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의 잊혀진 난민들
2008년, 여섯 아이의 아버지인 세예드 하산(Seyed Hasan)은 아프가니스탄 동부 와르다크(Wardak) 주에 위치한 그의 집을 도망쳐 나왔다. 하산과 그의 가족은 탈레반의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그들의 표적이 되어 있었다. 탈레반을 몰아내기 위해 미국이 개입한 지 7년이 지났지만, 이 조직은 여전히 아무 탈 없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다.
하산의 가족은 터키에서 난민인정 신청을 했지만 그들의 최초 신청은 거부당하였고, 결국 필자가 일하고 있는 비정부기구 헬싱키시민모임 난민 옹호 및 지원 프로그램(Helsinki Citizens Assembly Refugee Advocacy and Support Program, HCA-RASP) 이스탄불 지부에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다. 4년이 지나고 마침내, 하산의 가족은 난민 지위를 부여 받았다. 하지만 그들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운좋게 일자리를 구하면 고용주로부터 부당하게 착취당하는 경우가 이어졌고, 적잖은 인원을 자랑하는 가족은 충분한 의료적 지원을 받을 수 없었으며, 취학기가 다 된 어린 자녀들은 학업성취도를 높일 만한 배경을 갖추지 못하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몇 년 간 힘든 시간을 보낸 하산은 최근, 자신의 법률 상담을 맡은 필자에게 물었다. “터키는 왜 우리들을,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을 이런 식으로 대하는 겁니까?”
터키는 난민들이 살기에 가장 열악한 곳은 아니다. 하지만 가장 좋은 곳도 아니다. 1951 난민협약과 1967 난민의정서에 서명하면서 터키는 “지리적 제한”, 일명 조건부 조항을 적용했다. 유럽 국가에서 탈출한 개인들만이 난민으로 인정되고 온전한 권리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내용 말이다. 그로 인해 유럽인이 아닌 비호 신청자들은 유엔난민기구(UNHCR)로부터 난민 지위를 부여받는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 기다리는 기간에 한해 “임시 비호”를 신청할 수 있다. 난민으로 인정받게 되면 유엔난민기구가 제3국가에의 재정착을 모색하는 기간 동안 터키에 머물 수 있다. 그러나 합법적인 영주나 터키에의 통합은 선택할 수 없는 내용이다.
하산이 필자에게 던진 질문은 터키에 막 당도한 이란과 이라크 출신 난민들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난민인정 시스템을 통과하는 것을 지켜 보면서 나왔다. 이들은 어떤 경우엔 터키에 온 지 채 일 년이 되지 않았음에도 서방 국가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기회를 얻는다.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은 어느 곳으로도 가지 못하는 모양새인데 말이다. 다른 지역 난민들은 지역 공원에 비공식 난민촌을 세우는 반면, 한창때의 아프가니스탄 청년들은 교육 기회를 달라 애원하는 데 사실상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시리아 난민들에게 터키 정부가 관대히 제공하는 난민촌 및 다른 편익에 대해서는 공공연히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 하산의 장남은 그리스로의 밀입국을 시도했으나, 억류, 송환, 벌금형을 치룬 후 가족들에게 되돌아가게 되었다.
최근, 뉴욕타임즈(the New York Times)와 뉴아메리칸미디어(New American Media)에서는 흥미로운 기사를 개제했다. 자신의 신변 안전을 희생하면서까지 미국의 관련업 종사자들과 협력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보호를 보장받기 위한 그들의 법적 자격에 관해서는 계속해서 난관에 부딪히고 있는 수천 명의 이라크인들의 곤경을 집중 조명한 보도였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기로 계획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똑같은 모습이 아닌가?
미 국무부 산하 이민국(Bureau of Population, Refugees, Migration(PRM))이 운영하는 난민승인프로그램(the Refugee Admissions Program)은 다른 나라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은 이들이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전세계에서 단연 가장 많은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미국은 한 해 입국 허용 난민의 수를 8만 명으로 하는 상한선을 최근 몇 년 간 고수해 왔다. 허나 실제로는 매해 약 5만 8천 명 만이 입국 승인을 받는다. 매년 2만 명 이상에 해당하는 수용 가능 잔여 수가 채워지지 않은 채 넘어가고 있는 것은 실로 문제시 된다. 하지만 과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2011년 미국에 입국하는 것이 허가된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수는 불과 428명, 전체 입국 난민의 0.8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미국 정부는 한 해 35,500명이라는 숫자를 이라크, 부탄, 아프가니스탄을 포함한 극동 및 남아시아 난민에게 할당했다. 2011년의 경우, 입국을 허가받은 난민 총수의 20 퍼센트 가량에 이르는 9,388명이 이라크인들이었다. 최근에 나온 기사들은, 이상에서, 그 수치가 증가하고 난민승인 시스템에의 접근이 용이해진 내용을 옹호하고 있다. 하지만 통계를 대충만 살펴 보아도, 아프간 난민의 경우에는 그 숫자가 특히나 적다는 것을 뒷북으로나마 도출해낼 수 있어야 한다.
하산이나 터키에 체류하고 있는 다른 아프간 난민들은 전세계에 260만 명이 넘게 흩어져 있는 전 아프가니스탄 난민들 중 극소수를 대변할 뿐이다. 대부분은 이웃 나라인 파키스탄과 이란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제재 조치들이 이란 경제를 뒤흔들면서 점점 더 많은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터키로 국경을 넘어 오고 있으며, 이는 이란 출신 난민 수를 넘어서는 결과를 초래하여 내년에는 터키에서 두 번째로 많은 국적의 난민 집단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러한 난민들에 대한 책임은 미국만이 아닌 여럿이 함께 나누어 지어야 한다. 현재 26개국만이 난민재정착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는 상황으로, 이들 국가의 수용 규모도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 터키는 장기적 관점의 해결책으로 자국에서의 통합이라는 문부터 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당장에서 하산은 2001년 그의 조국에 전쟁을 일으킨 나라의 답변을 기다려야 할 따름이다.
우리 비정부기관이 하산에게 줄 수 있는 답은 무엇인가? ‘워낙에도 원치 않는 상황이지만 그 중에서도 당신은 가장 선호되지 않는 집단입니다’라는 분명하고도 잔혹한 사실 외에 다른 무엇이 더 있을까? 터키와 접경국 출신인 난민들은 안보의 측면을 고려하여 우선 순위에 둔다고 터키 주재 유엔난민기구가 밝힌 기준은 그 신뢰성을 잃고 있는데, 이는 지난 7년 간 터키를 떠난 소말리아 난민의 수가 아프가니스탄 난민 수의 세 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비록 미국의 특정한 법(로텐버그 수정안(the Lautenberg Amendment)) 1의 이름은 잘 모를지 몰라도, 이란의 소수 종교 신자들이 우선적으로 재정착 정책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은 아프간인들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알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 난민과 그들의 고된 재정착에 대해 최근 환기된 관심으로 미국의 난민승인프로그램의 전반적인 불공평성과 비효율성이 재조명되는 기회를 얻었다. 만일 이 관대한 재정착 프로그램이 실제 국제법과 인도주의에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일환이라면, 우리는 투명한 체계를 세워, 다른 난민들은 하염없이 기다리는 동안 종교적 이유로 피신해 온 사람들에게 특정적으로 치우친 지원을 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재정착 대상을 지정할 때에는 터키 등 최초 수용국 내 난민 집단 각각의 규모를 반영하여 분배해야 하며, 걸림이 되는 주요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재정착 연결이 난민 인정일을 기준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이제 막 당도한 이들이 이전에 인정받은 난민들보다 앞서 재정착 절차를 밟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절차를 간소화하는 작업 역시 더 많은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재정착이 가능토록 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 이상의 노력들로, 적어도 미국의 지정학적인 모험의 어떤 면은, 하산과 같이 고향과 미래를 잃은 많은 이들의 신뢰를 조금이나마 되찾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이드 하이다리(Zaid Hydari)
(미국 변호사, 헬싱키시민모임 이스탄불 지부 난민 옹호 및 지원 프로그램 난민인정 법률지원팀 공동코디네이터, 난민연대네트워크 설립자 겸 운영진 대표)
원문출처: http://www.fpif.org/articles/afghanistans_forgotten_refugees
번역: 박지영(난민인권센터 통번역자원활동가)
감수: 김한나(난민인권센터 상근활동가)
- 역주: 1990년 프랭크 로텐버그 미 전 상원의원이 구소련 붕괴 당시 소련 연방에 산재해 있던 유대인들과 태국에 거주하던 베트남인들을 미국에 난민 자격으로 데려오도록 한 데서 출발하여, 현재는 매년 일정 수의 특정국 난민을 수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법안. 1999년부터는 소수 종교 신자라는 이유로 박해를 피해 온 이란 난민을 해당 범주에 포함.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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