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난민통계를 이용하여 난민에 대한 ‘남용'의 낙인을 찍는 무책임한 행태를 멈춰라
법무부는 지난 2월 3일 난민현황에 대하여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법무부, 2월 3일자 보도자료 “난민제도 시행 30년, 누적 난민신청 12만 건 상회”). 법무부는 그간 난민현황에 관한 극히 제한적인 정보만 통계월보 등에 포함시켜왔다. 이에 난민인권센터에서는 2009년부터 매년 법무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하여 난민 일반, 심사, 처우에 관한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해왔다. 난민현황을 공개하는 것은 난민심사를 받는 당사자들에 대한 정보접근을 높이고, 제도에 대한 모니터링 및 연구를 가능하게 하여 궁극적으로 제도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게 하는 기초가 된다. 이러한 점에서 비록 난민제도 시행 30년만이지만, 정확한 난민통계 제공으로 투명한 난민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법무부의 이번 자료 공개를 환영한다.
그러나 난민현황 자료에 대한 법무부의 설명은 심히 우려스럽다. 법무부는 2018년부터 난민인정을 제한하고, 난민을 추방하며, 난민신청의 기회를 제한하는 입법의 시도를 꾸준하고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시민사회단체들과 난민당사자들은 물론, 국가인권위원회, 유엔난민기구, 법원행정처, 대한변호사협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무부는 입법 추진을 위해 한국을 찾은 대부분의 난민신청자를 남용적인 신청자로 낙인찍고 혐오를 선동하는 무책임한 태도를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데 이번의 난민현황 통계자료 역시 이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한국이 전세계 주요 난민발생지역 출신이 아닌 사람들이 신청하는 경우가 많아 유럽 등 다른나라와 난민인정률을 단순비교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결코 매년 1%를 넘지 못하는 부끄러운 한국의 난민인정률을 정당화하는 해명이 될 수 없다. 법무부가 이번에 공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4년 1차 심사를 통한 난민인정 건수는 68명, 이의신청을 통한 인정 건수는 5명, 난민소송을 통한 난민인정 건수는 32명으로 총 105명에 불과하며, 이 가운데 66명(1차 48명, 이의신청 1명, 난민소송 17명)은 가족결합의 사유로 인정되었음을 고려하면 정작 난민심사를 통해 난민으로 인정한 숫자는 20명이다. 2024년의 난민인정률도 1%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는데(심사종료 9782건 대비 인정건수 105건), 50%에 육박하는 유럽 등 다른 나라들의 난민인정률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다.
또한 법무부가 전세계 주요 난민발생지역 출신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한국에 난민신청을 많이 한 상위 5개국으로 들고 있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중국, 파키스탄, 인도는 사실상 주요 난민발생국에 해당한다. 한 예로 러시아의 경우 현재까지도 전쟁으로 인하여 정치, 종교, 소수민족, 특정사회집단구성원 신분 등으로 인한 박해의 위험이 현존한 국가임에도 정부는 난민심사를 통해 단 1건의 난민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등 국제적 책무를 방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법무부는 미얀마(56.4%), 부룬디(50%), 에티오피아(28.9%), 콩고민주공화국(28.6%), 이란(26.9%) 등 보호의 필요성이 높은 국가 국민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난민 인정을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미얀마, 에티오피아, 콩고민주공화국, 이란 출신의 경우 과거(2015년 이전)에는 비교적 다른 국적자 들에 비해 난민인정 건수가 높아 전체적인 누적 통계가 높게 나타날 뿐 최근에도 해당 국가의 위험한 상황은 전혀 개선된 바 없음에도 2015년 이후에는 대부분이 난민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미얀마 난민신청자의 경우 구금되는 사례도 많고, 에티오피아 난민신청자의 경우 지금도 인천공항에서 입국조차 하지 못하는 사례도 확인되는 등 제대로 된 보호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부룬디 국민의 경우 50%를 난민으로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부룬디 출신 난민신청자의 경우 276명이 난민신청을 하였고, 이 가운데 179명이 대기 상태이며 90명에 대하여만 심사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나오는데 정작 국적별 난민인정자 현황에는 ‘기타’에 포함돼 있어 난민인정의 건수도 확인할 수 없고, 인정자 숫자도 40명보다 적은 것으로 보여 어떠한 산출근거로 50% 이상을 보호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지 알 수 없어 그대로 신뢰하기 어렵다.
법무부는 난민협약 이외의 사유(경제적 목적, 사인간 위협 등)로 신청한 건수가 전체의 약 42%를 차지하고 있다며 마치 한국에 난민신청을 하는 대부분의 난민신청자가 난민사유가 없는 것처럼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박해의 주체는 국가에 한정되지 않으며 사인에 의한 위협에 대하여도 국가가 효과적인 보호의 제공을 거부하거나 제공을 할 수 없음이 증명되면 박해로 인정될 수 있다. 또한 개인의 생계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조치의 배후에는 특정집단을 겨냥한 인종적, 종교적 혹은 정치적 목적 또는 의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그 피해자는 난민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협약을 해석하는 기본적인 원칙이다. 경제적 목적, 사인간 위협은 난민협약 이외의 사유라고 밝히는 것은 법무부가 난민협약을 해석하는 기본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음을 자인하고 있는 것이라 읽힌다.
아울러 법무부는 전체 누적 난민신청자 중 약 9.4%에 해당하는 난민신청자가 난민불인정결정을 받고도 출국하지 않고 난민재신청을 하였다며 난민재신청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의 난민신청자가 난민신청과 심사과정에서 아무 조력을 받지 못하고, 통·번역 지원도 받지 못하여 혼자의 힘으로 필요한 설명을 하고, 증거를 낼 수 있는 기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난민신청자로서는 다시 신청을 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이다. 더욱이 이 9.4%에는 법무부가 지난 2020년 2월 난민면접조작사건의 피해자 구제의 일환으로 시행한 재심사방침에 따른 이집트 등 아랍권 난민신청자의 재신청 건수가 포함되었을 것임을 고려하면 재신청을 과연 ‘남용’을 운운하며 강력히 정책적으로 제한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가도 의문이다. 시민사회는 물론 국가인권위원회, 유엔난민기구 등에서 우려의 의견을 표하고 있음에도 법무부는 난민재신청자 등에 대하여 체류자격을 주지 않음으로서 이들의 생존을 방기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기본적 절차와 생계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법무부가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난민재신청단계에서 난민인정을 받은 사람은 90명, 인도적체류허가를 받은 213명에 달한다. 그렇다면 더더욱 법무부는 난민재신청을 제한하고자 하는 시도를 멈추고 심사기능을 강화하고 심사기간 동안의 기본적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석우 법무부장관 직무대행은 ‘정확한 난민통계를 국민에게 제공하여 난민정보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난민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는 한편, 앞으로도 보호가 필요한 난민에 대해서는 더욱 엄정한 심사를 통해 적극 보호하겠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난민통계를 공개하여 난민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공개한 정보에 대한 분석과 해석 역시 투명해야 하며 목적에 따라 왜곡하여 언론과 여론을 호도해서는 안된다. 법무부는 난민통계를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하라. 그리고 난민통계를 입맛에 맞게 취사선택하거나 오해를 부를 수 있는 해석을 덧붙여 난민에 대한 ‘남용'의 낙인을 찍고자 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멈춰라. 하루 빨리 난민신청자에 대한 심사와 처우를 강화하여 난민인정률을 높여라.
2025년 2월 6일
난민인권네트워크,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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