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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

세 개의 ‘점’ 이 이야기 하는 ‘방’과 ‘난민’의 이야기 - 최장원 작가 독점 인터뷰 (2)


- 난민주간 시민기자단 이유민, 정빛나



‘세 점’의 대화는 ‘점,’ ‘방,’ 그리고 ‘난민’을 넘어 다 같이 공감하고, 이야기를 들으며 계속 진행되었습니다. 최작가님과 계속 동행하며 들을 수 있었던 철학적이고 예술적인 ‘여행’의 이야기를 저희 ‘두 점’이 2부에서도 계속해 전해드립니다.


Q: 작가님의 대한 간단한 소개 글을 읽어보니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노력을 하고자 노력하고 계신다고 되어있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하고자 하시나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작업은 그간에 학교에서 배운 내용, 혹은 필드에서 일하면서 했던 작업 방식과는 사뭇 달라요. 기존의 다른 건축가분들은 오히려 제 시도에 대해 의아해하시기도 하지만 오히려 순수한 마음의 젊은 학생층에게 응원과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작품 중에 ‘Same but different room (같지만 다른 방)’이란 게 있는데원을 그릴 때 자의 테두리를 따라서 그리면 중심점 없이 형태만 그릴 수 있습니다. 건축할 때는 형태를 중점으로 그냥 보기 좋게 만들 수도 있지만그런 경우에는 건물이 만들어지더라도 어떠한 사람들이 그 안에 살지어떠한 삶을 살지에 대한 고찰은 하지 않게 되니까요‘점’에 대한 이해가 없이 무분별하게 만들어지는 건축 문화에 대해서 질문을 던져 본 겁니다.

제가 드로잉을 하면서 쓴 도구는 컴퍼스입니다. 컴퍼스 같은 경우는 점을 찍고서 돌려야만 원의 형태가 나오잖아요. 컴퍼스를 쓰고 나면 희미하게나마 점이 종이에 흔적을 남기는데, 앞으로도 이러한 ‘점’에 대한 생각을 꾸준히 갖고 공간적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 작업은 공간적인 형태로 바로 형상화되는 것은 아니지만그 이전 단계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이해하고또 사회적인 맥락에서는 어떻게 이해되는지를 생각할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Q: 건축가이자 예술가로서 사람들에게 계속 전하고 싶은 메세지가 있으신가요?

[제 작품 작업 방식 중] ‘30분 드로잉’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작업 내용은] 사회적인 방이 될 수도 있고 개인적인 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저와 이야기를 하는 상대방이 자신이 사는 방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주는데, 이 방은 과거의 것일 수도 있고, 현재 사는 곳일 수도 있고, 혹은 미래에 그 사람이 살고 싶어하는, 그런 희망 사항과 꿈이 있는 방일 수도 있는 겁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같이 상상합니다. 잠시 친구처럼 그 방으로의 동행을 함께하면서 그 사람의 방으로 여행을 갑니다.



 [그 사람의] 이야기에 흠뻑 젖어서... 완벽하지 않을수도 있겠지만 30분이라는 시간 동안, 그 방의 느낌을 공간적이나 추상적으로 제 안에서 최대한 정리를 해 가면서, 그 분과 대화를 통해 소통하는 드로잉 작업을 합니다. 혼자서 작업실에서 일한 뒤에 완성품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마주 앉은 상태에서 제 손과 연필을 빌려서 상대방과 친구처럼 ‘같이 그리는’ 그림이 되는 것이지요.


이 프로그램이나 행위 자체가 제게는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함께 작업했던 한 친구는 ‘올리브의 방’이라는 작품의 주인공인데, 그 친구가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꿈이나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저와의 대화를 통해  끄집어내고, 다시 바라보게 되는 계기를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어요. 제가 ‘리드를 하거나 깨우침을 주겠다’는 자세는 아니고요,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서 자신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자신만의 삶의 방향을 찾아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30분 드로잉의] 모티브가 되었던 영화는 2000년도에 나온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영문제목 Pay It Forward)> 입니다. 영화를 보면 한 소년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세 가지 작은 행동을 실천하는데요. 그 소년이 하는 작은 일들과 노력이 주변 인물들을 한 사람씩 변화시켰던것처럼... 비유하자면 도미노들이 순차적으로 영향을 주듯 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돕고그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도와서 나비효과를 형성하게 되는 겁니다30분 드로잉이 저 스스로에게도 부분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고, 다른 작업에도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방의 관계도_30분 드로잉, 칠판위에 분필

출처: 테이크아웃드로잉


이러한 것을 표현한 작품이 있는데, ‘방의 관계도’라는 작품입니다. 칠판에 그린 작품인데요,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었던 방들 하나하나가 모여 하나의 그림으로 읽힐 수 있도록 연결해 본 작품입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이 작은 시작이고 [실패나 성공 여부를 정확히 알 수는 없는] 개인의 소소한 몸부림일 수도 있지만 다른 개인에게 조금이나마 영감을 줄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과의 연결을 통해 다른 메세지를 보낼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Q: 건축이라는 분야에 특별히 예술을 결합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건물의 형태 등을 통해 더 세련되고 멋있는 연출을 하신 다른 건축가분들이 많이 계셔서 저 자신에 대해 감히 예술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기존의 건축 방식과는 다른 접근을 할 수 있었던 건 ‘소통에 대한 고민’에 관한 것이 제 작업 방식의 바탕으로 작용하게 되어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새로운 건축가들에게 있어 ‘사람들과 건축적, 혹은 공간적인 모습으로 소통할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은 답을 찾기에 쉽지 않은 부분이고, 보여 드릴 수 있는 기회에도 한계가 있거든요. 공간 이전의 어떠한 형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림이나 사진, 혹은 설치물들을 통해서 보여 드리고, 공간을 통해 제가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를 담은 형태인 드로잉이나 다른 예술적인 요소를 끌어들이게 되었습니다어려워 보일 수 있는 건축보다 이러한 작업과정들이 대중들에게 더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Q: 향후 작품계획이나 비전이 있으실텐데, 어떤 모습일지 좀 이야기 해 주실수 있을까요?


같은 주제로 계속 여행을 떠나면서 좀 더 심도있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다양한 의견과 피드백을 주셨고, ''''에 관한 추가적인 전시도 구상 중에 있습니다.국제적인 프로젝트와 교류를 통해, 세계에 한국 내의 난민상을 알릴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면 좋을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덧붙이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을까요? 아마도 이번 난민주간이나 난민 이슈 자체에 대한 응원의 메세지라던가, 하고 싶으신 다른 이야기라던가...


제 개인적인 감정에서 출발해 [난민주간 행사에 참여하게 된 것]이라서... 거대한 담론을 말씀드릴 수 있는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번 난민주간 참여를 통해 사회 한쪽에서는 이러한 고민을 하는 젊은 친구가 있구나, 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지금 이 분야에 관심을 둔지 한 달이 채 안 되었지만... 수면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이런 사회적인 이슈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작품을 통해 이러한 이야기를 예술의 한 방식으로 끄집어내 주는 것이고요, 이런 메시지가 다른 이들에게 전달된다면 자연스럽게 참여와 관심은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제는 사람들의 태도가 더 성숙해 져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 ‘문화적인 콘텐츠가 이러한 움직임과 같이 가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입니다.난민주간행사도  이런 맥락에서 의미가 있다고 봤고, 참여를 하게 됐습니다.



Epilogue


저희 두 ‘점’과 또 다른 한 ‘점’ 이 만나 함께한 ‘30분 인터뷰’는 특별했습니다. 난민과 소통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마주 앉아 공감하며 떠났던 여행은 뜻깊었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흠뻑 젖어들었던 경험이었습니다. 인터뷰를 하고 나오니 그 전에 작품을 보았던 때와는 느낌이 사뭇 달랐습니다, 전달되는 메세지에 대한 고찰 역시 깊어지는 것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최장원 작가님께 사진촬영을 요청했을때 작가님은 정중히 거절을 하셨습니다. 독점 인터뷰 후 기사가 나가게 되면 여러 모로 작가님과 전시회를 홍보할수 있을텐데, 예상외의 반응이라 사실 놀라기도 했지만 이는 단순한 신비주의나 사진촬영 회피로부터 나온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이유를 물으니 본인의 모습이나 정보보다는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싶으시다며 “굳이 제 얼굴이 나오지 않더라도 작품을 통한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대답을 주셨고, 이에 따라 작가님의 모습은... 아쉽지만 이 기사에는 포함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나비효과의 시작. 최작가님의 이러한 첫 시도가, 그리고 난민주간을 통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카페 외부의 전시물과 같은 큰 구가 되고, 다른 구를 움직일수 있는 울림이 되어, 다 함께 굴러가며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작은 점을 위한 방

출처: 테이크아웃드로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