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일부 정치권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남용적 난민신청', '가짜 난민', '체류연장 목적 신청'과 같은 용어는 단순한 기술적 표현이나 중립적인 정책 진단이 아닙니다. 이는 난민 현상을 특정한 방식으로 규정하고, 통제 중심의 정책적 대응을 정당화하는 담론적 장치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남용' 담론은 그동안 정책 형성, 언론 보도, 입법 논의, 연구 생산 과정 속에서 점차 확산하며 제도화되어 왔습니다. 특히 최근의 난민법 개정 논의에서 법무부는 난민제도의 구조적 한계나 심사 인프라 문제를 개선하기보다, '허위 난민신청', '브로커', '반복신청', '장기체류 목적 신청' 등을 주요 문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프레임 속에서 난민신청은 보호를 요청하는 절차라기보다,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측면이 강해졌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지난 2024년 11월 19일 법무부와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난민법」 개정안 입법 공청회에서도 명백히 확인됩니다. 당시 법무부 난민정책과장은 난민인정 제한 및 난민지위 취소 사유 확대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언론의 범죄·안보 관련 보도를 정책 자료에 직접 인용하였습니다. 발표 자료에는 살인, 테러, 인터폴 적색수배, 마약, 보이스피싱 등 중대 범죄와 국가안보 위험 사례가 집중적으로 제시되었으며, 일부 개별 사례를 난민제도 운영 전반의 문제를 설명하는 근거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법무부의 이러한 정책적 방향성은 연구용역 과제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법무부가 2024년 6월 발주한 「난민심사절차개선을 위한 해외 입법사례 연구」의 제안요청서를 보면, 배경 단계에서부터 이미 특정한 의도가 전제되어 있습니다. 법무부는 ① 난민신청 증가와 심사기간 장기화에 따른 업무 부담, ② 일본의 출입국관리법 개정과 EU 신이민·난민협약 채택 등 국제적인 규제 강화 흐름을 언급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남용적 난민신청자 및 국익위해자에 대한 심사절차 및 송환절차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연구 내용 역시 이러한 문제 설정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제안요청서는 해외 주요국의 '남용적 신청자' 정의와 분류 기준, 체류·취업 목적으로 제도를 남용하는 신청자에 대한 신속 심사 절차, 난민인정자 및 인도적체류자 지위의 주기적 재검토 제도, 남용적 신청자와 국익위해자에 대한 송환 절차 등을 주요 연구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일부 항목에서 소수언어 통역인 확보 방안 등 절차적 접근성 개선을 다루기도 했으나, 전체적인 중심축은 난민심사의 권리 보장이나 심사 품질 개선보다 '남용적 신청자'에 대한 심사 및 통제 메커니즘 구축에 쏠려 있습니다.
이에 난민인권센터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난민법」 개정안 입법 공청회 발표·토론 자료와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서 수행한 「난민심사절차개선을 위한 해외 입법사례 연구」 결과보고서를 확보하였습니다. 입수된 자료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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