개해 보입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난민의 수는 6천 8백만 명에 달하고 한국은 난민협약에 가입한 145개국 중 하나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법무부는 난민사태해결에 어떻게 기여하고자 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 세우려는 장벽이나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가 발표한 팔레스타인 영토 내 점령지 합병계획이나 우리나라 법무부가 예멘을 무사증 입국 불허국에 포함한 행위나 무엇이 다릅니까? 법무부는 난민법 개악을 주장하기 전에 1992년 난민법 제정이 이루어졌던 그 원점으로 돌아가 난민의 역사를 경험한 국가로서 또 민족의 분단의 아픔을 안고 있는 국가로서 전 세계 난민 커뮤니티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 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비영리단체 전쟁없는세상에 따르면 2019년 대한민국 국방예산은 지난해보다 8.2% 증가한 46.7조원이나 되지만 안전 예산은 20조 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안전한 사회는 국방이 강한 사회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 내의 다양성이 존중되고 다양한 만남들이 안전하고 온전하게 이루어짐으로서 구성원들이 서로를 돌볼 수 있는 관계망이 형성되는 사회입니다. 법무부의 역할은 다양한 사람들이 일상 에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법의 테두리를 설정, 보호하고 촉진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난민들을 추상적 범죄 집단으로 일반화하거나 검열,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간주하지 않고 난민 개개인들의 필요한 삶의 조건에 대한 구체적인 관심을 가지는 일도 포함됩니다.

 

법무부는 2006년 ‘세계에서 가장 박해받는 소수민족’인 한 로힝야 난민부부에게 난민지위를 부여했습니다. 처음 입국 이후 20년을 넘게 한국에서 살아온 이 부부는 한국의 난민으로서 일상을 보장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난민개악안을 철회하고 난민심사제도 개편과 난민의 존엄의 지위향상에 힘써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세계인권선언문 제 14조에 따라 입국하는 난민들이 박해로부터 비호받을 권리를 존중하고 보호해주기를 간곡히 요청합니다.

 

 

2019년 4월 24일
황정인 드림

 

 


 

최근 법무부장관은 난민제도 '악용을 막는' 난민법 개정을 발표했고 입법예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난센은 난민 정책의 근본적인 방향 설정 없이 난민신청자들의 권리만을 제한하는 법무부의 개정안에 반대합니다. '난민에게도 사람으로서의 권리가 있다'는 난민법의 애초 의도가 훼손되지 않도록, 시민분들과 <법무부장관에게 편지쓰기>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약 한달간 시민분들의 편지가 법무부장관께 도착합니다. 매일매일 보내지는 편지를 난센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공유합니다. 이 캠페인에 함께 참여하고자 하시는 분은 refucenter@gmail.com으로 문의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