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부, 파푸아뉴기니의 혹독한 임시수용소로 난민들 잇따라 송치
새로 부임한 호주 수상, 케빈 러드(Kevin Rudd)
새로이 선출된 호주의 수상 케빈 러드는 금요일, 배를 타고 호주 해안가로 들어오는 비호신청자들이 앞으로는 파푸아뉴기니에서 난민신청 관련 심사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케빈 러드 수상은 공식 성명에서, 만약 그들의 난민신청이 합당한 것으로 판명되면 그들이 머무는 곳은 호주가 아닌 파푸아뉴기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를 타고 호주에 당도하는 것이 더 이상은 호주 내의 정착으로 이어질 수 없을 것이다. 호주 국민들은 북부 해안 지역에서 익사하는 사람들을 진력이 날 만큼 봐 왔다. 또한 우리 사회에는 그들을 이용해 돈을 벌고 높은 파도 속에 빠져 죽는 이들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인신매매자들이 더 없이 많이 존재해 왔다”
러드는 이민자들의 안전과 보호를 우선시하는 것으로 표방했지만, 화요일에 엄청난 사실이 공개되면서 그의 발언은 완전히 신뢰를 잃게 되었다. 지난 런던 올림픽에서의 치안 유지를 제대로 그르쳤던, 현재는 호주에서 국외추방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보안업체 G4S의 전 운영관리자인 로드 세인트 조지(Rod St. George)가 파푸아뉴기니 임시수용소의 이민자들은 함께 구금되어 있는 다른 수용자들에 의해 강간 및 학대를 당하고 있으며 이 모든 일들은 수용소 직원들이 전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취약성을 보이는 이 젊은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 말은 대부분의 경우 이미 성폭력을 당한 이들에 대해 사용되는 완곡한 표현일 뿐이기도 하다.” 자신이 근무했던 지역인 파푸아뉴기니 마누스(Manus)에 대해 말하며 그는 덧붙였다. “그들은 있던 곳에 계속 머물 수밖에 없다.”
이런 장소가 세상에서 가장 위험에 처한 사람들에게 적합한 영구 거주지로 여겨져야 한다는 말은 터무니없이 부조리해 보이지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 듯하다. 올해 초, 본지에서는 호주 본토로부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나우루(Nauru) 내 난민 임시수용소의 생지옥과 같은 생활 환경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이는 호주 정부에서도 잘 알고 있는 상황으로 보이나 묵인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만약 야당 대표인 토니 애봇(Tony Abbott)의 견해를 따르게 된다면 일부 국회의원들은 이주민들에 대해 그런 취급을 받아도 마땅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자신의 생명과 가족을 보호하려는 노력에 있어 -아프가니스탄의 하자라족, 파키스탄의 시아 무슬림, 이란인, 이라크인, 쿠르드족, 그리고 버마의 무국적자들인 로힝야족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들은 “비기독교인”스러운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난민들을 인근의 개발도상국으로 영구 추방시키는 것이 아무 문제없다고 인식되는 풍조에서는 위와 같은 상황이 의외의 것으로 보여질 여지도 그리 없을 것이다.
파푸아뉴기니 마누스 난민캠프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을 상대적으로 빈국인 파푸아뉴기니로 돌리겠다는 호주의 결정은 파푸아뉴기니 수상 피터 오닐(Peter O’Neill)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와 같은 결정은 더 작은 섬들에 구류하고 있는 600명의 임시수용자들에게 현재 23억 달러를 쏟아 붓고 있는 호주 정부 또한 어느 정도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한다. 양측 모두 금전적인 이득이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이런 경제적인 면을 제외하여 계산한다면 등식은 성립하지 않게 된다.
마누스의 이주민들이 학대받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더라도, 수많은 비호신청자를 맞기 위해 파푸아뉴기니가 선택한 장기 계획안은 순전히 적대적인 방향은 아닐지라도 근시안적이라는 면에 있어서는 여전하다고 할 수 있다.
파푸아뉴기니는 인권에 관한 다양한 기록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같이 오갈 데 없는 비호신청자들을 보호해야 할 법적 의무를 지닌 개발도상국 파푸아뉴기니는 실제 수행에 있어서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조악한 모습이다. 파푸아뉴기니는 1975년, 국제연합에 가입하였으나 - 협약 대표단의 조사가 진행되고 난 후인- 2010년에 이르러 고문 방지 및 사형 금지 의정서에 서명할 것을 긴급하게 요구 받았고 그와 더불어 국제연합 고문방지 위원회에 수렴된 신고 사항들에 대한 법안을 개정하라는 권고 역시 받았다. 그러나 오늘날까지 파푸아뉴기니는 이상의 요청 사항들을 충실히 이행하는 데 실패해 왔으며, 자국의 인도주의적 입장 또한 불명확한 상태에 놓여 있다. 이미 미국이 파푸아뉴기니 내에서의 여성에 대한 처우에 우려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호주의 외무부에서도 “부족 간의 갈등이 계속해서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으며…폭력적 충돌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라고 인정한 터이다.
이 모든 내용은 심지어 파푸아뉴기니의 국민들 또한 자신의 나라에서 사는 데 고충을 겪고 있다는 사실로 귀결된다. 이웃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와의 갈등이 증가하면서 파푸아뉴기니는 자국 스스로 당면한 이주 위기라는 문제에도 직면해 있다. 인권 변호사이자 버사 자선사업(Bertha Philanthropies)에서 법률지원을 총괄하고 있는 젠 로빈슨(Jen Robinson)은 아래와 같은 설명을 전한다.
“파푸아뉴기니는 서파푸아뉴기니를 지배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탄압으로부터 도망쳐 나온 이들과, 국제연합이 묘사한 바에 따르면, ‘그 유효성이 지속가능한 해결책이 부재한 가운데’ 남겨진 이들을 합한 9천 명 이상의 서파푸아뉴기니 난민들로 인한 위기를 진작부터 겪어 왔다. 자신들의 자결권을 평화적인 방법으로 인도네시아로부터 되찾길 갈구하는 서파푸아뉴기니 사람들에 대한 정치적 폭력과 탄압이 지속된다는 것은 서파푸아뉴기니의 난민 수가 계속해서 증가할 것을 반증한다.”
이미 이런 류의 압박에 시달려 본 국가가 자신들의 나라를 떠난 이민자들의 급작스런 유입을 잘 견디어 내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되려, (호주가 비호신청자들이 심사를 받는 동안 머물 주거지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태평양 한 가운데에 있는 섬 나우루에서 지난 주말 벌어진 일들과 유사한 상황을 앞으로 파푸아뉴기니에서 보게 될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플레즌트 섬이라 불렸으며, 13제곱마일이 넘는 넓은 땅에 만 명 가량의 인구가 모여 살고 있었던- 섬 공화국 나우루에는 현재 호주로의 이민을 갈망하는 5백여 명이 체류하고 있다. 일요일 1에 벌어진 비호신청자들의 폭동은 그들이 머물고 있던 수용소 기물이 불타는 사태로 이어졌고 5천 5백만 달러에 달하는 피해를 불러왔다. 또한 이 사건으로 125명의 비호신청자가 경찰서에 구류되어 있는 상태이다. 보도된 바로는, 천 명이 넘는 나우루 주민들이 경찰의 도움을 받아 도망쳐 나왔으며 칼과 다른 무기들을 휘두르는 등으로 폭동을 일으킨 수용민들을 저지하기 위한 시도를 했다고 한다.
시위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나우루 수용시설의 형편없는 환경이 시위 발발에 일부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나, 비호신청자들을 파푸아뉴기니에 영구 체류시키겠다는 법안에 관한 소식이 그 불씨에 기름을 부은 겪이 되었던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모든 면에서 러드의 파푸아뉴기니 관련 결단은 다른 선진국들 대부분에 비해 비호신청자에게 일말의 동정이나 반성, 책임감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드러내 준다.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 호주 지부의 난민 캠페인 담당자 그래임 맥그레고르(Graeme McGregor)는, “난민으로 인정받을 조건을 충족한 파푸아뉴기니 내 모든 비호신청자들의 정착을 위한 새 계획안은 비호신청자들을 향한 전적인 홀대뿐만이 아닌 법적이고 윤리적인 의무에 대한 절대적인 모독을 드러낸다. 이 날은 호주가 세상에서 가장 나약하고 힘없는 이들에게 등을 돌리기로 결정하고 문을 닫아 건 후 그 열쇠까지 던져 버린 날로서 역사 속에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난민들을 파푸아뉴기니에 버려 두는 것이 지금 당장은 호주 정부에 이로울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에는 두 나라 사이의 반감을 촉발시킬 수 있다. 이번 주, 가디언(Guardian)에 기재된 글에서 안토니 뢰벤슈타인(Antony Loewenstein)은, 1975년 독립한 이래 파푸아뉴기니는 호주에 대해 회의적인 관점을 보이고 있으며 배를 타고 들어오는 난민들을 되돌려 보내는 등의 일을 경제적인 필요에 의해 강제로 떠맡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멜버른 이주민구치소 앞에서의 농성
이주민들을 국경 밖에 두려고만 하는 호주 정부의 고집은 몇몇 요인에서 불거진 결과로 이어지는데, 여기에는 공공 항만에서 보이는 인종적 편협과 같은 피해망상적인 인지도 포함된다. 호주 연방 선거가 있는 올 9월, 러드와 애봇은 정면 대결을 벌이게 된다. 두 사람 모두 국경 통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밝히려 애쓰고 있다. 심지어 러드에 앞서 호주 노동당(Australian Labor Party, ALP)의 수장이었던 줄리아 길라드(Julia Gillard)-그녀는 동성 간의 결혼을 강력히 반대했다- 또한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녀는 한 비호신청자가 올해 초 나우루에서 겪는 혹독한 대우에 항거하는 의미로 진행한 단식투쟁에 대해 “그들에게 아무 성과도 가져다 주지 못할 것”이라고 공개적인 발언을 했었다.
정치적 압박이 고조되는 시점이기에, 2005년 크로눌라(Cronulla) 폭동의 기억이 정치인들에게 가장 신경 쓰이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사실, 그 이유를 파악하기란 어렵지 않다. 당시 5천 명의 사람들이 지역 주민을 상대로 이주민들이 벌이고 있다 추정되는 폭력범죄를 저지하기 위해 언론이 불을 지핀 캠페인에 동참했었다. 평화적으로 시작되었던 캠페인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호텔 밖에 있던 아랍계로 보이는 전혀 무관한 남성을 집단 공격하면서 이와 같은 공격 행위가 3일 밤낮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몇몇 젊은이들이 공격을 당하는 등 레바논 출신 이주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백인 청년층과 중동에서 온 이주민들 간에 고조되는 갈등이 가져온 필연적 결과를 통해 호주 역사는 중대한 사건을 경험했으며, 외국인 혐오증과 더불어 언론에 의해 지속되는 이주민들에 대한 편견으로 말미암은 국가적 사안이 전 세계를 각성하게 했다.
그러나 올해 일어난 몇 차례의 시위에서 이주민에 대해 좀 더 유화적인 정책을 펼치도록 촉구했던 것을 보면, 위와 같은 사태들이 결코 대다수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임 맥그레고르는, “상당 수의 호주 사람들은 연민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비호신청자들의 개별 정황을 들어보고 해당 사안의 실상이 일단 파악되기만 한다면 ‘공정한 대우’를 해 줄 의향이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정치인들은 수년 동안 비호신청자들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용해 왔고, 난민들이 박해로부터 도망쳐 나와 비호를 구하는 것이 온전히 합법적임에도 불구하고 배를 타고 들어오는 이들을 ‘불법적’이라는 옳지 않은 이름의 표딱지를 붙여 왔다”고 말한다.
정치적 선전이 인도주의의 법보다 우선시되고 있는 현 상황은 화합과 진정한 다문화사회를 이루기 위한 호주의 앞날에 그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금요일에 일어났던 폭동은 탄압적인 정부로부터 도망쳐 나와 선진국에서 더 나은 삶을 꾸리기 위해 자신의 생명이 처할 위험을 감수한 수천 명의 사람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들에게는 돌진하고 있는 태풍을 헤쳐나갈 수단이나 인프라가 전혀 없는 파푸아뉴기니 주민들의 삶을 파괴할 수 있는 잠재성 역시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나탈리에 올라(Nathalie Olah)
번역: 이준홍(난민인권센터 통번역자원활동가)
감수: 김한나(난민인권센터 상근활동가)
- 역주: 필자의 오기. 실제 발생일은 금요일이었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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