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즘 꽃차에 흠뻑 빠져있습니다. 달맞이꽃과 구절초를 따뜻한 물에 우려내어 마시고 있는데요, 잔잔한 향이 퍼지는 꽃차를 마시다보면 분주함 속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이슬차를 살짝 곁들이면 은근한 단맛도 함께 느낄수 있어 꽃차의 향긋함이 배가됩니다.
난센 사무실은 책상이 붙어있어 활동가들이 서로 마주보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로 칸막이도 존재하지 않구요. 덕분에 소통을 할 떄는 참 편하지만, 전화가 많이 오거나 손님이 여럿 방문하는 날에는 조금 정신이 없기도 합니다. 그래서 글을 쓰거나 리서치를 집중해서 해야할 때는 1층 청년허브에 내려가 일을 하곤 했는데요, 요즘에는 작은 상담실에 저만의 공간을 꾸리는 요령을 터득했습니다. (상담실이 2인실과 1인실 두 곳이 있는데, 1인실은 보통 비어있습니다.) 작은 상담실 문을 닫고 잔잔한 음악과 꽃내음 피어나는 향초를 켜면, 사무국이 밖 다른 공간에 온 것만 같아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
얼마 전 저의 생일을 맞이해, 몰아주기 셀카를 찍었는데, 딱히 올릴데가 없어서 자랑을 하지 못했네요. 활동가이야기를 기회삼아 여러분께도 공개합니다 (얼굴을 몰아주신 다른 활동가들께 감사드립니다.)
이태원축제가 지나고 보니, 한달의 반이 지나있었습니다. 축제 때 판매할 기념품(난센의 사랑스러운 활동가 고가 직접 찍은 사진을 엽서로 만들었어요)을 준비하면서, 엽서 용지와 출력되는 색을 보려고 인쇄소를 두 번 방문했어요. 성수역에서 내려서 인쇄소까지 걸어가는 길에 철공소를 서넛 보았습니다. 대낮에 철공소 기계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길을 가려니, 세상이 조금 생경했습니다. 난센을 찾는 클라이언트들은 이 시간에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싶었네요.
시월 중에는, 클라이언트의 재판 기일이 '도적처럼'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재판 기일 통지서를 못받았다 해서 그제서야 사건 번호로 확인을 해보니, 당장 그날 아침에 재판이 있었습니다. 어찌어찌 재판기일을 연장했는데, 밤에 자려는데도 다른 케이스들이 자꾸 생각나고, 또 놓친건 없는지 신경이 쓰였습니다. 처음이라 그런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클라이언트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습니다. 체류연장 하는 무국적자 클라이언트와 동행해 출입국도 가보고요. 하나씩 배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은, 제가 담당하는 클라이언트는 재수가 없어서 나한테 걸렸구나 싶을 때도 있어요. 난센은 들어온 지 3개월 된 (인턴)활동가에게도 케이스의 전권을 맡겨요.(물론 여러 다른 활동가들의 수퍼비전이 꼼꼼하게 따라붙지만) 어쩌자고 제게 이런 책임을 지우는건지 싶기도 하고, 전임 인턴활동가들이 대단하게 느껴지고. 저보다 6개월 먼저 일을 시작한 모조를 보며 희망을 얻을 뿐입니다. 12월 말 계약 종료일 정도 되면 대충 감을 잡을 정도는 되려나 싶습니다.
난센을 지켜봐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리고요. 활동가들이 어떻게 살고 활동하고 있는지 관심있게 보시는 분들 덕분에, 조금 더 정신차리고 잘 일하려고 마음 먹게 됩니다. 더 일을 잘 하고 싶고, 더 탐구하고 넓게 알고 싶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화이팅.
복귀한 후 혁신파크에서 맞이하는 첫 달이었습니다.
새로운 곳에서, 완전히 새로 임하는 마음으로 난센에서 활동했던 시간들이었어요.
이곳에서의 첫 달은.. 우선 '혁신파크'라는 공간의 이름과 취지 만큼이나 즐거운 이야기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 중 가장 좋았던 것은.. 출퇴근 길을 아름드리 수놓은 나무들이었어요.(시~커먼 매연 속에서 위태위태하게 자라던 가리봉동의 산수유나무가 생각납니다.ㅠㅠ 힘든 여건 속에서도 매년 꽃을 피우며 가리봉동을 찾는 이들에게 기쁨을 주곤했던 아이였어요.) 저는 어디에 가든 나무만 있으면 충전이 가능한 인간이라.. 난센 가까이 많은 나무들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참 감사했습니다.
또 이곳의 매력 중 하나는 다양한 이야기들인 것 같아요. 난센이 입주한 혁신파크 4층 게시판에는 매일 같이 다른 입주 단체들의 소식이 올라옵니다. 그들과 같이 밥먹고 이야기 나눌 기회도 자주 있고요. 비록 다른 영역일지라도 같이 국 퍼먹으며 뭔가 ......... 뭔가........ 뜨뜻한 국물의 연대..... 따위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모로 활동가 뿐만 아니라 찾아오시는 난민분들도 이곳에서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환영받고 그들과 연결되어져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혁신 파크 입주를 준비하며 파크 내에서의 난센의 역할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난센과 혁신이라.. 뭔가 혁신이라는 단어가 거추장스러운 느낌이 들었었어요.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지 않을 것만 같은 그 단어, '혁신'.
그렇게 '혁신'을 거듭 되내어보니, 결국 혁신은 저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하루를 살아가며 나는 무엇을 혁신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들은 시시콜콜한 일상으로부터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난민이 발생하는 이유 또한 우리 삶과 그리 떨어져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파크 내에서 난센이 차이를 존중하며 연결되어져 갈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는게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면서요.. 또 일상 속에서의 차이를 드러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그 작업이 거창한건 아니고 그냥 옆방, 앞방에 누가누가 살고있나 알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쑥쓰럽지만 서로 인사한번 더 건네며, 뻔한 날씨이야기를하며.. 그렇게 서로를 알아가다보면 꿍꿍이가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올 하반기에 저와 난센에게 주어진 혁신의 과제는 '건강하게.계속' 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저는 더이상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 어렵다고 느낄만큼 건강이 좋지 않아졌어요ㅠㅠ 그래서 남은 올 해에는 회복에 모든 에너지를 쏟을 예정입니다. 최근 난센은 내년 세대전환에 대한 이야기들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난센이 늘 과도기를 거쳐 온 것 같지만, 이번에는 대왕 과도기를 앞두고 있는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남아있을 활동가로서 부담도 되고 막막하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차근차근 하나씩 준비해 가려고 합니다.
벌써 10월입니다. '호우호우' 알림에 내일은 화창한 가을 오후라고 하네요. 아직 가을이지요. 화창한 가을 낙엽과 쓸쓸한 고독에 많이들 취하고 계신지요. 10월 월례회에 난센 활동가들과 현충원에 다녀왔는데요. 10월 날씨가 하도 추워서 자꾸 가을이라기 보다는 겨울 날씨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근데 또 가을 날씨라는 알림을 받고 보니 겨울은 더 춥지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게 기온 때문인지, 세상 살이 때문인지. 여튼, 모두 추운 날씨에 건강 잘 챙겨요, 우리.
요즘 사무국이 많이 바쁘고, 고민도 많고. 그런 시기인가봐요. 눈에 확 띄게 분주하거나 바쁜 일은 없는데도, 난센 이사 후 아직 처리되지 않은 것들이나, 세대교체 등으로 활동가들이 힘든 시간을 지나보내고 있구나 싶습니다. 각자의 삶에 치이면서도 사무실 자신의 의자에 앉아 난민과 전화하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처리해야 하는 일들을 글로 적어내는 옆의 동료들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자기자리에 묵묵히 서서 난센을 지키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일도 열심히 안하면서도 예비군이나 별 하등 도움도 안되는 교육 때문에 사무실을 비우면, 더 출근하고 싶고, 그런 오늘이네요. 그럼, 우리 11월도 화이팅.
난센에 온지 어느덧 10개월이 지나갑니다. 핸드폰에서 잠시 눈을 떼고 바깥을 보면 노란 빛 붉은 빛 낙엽들이 흩날리는게 참 절로 감성이 풍부해지는 가을을 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또래 학교 친구 몇명을 오랜만에 만나서 서로의 직장 이야기로 수다를 늘어놓은 적이 있었는데, 다양한 모습의 일터에서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서 그 일을 시작하였음에도 여러가지 일 외적인 이유로 고단한 하루를 보내는 친구들을 보면서 사뭇 난센에 있는 나는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게됐어요.
각자가 바쁜 와중에도 서로의 삶을 위하는 따뜻한 동료들이 있고,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서 끓어오는 그 무언가를 느끼며 정말 '좋아서 하는 일'을 하고 있고, 그 와중에 그로인해 활동가가 너무 소진되지 않도록 신경쓰는 인간적인 문화가 있고, 하고 싶은 말을 묵히지 않고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있는 곳.. 그래서 당당하게 나는 매우 만족스러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 말하고 있었습니다.
고마운 활동가들 뿐만 아니라, 난센을 통해 난민 분들과도 소중한 인연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관계에 대한 고민도 하고, 내 안의 한계도 발견하고, 책임감도 더 생긴 것 같습니다. 일이 잘 안풀리는 순간 다정한 말한마디에 큰 격려를 얻습니다. 타지에서 삶이 노곤한 중에도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분들을 통해 되래 더 많은 것을 이미 누리고 있던 제가 여유라는 것을 배워가고 있었습니다.
아울러 각자의 위치에서 사명감 있게 일하시는 많은 분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는 각자 다른 입장에서 일을 하다보니 서로를 비판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하지만, 각자의 역할이 있음을 알아가고, 그 역할을 존중하고, 나아가 배려하면서 좋은 사람을 얻기도 하였던 것 같습니다.
함께 해가는 이 일이 재밌고, 열정이 생기고 맷집도 좀 생겨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무렵에 잠시 단체를, 현장을 떠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쉽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잠깐이고, 활동은 더 긴 호흡을 가지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위의 말씀에, 또한 다시 오지 않을 참 중요한 순간을 잘 보내고 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짧은 활동이었지만, 잘 정리하며 11월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며. 모두모두 화이팅입니닷 : )
몇 일전 홍대역 부근을 거니는데 한 여성이 다가와 말을 걸었습니다.
‘도를 아십니까? 구나’ 생각했지요. 그런데,,,,,,.
“난민센터에서 일하실 분이 아니신데” 라며 말을 이어가는 겁니다.
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내가 난민센터에서 일하는지 어떻게 알았지?’
게다가 난센 사무국의 세대교체 논의가 있는지라 ‘난민센터에서 일하실 분이 아니신데’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이 사람들 진짜 도인이 맞나봐’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분은 계속 말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차량 소음과 주변의 음악 소리 때문에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들을 수 없어
“예? 뭐라고요? 처음부터 다시요”
하며 다시 말해줄 것을 요구했고 그 분은 처음 했던 말을 반복했습니다.
“남 밑에서 일하실 분이 아니신데,,,,,,”
저는 급 실망(?)하며 자리를 떠났습니다.
‘남 밑에서’라는 말이 주변의 소음과 버무려 지면서 난민센터로 들렸던 거였습니다^^
난센 사무국의 세대교체 준비는 모두에게 긴장과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난센을 향한 제 마음은 난센의 가치와 정체성이 유지지면서 안정적으로 사무국이 운영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를 위하여 난센 사무국은 ‘세대교체 컨설팅’이라는 낮선 작업에 돌입합니다.
난센의 비전과 미션을 다시 확인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방식으로 사무국 운영을 재조정 할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활동가들의 미래와 난센의 미래가 어떻게 하면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을지를 집중 논의하고 그 방법을 찾을 예정입니다.
반면에 저 개인에게 세대교체라는 말은 ‘실업자’라는 의미로 다가올 때가 훨씬 많습니다.
막막함은 난센을 창립할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이 솔직한 표현입니다.
현재는 여기까지 입니다.
난센 사무국도, 저의 미래도.
다음달 활동가 이야기가 쓰여질 땐 좀 더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질거라 기대해 봅니다.
난센 사무국도, 저의 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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