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인권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KOICA(한국국제협력단) ODA 청년인턴에게는 6개월에 한 번 현지의 상황을 보고 배울 수 있도록 해외출장 경비가 지원됩니다. 난센활동가들은 ODA 청년인턴 하반기 해외출장으로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난민권리회의(APCRR)에 참석하고, 이민수용소 및 태국-미얀마 국경지대인 메솟에 있는 단체들을 방문하고 돌아왔습니다. :) |
난민인권센터의 활동가들은 지난 9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난민권리회의에 참석하고 왔습니다. 이번에 6회째를 맞는 아시아태평양난민권리회의(APCRR-Asia Pacific Consultation Refugee Rights)는 2008년에 결성된 아시아태평양난민권리네트워크(APRRN-Asia Pacific Refugee Rights Network)가 주관하여 9월 20-22일 3 일 동안 24개국 150여 명의 참가자가 참여한 가운데 진행되었습니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이 회의는 전체 회의, 주제별 워크샵, 각종 실무 회의, 그리고 총회로 구성됩니다. 바쁜 일정이었지만 다양한 모습으로 난민 보호에 힘쓰는 사람들을 만나볼 좋은 기회였습니다.
Refugees in Asia Pacific Region
출처 - https://ashleylaurenturner.wordpress.com/tag/asia-pacific-map/
아시아·태평양(아태)지역은 난민이 지속해서 생겨나는 동시에 유입되고 있는 지역으로 UNHCR 통계에 의하면 2015년 전 세계 난민과 국내 이재민(5,795만 명, 2015년 중간보고서 기준)의 6분의 1인 858만 명의 난민이 발생한 곳이고, 그 수를 웃도는 969만 명 이상의 난민을 수용한 곳입니다. 그중 남아시아 지역에 위치한 아프가니스탄은 시리아, 콜롬비아, 이라크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발생국(393만 명)이며 파키스탄은 네 번째로 큰 난민 수용국(343만 명)이었습니다. 아태 지역은 아프리카와 중동 다음으로 세 번째로 큰 발생·수용지역이지만 현재 대부분의 난민 논의는 유럽과 중동의 난민 문제에 초점이 되어 이곳에 관련된 난민 문제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 APRRN 회원국·APCRR 참가국 난민 현황
물론 과거와 비교하면 전체 난민 중 아태 지역 보호 대상자의 비중이 점차 낮아지고 있고 난민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난민 정책이 없었던 국가 안에서 미약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중동과 아프리카 나라에서 발생한 난민의 수가 상대적으로 급증한 사실과 대부분 아태 지역 국가의 난민 보호가 법에 따라서만 이뤄지는 수준에 멈춰있는 상황을 볼 때, 난민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법·정책의 개선과 함께 그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안정적인 거주를 보장하는 사회수준까지 개선될 필요가 있습니다.
2016 APCCR : "Building on Positive Practices"
APRRN은 이러한 변화를 가능케 하는 구심점으로서 여러 단체와 개인이 모여 난민 문제의 주요 쟁점 및 한계점을 파악하고 향후 적합한 지원 방식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연대활동체입니다. 이번 회의의 주제는 ‘긍정적 사례 구축’('Building on Positive Practices')으로 각 정부, UNHCR, 시민사회가 협업하여 난민 권리를 옹호하는 긍정적 사례를 공유하고, 이러한 사례를 여러 국가에서 새롭게 활용할 가능성을 모색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APCCR 일정표
첫날 선택 워크샵에서는 참가자들이 지역 혹은 주제별로 집중 분야를 논의하며 긍정적 사례를 보고하고 새로운 전략을 세워보는 시간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중에 로힝야족, 난민 생계 및 취업, 정부의 참여, 지역 커뮤니티와의 상생 등이 핵심 현안으로 워크샵안에서 논의되기도 하였습니다.
둘째 날 총회에서는 APPRN의 의장, 부의장 그리고 주제별/지역별 실무 그룹의 의장 및 부의장 선출이 이뤄졌습니다. 고무적인 것은 한국난민네트워크의 욤비 토나 광주대 교수가 APRRN의 의장으로 선출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는 '내 이름은 욤비 : 한국에서 난민으로 살아가기'라는 책의 저자로서 한국에서 2008년에 난민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난민은 기회이지 부담이 아닙니다" -욤비 토나 교수의 마무리 발언 중-
"Refugees are an opportunity, not a burden" - Professor Yiombi Thona's Closing Remarks-
마무리 발언을 통해 그가 난민으로 인정되기까지 국내 활동가들의 지원이 중요했던 부분을 강조하며 자신의 임기 2년 동안 난민의 권리 신장을 위해 APRRN 회원 단체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며 아직 난민 보호가 열약한 나라의 NGO와 함께 협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하였습니다.
*APRRN의 실무 그룹
셋째 날은 6개의 주제별 실무 그룹과 4개의 지역별 실무 그룹 회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주제별 실무 그룹 회의는 지금까지 진행해 온 실무 내용과 실무 그룹의 역할 그리고 앞으로의 목표를 상정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지역별 실무 그룹은 지역별 단체들이 모여 각 나라의 최신 현안을 공유하고 공동 옹호, 역량 강화, 정보 공유를 중심으로 이후 진행할 사업 계획을 세워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난민인권센터는 다른 국내 난민 지원 단체들과 동아시아 실무 그룹(대만, 일본, 한국, 홍콩 등)에 참여해 난민 이슈를 함께 고민해 보았습니다.
제도안의 갇힌 존재가 아닌 사회구성원인 난민
이번 회의의 특징은 여러 실무적인 주제 속에서도 '난민 참여 활동' 관련 주제가 중점적으로 다뤄진 부분입니다. 난민 출신의 활동가들은 긍정적 사례를 소개하며 각자 기관에서의 난민의 역할과 사례의 성과에 대해 진정성이 담긴 담담한 목소리로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아태 지역에서의 난민 보호가 갖는 의의는 무엇이고, 제도 안의 난민이 아닌 사회구성원의 한 명으로서 난민은 어떠한 모습을 갖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배워 볼 수 있었습니다.
긍정적 사례를 발표하는 동안 지속해서 언급되었던 단어가 있습니다. 주제의 공통 의식을 드러내기도 한 이 세 가지 핵심어는 목소리, 참여, 가능성으로서 목소리는 다양한 주체 중 난민 본연의 목소리를 말하고, 참여는 중심적 역할로써 난민의 직접 참여를 말하며, 가능성은 난민 커뮤니티의 성장 동력으로서 여성과 청년(youth) 난민의 역할 가능성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Voice : 난민의 목소리로
http://www.ancorw.org/
난민 여성과 여아를 지원하는 ANCORW(Austrailia National Committee on Refugee Women)의 Najeeba 활동가는 10살 때 아프가니스탄 내전을 피해 호주에 정착한 난민입니다. 그녀는 강제 이주를 당한 여성과 여아는 그들의 목소리가 묻히고, 역량이 무시되며, 참여와 의사 결정의 기회가 박탈되면 현존하는 차별이 더 악화할 수밖에 없는 사회 집단이라고 소개하였습니다. 이러한 차별은 의료, 법률, 심리적 지원과 같은 사회 보장 체계에 대한 진입 장벽이 되고 안전하고 충분한 생계 보장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특히 70%가 넘는 난민 여성은 난민 발생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성차별에 기반을 둔 폭력에 노출되어 있고 이러한 위험성과 함께 열악한 사회 보장 체계는 피해를 본 사람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수치심 같은 2차 피해로 이어지게 하여 결과적으로 도외시되는 집단으로 남게 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출처 - http://aprrn.info
"나의 목소리를 통해 이곳에 참여하기 어려운 자들을 대신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
"use my voice to speak (the topics) under the discussion for those not able to contribute"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지원하는 단체가 이러한 연쇄 피해를 발생시키는 사회 체계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며 ‘국내와 국제 기관’이 원하는 방식의 지원이 중점이 되는 것이 아닌 당사자가 실제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하는 사고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이러한 부분에서 난민이 직접 주요한 주체의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선 멘토링과 리더쉽 훈련이 중요하다고 언급하며 이 과정을 통해 ‘국내와 국가 기관’에 향한 난민들의 맹목적인 의존이 아닌 그들의 자립심의 고양으로 연결된다고 말하였습니다.
Participation : 직접 참여하는
아프가니스탄 난민 출신인 Ali 활동가는 인도네시아의 Cisarua에 위치한 교육기관인 CRLC(Cisarua Refugee Learning Center)에 대해 소개하며 난민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의 중요성을 알려주었습니다.
출처 - http://cisarualearning.com
“난민이 운영하는 학교는 정부가 따라가야 할 본보기” -인터넷 매체-
“난민 커뮤니티에 교육과 희망을 부여하는 난민 학교” -라디오 방송 중-
CRLC는 호주의 비영리 단체의 지원을 받아 2014년 8월에 난민들이 설립한 교육 기관입니다. 자카르타 남부에 속해 있는 Cisarua 지역은 대부분 탈레반의 위협을 피해 온 3,000여 명의 난민이 사는 곳입니다. 학교는 불안정한 삶 속에서도 교육권에 대한 강한 열망 가진 활동가와 학부모의 모금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학생들은 온종일 잠으로 보내던 날에서 벗어나 아침 일찍부터 학교 일정을 시작하였고 학부모들과 다른 난민 청년들은 학업 준비 및 기관 운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습니다. 학부모들은 점심을 직접 준비해 주고, 난민 청년들은 직접 교사가 되어 가르치기도 하며 자녀들과 아동들에게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여러 활동 중 하나인 교내 축구 대회를 통해 여성 교사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축구를 해보기도 하였습니다.
*CLRC 학생이 직접 그린 '난민' 관련 그림
출처 - cisarualearning.com
하지만 이러한 낙관적인 상황 이면에는 그들이 불안정한 지위를 가진 난민이라는 사실이 존재합니다. 그들은 취업이 불가하고 안정적인 정착도 보장되지 않으며 공식적으로 등록되지 않은 학교는 언제든지 폐교가 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급작스러운 금전적인 문제나 긴급의료상황이 발생하면 모든 것이 완전히 무너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아프가니스탄이나 파키스탄에 머무는 친지들에 대한 탈레반의 위협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아 심리적으로 항상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서도 그들은 난민이 주체가 되는 그곳에서 교육과 참여를 통해 소망과 공동체의식, 그리고 정체성을 찾아가길 꿈꾸고 있습니다.
Potential : 미래의 가능성을 꿈꾸다
출처 - https://www.facebook.com/nz.refugeeyouth/
Daniel은 12살 때 중남미 지역의 나라를 떠나 현재는 뉴질랜드에 정착한 청년 난민입니다. 그는 2013년에 설립된 NRYC (National Refugee Youth Council)의 일원으로 모든 청년 난민이 뉴질랜드 문화에 자연스럽게 적응하는 꿈과 함께 그들의 가능성을 이야기하였습니다. 보통 어린 나이에 타 국가로 이주해온 청년 난민은 언어와 문화를 빠르게 습득하여 부모를 여러 방면으로 돕지만 그들이 온전히 누려야 할 어린 시절의 즐거움으로부터는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청년 난민이 겪는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NRYC는 '난민 청년을 위한 난민 청년'(refugee youth for refugee youth)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다른 나라, 종교, 배경을 가진 젊은 사람들이 모여 시작되었습니다. 지역 라디오 방송을 통해 활동 소식을 전하며, 학교에서 난민 관련 교육을 하여 인식 개선에 참여하고, 교육부와 협업하여 지역 발전을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활동 영향력이 아직 미약한 수준이지만 자신들이 가진 가능성을 알고 역량을 개발하는 과정을 통해 다른 이들의 사고방식과 태도의 변화를 끌어내는 역할을 담당할 것입니다.
출처 - http://cisarualearning.com
이 전에 소개한 CLRC 교육 기관을 통해서도 커뮤니티 안에서 여성이 가진 고유한 역할의 중요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발표자는 그들을 커뮤니티의 중추를 이루는 여성이라 일컬었습니다. 그들은 "굴하지 않는 강함, 준비되고 역동적인 활동력"을 기반으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이 있기 때문입니다 . 이렇듯 난민 아동과 여성은 커뮤니티의 일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역동성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의 Positive Practices를 기대하며
일반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난민의 목소리는 타자의 목소리로 재구성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단체 안에서 난민의 역할을 발전시키려는 시도가 있음에도 한국의 사회·문화적 특성, 단체의 지원 방식 등의 이유로 그들이 영향력 있는 본연의 목소리를 높이기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난민 보호 특성상 국내 단체들이 주된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도 그들의 목소리가 묻혀선 안 될 것입니다. 준비된 목소리가 출현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영향력 있는 목소리가 발견되도록 역량을 개발하는 방식이 먼저 준비되어야 합니다.
‘난민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지원의 대상화가 아닌 '난민들이 어떻게 살 수 있을 것인가'라는 삶의 주체화로서의 인식이 필요합니다. 아직 난민이 한국사회 안에서 주도적인 주체가 되는 것이 우려되는 부분이 있으면서도 위의 긍정적 사례는 난민의 참여가 가진 영향력이 고취되길 기대하게 했습니다.
특별히 난민 여성과 청년이 가진 가능성은 아동과 여성의 권리가 취약한 한국사회 내에서도 유효하여야 합니다. 난민 청년들이 학업을 중도 포기하거나 난민 여성의 취업 장벽이 어려운 이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임을 지각하고 그들의 가능성이 발휘될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 변화를 위한 틀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번 회의에 참여한 한국난민네트워크 인원들과 난센 활동가들
난민을 지원하는 단체로 구성된 한국난민네트워크(Korean Refugee Rights Network-refugee.or.kr)가 권리 옹호 및 사회 보장 체계 마련의 역할을 맡으며 난민 자신의 목소리가 이슈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그들이 서로 참여하여 연결될 수 있는 플랫폼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새로운 목소리가 발견되고 점차 그들의 참여 영역이 넓어지기까지 많은 지원과 경험을 통해 천천히 변화되어야 하는 부분입니다.
2016 APCCR를 마무리하며
출처 - http://aprrn.info
이번 회의는 주제와 같이 긍정적인 내용이 두드러졌지만, 다국적 단체의 연대가 가진 한계 또한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단편적인 긍정적 사례의 나열로 일반적인 내용만 제공되었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난민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가 사례에 대한 분석을 통해 심층적인 논의가 진행될 필요성이 느껴졌습니다. 그런데도 주로 주목받았던 법제도적인 부분보다 사회문화적인 부분이 전체회의와 워크샵의 많은 부분에 포함된 것은 어느 정도의 개선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난민 보호의 우선적인 문제의식을 '사람으로서의 난민'으로 시작한다면 사회통합을 위한 원활한 제도의 발전은 결과로 나타날 것입니다. 아태 지역의 단체들은 서로 합의된 기조 하에 각 단체의 자국이 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써야 할 것입니다. 이전에는 아태 지역 외부 국가의 요청으로 보호 수준의 변화가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여러 난민 정책의 득실을 경험한 아태 지역 국가 중심으로 지역 난민 문제를 법제도와 사회문화적 측면을 병행하여 해결할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특별히 한국 내의 난민과 활동가가 협력하여 난민 보호의 역할과 영역이 넓어져서 아태 지역에 긍정적인 영향력으로 이어지길 희망해 봅니다.
(최준 활동가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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