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이다은 활동가)의 구석구석 메솟 방문기 2편에서는
'버마 국경 프로젝트'와 '한-메솟 협력센터'에
소개가 이어집니다!
1편이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를 클릭!
2편,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5 버마 국경 프로젝트 또는 비비피
(BBP, Burma Border Project)
버마 국경 프로젝트는 제 6회 아시아 태평양 난민인권네트워크(APCRR6,the 6th Asia Pacific Consultation on Refugee Rights)에서 만난 것이 인연이 되어 이 단체를 직접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이 곳은 메타오 클리닉 등 다른 지역 단체들과 협력하여 정신건강, 교육, 심리사회적 복지 지원을 하는 NGO로 총 6명의 활동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BBP사무실 입구.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BBP 활동가
NGO와 CBO(Community Based Organization, 지역기반단체)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난민과 이주민의 심리사회적 기능을 증진시키기 위한 트레이닝을 제공하고 트레이닝 주제로는 아동발달, 정신건강 상담, 유아복지 등을 포함합니다. 또한 교육을 증진시키고 경제적인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젊은 이주민들과 난민들을 대상으로 영어교육을 실시합니다. BBP에서는 교육을 제공하기에 앞서 ‘건강한 정신건강(mental health)’를 형성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여기며 활동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트라우마를 해결하기 위해 국경지역의 이주민 교육센터와 가정을 방문하여 놀이 치료(play therapy)활동을 합니다.
▲ 단체에 대한 소개를 하는 BBP활동가들과 경청하는 류은지(좌), 이슬(우) 활동가
또한 BBP는 지역 학교와 연계하여 청소년멘토링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데요. 참가자는 6명의 멘토와 12명의 멘티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이한 점은 총18명의 참가자 전원이 학생이라는 것입니다. 일명 피어투피어 교육(peer-to-peer education)이라 불리는 이 방식은 학생들 스스로 멘토와 멘티의 역할을 수행해봄으로써 또래 친구들을 트레이닝하고 트레이닝받는 형태의 교육방식으로 리더십과 팔로워십을 기를 수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2주에 한 번씩 총 두 달동안 진행됩니다. 토론주제는 대처방법(coping skills), 약물남용 방지(substance abuse prevention), 의사소통(communication)등입니다.
▲ 문에 붙은 흰 종이에 토론주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적는 멘토링 참가학생들
메솟에서 가장 큰 학교인 CDC(Children's Development Centre)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이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을 직접 볼 수가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학대(abusement)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는데요. 여성이 받는 학대와 남성이 받는 학대는 어떤 것이 있고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자유롭게 토론하였습니다. 멘토로 보이는 여학생과 남학생이 토론을 주도하고 토론에 참가하지 않는 학생에게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지며 의견을 이끌어내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6 한-메솟 협력센터
(KMCC, Korea-Maesot Cooperation Center)
메솟을 떠나기 전날 밤, 저녁을 먹기 위해 들른 한 식당에서 저희는 정말 우.연.히. KMCC의 고미조 간사님을 만났습니다. 고미조 선생님은 지난 8년동안 메솟에서 꾸준히 활동하신 한국인 활동가인데요. 이름만 아는 분을 타지에서 이렇게 우연히 만나다니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은 식사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함께 테이블에 앉아 전반적인 버마와 메솟의 정치, 경제, 사회적인 상황을 단 10분만에 쭉 설명해주셨습니다.선생님의 이야기에 완전히 매료되어버린 저희 세 사람은 다음날 메솟 공항에 가기 전, KMCC 사무실에 들러 이야기를 더 듣기를 요청했고 선생님은 흔쾌히 수락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시작된 이야기보따리를 풉니다. (주섬주섬)
▲고미조 선생님(맨 앞)의 이야기를 듣는 활동가들
KMCC에 상주하는 인원은 총 4명이고 활동이 굉장히 많아서 다른 단체와 연대하여 진행하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단체 간 네트워크가 잘 형성되어 있으며 협력하는 단체와 프로그램이 겹치지 않도록 사업을 계획/수행한다고 합니다. NGO단체 직원들을 위한 트레이닝이 많고 대부분 현지어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선생님은 KMCC가 하는 일 중에 ‘암소은행과 양곡은행’이야기를 가장 먼저 하셨습니다.
# 음메~ 암소은행??
국경을 건너와 고산지대에 사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카렌족인데 이들은 태국시민권이 없고 고산지대에서 정착’만’ 가능한 고산족 카드를 태국정부로부터 부여받습니다. 이들은 직업과 이동의 자유가 없으며 교육과 의료지원의 혜택을 못 받습니다. 건기에 생계유지를 위해 가장들이 산 아래로 내려와 일을 하여 돈을 벌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삶의 패턴을 반복합니다. 그나마 건기에는 산 아래에 내려와 일을 할 수 있지만 우기에는 산을 내려올 수가 없어 생계를 유지하기 힘듭니다. KMCC에서는 네 마을에 양곡창고를 만들어서 사람들이 무이자로 쌀을 빌리고 나중에 반납하는 양곡은행 사업을 실시합니다. 그리고 암소를 제공하여 3년 동안 기르게 하고 새끼를 낳으면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가정에 돌아가도록 하고 이후에 암소 한 마리 값을 다시 갚도록 합니다. KMCC는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이 지역 아동들이 산 아래로 내려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장학금을 마련합니다.
(출처: https://flic.kr/p/dtaWzJ)
이는 단순히 자금이나 자금이 될 만한 것들을 빌려주고 갚는 대출의 개념을 넘어서, 궁극적으로는 ‘교육’과 연결이 됩니다. 암소은행의 경우, ‘빈곤퇴치’가 1차 목적이지만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인간상’에 대한 교육을 합니다. 가령, 암소를 제공받은 가정을 모니터링함으로써 아이가 잘 양육되고 있는지, 청결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 질병을 줄일 수 있는 공공 보건 위생 교육 등 학교와 사회, 가정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것 들을 가르쳐줍니다. 나아가 ‘커뮤니티의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하는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 교육, ‘사람을 키우는 것’
메솟에는 오래전부터 억압된 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았고 교육의 기회도 없었습니다. 대학을 가는 학생들은 상위 몇 프로이며 이것마저도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갈 수 없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선생님은 KMCC의 장학금 사업을 이해하기 위해서 지역 사회를 이해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지역 내 90% 이상이 소수민족이고 이들은 버마에서 교육을 목적으로 국경을 건넌 사람들이거나 부모세대가 넘어와 이 땅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입니다. 메솟에서 학교와 기숙사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국경을 넘어오지만 국경을 갓 넘은 사람들은 신분을 증명하는 서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바로 학교를 다니기 힘듭니다. 게다가 서류가 있다고 하더라도 태국 학교에 진학하기는 거의 불가능입니다. 공식적으로 태국학교에 다닐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는 하지만 교육과정이 다 태국어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이주민학교에 진학을 하지요. 어쨌든 이렇게 어렵사리 들어간 학교에서 처음으로 태국어를 배웁니다.
▲ CDC고등학교 운동장에서 뛰노는 학생들
많은 이주민학교의 교육과정이 7학년(중학교)까지 있습니다. 그 이상(고등학교와 대학교)으로 진학하기 위해서는 시험을 쳐야하고 이때 학생 본인과 가족의 의사가 반영이 되기 때문에 고등학교 이상으로 진학하는 학생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치만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그 수가 많지 않으나 점점 늘어가는 추세입니다. 게다가 대학에 가면 태국정부가 시민권을 부여합니다. KMCC는 이 학생들이 배움을 지속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원해줍니다.
긍정적인 소식은 이렇게 커뮤니티의 지원을 받고 자라 태국 사회에 진출한 아이들이 다시 커뮤니티로 돌아와 이 곳을 함께 꾸려나가고 있으며 그런 학생들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학생들은 또 아이들의 롤모델이자 좋은 자극제가 되며 다양한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선생님은 “자신들의 리더를 스스로 세울 수 있게끔 자체적인 인력을 키워낼 수 있는게 중요”하고 “우리는 외국인이고 결국 돌아가는 사람이기에, 이 지역에서 보편적인 인간상을 키우기 위해 적절한 것을 감내해 낼 수 있는 리더를 키워내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무척이나 오래 걸리므로 빨리 변화하기를 바라는 욕심은 내려놓아야 할 필요가 있다"라는 말씀에서 비록 더디지만 아이들이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데서 오는 기쁨과 보람이 활동을 지속시키는 힘이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난민? 이주민? 이주노동자?
단체를 방문할 때마다 공통적으로 흥미로웠던 점은 난민과 이주민, 이주노동자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입니다. 여러 단체의 많은 활동가들이 ‘난민(refugees)’이라는 단어보다 ‘이주민(migrants)’, ‘이주노동자(migrant workers)’라는 표현을 사용하였습니다.
BBP(Burma Border Project, 버마국경 프로젝트) 한 활동가의 설명에 따르면 이 두 가지 개념은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고 합니다. 첫번째는 물리적인 차이입니다. 캠프 안에 있는 사람은 난민이라고 불리고 캠프 밖에 있는 사람은 이주민 또는 이주노동자라고 불립니다. 두번째 차이는 경제활동의 여부입니다. 난민은 캠프 내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국제기구로부터 식량지원을 받으며 재정착을 기다리는 사람들이고, 이주민/이주노동자는 본인의 신원을 증명하는 서류를 구비하고 있지 않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갱신할 수 없어 비합법적으로 국외에 머물거나 노동하는 자라고 합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취업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 과정이 1년 이상 걸리고 이해할 수 없는 태국어로 발급되어 나오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미등록체류를 선택한다고 합니다.
삶에서 ‘일시정지’버튼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잠시 멈추었다가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말이죠. ‘일시정지’ 버튼이 없는 우리네 삶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시간의 흐름대로 흘러가고 매일이 선택의 연속입니다. 이런 선택의 순간은 저녁메뉴 같은 사소한 (그렇지만 중요한) 선택뿐만 아니라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예고 없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난민캠프 내에 머물며 기약 없는 재정착을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먹고 살 길이 없어 캠프 밖으로 나와 경제활동을 하면 그들은 더이상 ‘난민’이 아닌 것일까. ‘보호’라는 명목으로 붙여진 이름들이 도리어 그들의 삶을 옥죄이지는 않을까. 애초에 ‘인간’에게 어떠한 이름표를 붙인다는 것이 타당하기는 한 일 일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메솟에서 마주친 여러 고민을 앞으로 이어질 활동을 통해 풀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
(이다은 활동가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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