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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문] 법무부 난민재신청 제한 정책의 문제점

2023. 6. 15. 국가인권위원회 주최로 열린 <체류자격 제한 난민신청자의 생존권 관련 토론회>에서 '법무부 난민법 개정안 연결 쟁점'을 주제로 토론한 내용입니다. 토론회 자료집은 https://nancen.org/2361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230615_토론문_난민법개정안연결쟁점_김연주.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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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첨_ 정보공개청구 회신(10132796)_난민재신청 등.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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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난민법 개정안 연결 쟁점

-법무부 난민재신청 제한 정책의 문제점-

 

 

1. 들어가며

 

법무부는 난민법 시행 이후 난민인정을 받지 못한 사람, 취소된 사람, 심사종료된 사람 등이 중대한 사정변경 없이 재신청한 경우(이하 난민재신청또는 난민재신청자라 한다) 심사의 기회를 제한하거나(신속심사제도, 부적격심사제도), 체류자격에 불이익(체류허가 제한)을 주는 등의 정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하여 법무부는 무분별한 난민재신청에 대한 우려, 체류 취업 방편으로 난민제도를 이용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임을 밝히고 있다.

 

법무부는 난민법 시행 이후 난민재신청을 제한하는 정책을 계속해서 운영·강화해 왔다. 201411월부터 난민재신청자 등에 대한 신속심사 유형화를 시작하였고, 이후 20159월 신속심사 확대 지침을 지시하고 TF를 구성하였다. 이에 더해 법무부는 체류지침을 강화하기 시작하였다. 법무부는 난민재신청을 하는 경우, 외국인노동자 또는 유학생 등 다른 체류자격으로 체류하다가 난민신청을 하는 경우, 체류기간이 도과한 상태에서 난민신청을 하는 경우 등 특정 사례군에 대한 체류제한을 강화하여 체류연장을 거부하거나, 출국명령을 내리는 정책을 강도 높게 시행해 왔다.

 

그리고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법무부는 난민재신청자 등에 대해 난민면접조사를 생략하고, 이의신청 등 불복의 기회를 박탈하겠다는 내용의 난민법 개정안을 발의하기에 이르렀다. 난민법 개정 추진을 위해 난민재신청자에 대해 체류연장 목적의 남용적 난민신청자라는 낙인을 찍어왔고, 이제는 이 부당한 관점을 법문으로 승격시켜 이들을 신속히 퇴거시키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려 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현행 난민업무 지침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정부발의 난민법 개정안 중심으로 법무부의 난민재신청 제한 정책의 배경과 문제점에 대해 검토한다.

 

 

2. 체류자격 제한과 부적격심사제도

 

(1) ‘난민업무지침체류허가 제한 심사대상자

 

법무부는 난민인정을 받지 못한 사람 또는 난민인정이 취소된 사람이 중대한 사정 변경 없이 재신청한 경우, 난민심사가 종료된 사람이 재신청한 경우, 대한민국에서 1년 이상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이 체류기간 만료일에 임박하여 난민인정신청을 한 경우 체류허가 제한 심사대상자로 처리하는 지침을 운영하고 있다.

 

난민업무지침(2022. 9. 기준) 체류허가 제한 심사대상자
유형 거짓 서류의 제출이나 거짓 진술을 하는 등 사실을 은폐하여 난민인정 신청을 한 경우
난민법 제8조 제6항에 따른 면접 등을 위한 출석요구에도 불구하고 3회 이상 연속하여 출석하지 않아 종료된 사람이 재신청한 경우
난민법 제18조에 따라 난민인정을 받지 못한 사람 또는 난민법 제22조에 따라 난민인정이 취소된 후 중대한 사정의 변경 없이 재신청한 경우
대한민국에서 1년 이상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이 체류기간 만료일에 임박하여 난민인정 신청을 한 경우 또는 강제퇴거 대상 외국인이 그 집행을 지연시킬 목적으로 난민인정 신청을 한 경우
명백히 난민협약 상 난민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이유로 재신청하는 경우(사인간의 재산분쟁, 채권자의 위협, 범죄단체의 위협 등)
출국을 위한 체류기간 연장허가를 받은 사람
체류기간 연장 등 불허결정 통지를 받은 사람, 출국기한 유예를 받은 사람, 출국권고 또는 출국명령을 받은 사람이 난민신청하는 경우
신속심사 - 최대한 신속히 처리, 신청 순서를 고려하지 않고 다른 난민신청자에 우선하여 심사
- 난민심사관은 난민신청자의 난민인정 신청사유, 법 위반 내용 및 정도, 난민인정 신청 횟수, 불법체류기간 등의 정상을 참작하여 사실조사를 생략
- 면접은 난민심사의 핵심적인 부분으로 생략해서는 안됨
다만, 신청사유에 따라 난민인정 여부와 관련이 없는 부분에 대한 질문은 생략하여 면접시간을 최대한 단축하여 면접 실시
체류제한 대한민국에서 1년 이상 체류자로 체류기간 만료일 임박(4개월 이내), 난민재신청자, 출국을 위한 기간연장을 받은 자가 난민신청을 하는 경우, 체류기간 연장 등 불허결정 통지 후 출국기한 유예 대상

 

중대한 사정변경 없는 재신청자에 대해 체류허가를 제한하는 정책이 최초 도입된 시기는 20154월이며 난민재신청자에 해당하면 일률적으로 체류연장을 거부하는 지침을 최근(2020. 4. 자 지침)까지 운영해 온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인 2022. 9. 개정된 지침은 약간의 개정이 있었다. 지침상 눈에 띄는 변화는 접수시 난민신청 횟수, 난민신청 사유, 체류실태, 범법사실 등, 인도적 사유를 고려한 심사 의견을 기재하도록 되어 있는 '체류허가 제한 대상 심사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여 체류허가 제한 심사대상자인지 여부를 심사하는 절차를 둔 것이다. 법무부의 관행에 대하여 위법성을 확인한 판결이 잇따라 나옴에 따라 법무부는 위 지침내용을 일부 수정한 것으로 추측된다.

 


난민인정심사·처우·체류 지침
(20204)
난민업무지침(20229)
용어 사정변경 없는 재신청자 등 체류허가 제한 심사대상자
접수시 조치 - ‘사정변경 없는 재신청자 등유형에 해당하는 난민신청을 접수하면 즉시 외국인등록화면 참고사항에 사정변경 없는 재신청자 등-체류기간연장 불허 안내내용을 입력


3회 이상 신청자
체류기간(출국기한)이 남아있는 사람이 중대한 사정변경 없이 3회 이상 신청하는 경우 체류자격 부여(자격변경 등) 및 취업이 불가함에 대하여 설명하고 자진하여 출국하도록 안내
난민인정신청을 하면 접수 당일 사정변경 관련 사항에 대하여 간이하게 면접 실시 후 불인정결정(당일 면접이 어려울 경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면접일자를 지정하고 출석요구서 발부)
- 위 유형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난민신청자의 신청사유, 체류실태, 과거 범법사실, 법 위반 경위, 인도적 사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체류허가 제한 대상 심사보고서(붙임5)* 작성


체류허가 제한이 필요한 경우 출입국관리정보시스템에 체류허가 제한 대상자로 입력


체류허가 제한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 출입국관리정보시스템에 체류허가 제한 대상 심사 결과, 제한 대상자 아님으로 입력


난민인정 재신청자의 경우 기존 난민인정신청 당시의 자료와 비교·대조 등으로 난민인정 여부를 판단함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유가 있는지 충실히 검토



 

그러나 여전히 난민재신청자에 대하여 중대한 사정변경여부를 고려한 뒤 체류허가를 하고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심사기준은 비공개되어 있고, 실제 체류허가를 받은 현황에 대해서는 부존재한다고 한다. 이하에서 다시 언급하겠다.

 

(2) 법무부 난민법 개정안의 난민심사 부적격 결정제도

 

법무부는 난민불인정결정을 받은 사람, 난민결정이 취소·철회된 사람, 난민신청 또는 이의신청이 철회간주된 사람 및 개정안에 따라 부적격결정을 받은 사람이 재신청한 경우 14일 이내의 적격심사를 거쳐 (재신청자가 스스로 중대한 사정변경이 발생하였다는 것을 소명하지 못하는 한) 원칙적으로 부적격결정을 내리고 부적격결정이 내려진 경우, 난민법상의 난민면접조사를 생략하고, 이의신청·행정심판 등 불복의 기회를 차단하겠다는 내용의 난민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5조의2(재신청자에 대한 난민인정 심사 부적격결정) 법무부장관은 난민신청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난민인정 심사 부적격결정(이하 부적격결정이라 한다)을 할 수 있다.
1. 과거 난민인정 신청에 대하여 부적격결정 또는 난민불인정결정을 받은 사람이 재신청한 경우. 다만, 난민신청자가 중대한 사정변경이 있다는 사실을 소명한 경우에는 제외한다.
2. 과거 난민인정결정이 취소·철회된 사람 또는 제19조의2에 따라 난민인정 신청 또는 이의신청을 철회한 것으로 본 사람이 재신청한 경우. 다만, 난민신청자가 중대한 사정변경이 있다는 사실을 소명한 경우에는 제외한다.
법무부장관은 난민신청자가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신청서가 제출된 날부터 14일 이내에 난민인정 심사 부적격 여부를 결정하여야 하고, 그 기간 안에 결정하지 못하면 난민인정 여부에 대하여 심사하여야 한다. 다만,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1회에 한하여 7일의 범위 내에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법무부장관은 제1항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하여는 면접조사를 생략하고 신청서 기타 자료에 의하여 부적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법무부장관은 부적격결정을 하는 경우에는 난민신청자나 그 대리인에게 그 사유를 적은 부적격결정통지서를 발급한다.


21(이의신청) 5조의2에 따른 부적격결정이나 제6조제3항에 따른 불회부결정을 받은 사람은 그 결정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할 수 없다.


21조의2(행정심판의 제한) 21조제1항에 따른 이의신청을 한 경우 또는 제21조제2항에 따라 이의신청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행정심판법에 따른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

 

현행 난민법 제8조 제5항은 난민인정을 받지 못한 사람 또는 취소된 사람이 중대한 사정변경 없이 다시 난민인정을 신청한 경우, 난민심사절차의 일부를 생략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도 난민면접은 난민심사의 핵심적이고, 거의 유일한 조사절차이기 때문에 생략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난민업무지침에서는 체류허가 제한 심사대상자에 대하여 난민면접은 생략할 수 없고, 다만 난민신청 사유에 따라 난민인정 여부와 관련이 없는 부분에 대한 질문은 생략하도록 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14. 11.부터 2017년 초까지 법무부는 난민심사를 유형화하고, 난민신청의 30-40%에 이르는 비율에 대해 면접을 간이하게 실시하도록 하는 지침을 운영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난민신청자가 충실한 심사를 받지 못한 채 난민지위가 거부되었고 심지어 일부 난민신청자에 대해서는 난민면접이 심각하게 조작되고 훼손되는 사건까지 발생하였다. 이 사건으로 난민심사제도의 공정성·투명성에 대한 많은 비판이 제기되었고, 법원 판결, 국가인권위원회 결정 등에서 반복적으로 난민면접의 중요성을 확인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난민재신청자 등 특정 난민신청자에 대해 아예 면접조사를 생략하도록 하고, 나아가 이의신청·행정심판의 불복의 기회마저 박탈하고 있는 난민법 개정안에 대하여 난민인권네트워크, 유엔난민기구, 국가인권위원회, 대한변호사협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에서 모두 우려의 의견을 표하였다. 그럼에도 법무부는 이를 강행하여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난민법 개정안은 지난 322일에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심사가 되었는데 당시 법원행정처에서 출석하여 난민법 개정안의 부적격심사제도에 대해 우려의 의견을 표하기도 하였다.

 

 

3. 난민재신청 등 제한의 문제점

 

유엔난민기구는 난민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에서 재신청에 있어 주장의 실질에 대한 검토를 필요로 하는 새로운 요소가 발생하였거나 제시되었는지를 사전심사할 수 있다는 데에 동의한다고 하면서도 동시에 이와 같은 예비심사는 이전 절차에서 주장이 온전히 본안심사를 받은 경우에만 정당화된다고 서술하고 있다.

 

난민신청자가 한국의 난민심사제도 하에서 온전한 심사를 받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이는 왜 난민재신청자가 되었는가의 질문과도 연결된다.

 

2022년도 한국의 난민인정률(해당연도 심사결정자 수 대비 인정자 비율)2.03%이다. 심사를 통한 난민인정자 숫자가 22, 이의신청을 통한 난민인정자 숫자가 14, 행정소송을 통한 난민인정자 숫자가 11, 가족결합을 통한 난민인정자 숫자가 61, 재정착난민이 67명이었다. 3년간 1%를 넘지 못하던 난민인정률이 2% 정도로 상승하였지만, 여전히 난민심사를 통해 난민지위를 인정한 숫자는 22명에 불과하고, 2021EU 난민인정률이 평균 35%인 것과 비교해 보았을 때 한국의 난민인정률은 여전히 매우 낮다. 2021년 조사자료 기준 주요 20개국(G20. 유럽연합을 제외한 19개국)을 비교하였을 때 18, OECD 가입 국가 중에서도 거의 최저이다.

 

년도 2018 2019 2020 2021 2022
인정률 3 0.4 0.4 1 2

<지난 5년 간 한국의 난민인정률>

 

또한 난민법 시행 이후에도 난민행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지 않고 난민신청과 심사과정에 필요한 정보제공이 없다시피 하다. 난민신청서 작성과 접수과정에 통·번역이 제공되지 않음에도 한국어와 영어로 기재한 신청서만 접수 가능하고, 난민신청과 심사과정에서 여전히 법률조력 등 여타의 조력을 받을 기회자체가 부재하다, 난민심사를 담당하고 책임지는 난민심사관이 전국 4(2022년 현황 기준 서울출입국·외국인청 2, 인천출입국·외국인청과 부산출입국·외국인청에 각 1)에 불과한 점 등 심사 인프라가 부족하고, 이는 심사 적체로 이어진다. 난민심사관에게 부과된 의무를 분담하는 난민전담공무원에 대한 관리감독이 충실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고, 난민전담공무원의 교육과정· 평가체계· 업무환경 등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제반 여건이 부족하다. 난민전문통역인 인증제를 도입하였지만 여전히 소수언어 통역인 인프라는 부족하다. 난민심사 과정의 절차적 권리 보장이 미흡하며, 난민심사의 내실을 기대하는 것보다 심사 적체를 줄이기 위해 빠른 심사에 치중하고 있고, 난민이 아님을 찾는 것에 주력하는 심사 방식에 대한 견제장치나 피드백이 부재하다. 난민심사에서 국가정황정보 조사 등 충실한 사실조사가 뒷받침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난민면접조서· 난민불인정사유서 등 기본적인 서류가 여전히 한국어로만 제공되고 있고, 난민면접 녹화파일을 교부하지 않는다. 난민불인정결정 이후 이의신청 및 소송 등의 절차에서도 통·번역 지원, 법률조력 등을 받을 수 없어 구제절차가 충실히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위에서 언급한 신속심사 확대 지침상의 신속심사 대상에는 난민재신청자도 포함이 되어 있어 거의 대부분의 난민재신청자는 다시 제대로 심사 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무의미한 재신청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이렇게 신속심사 대상으로 분류된 이들은 부실한 졸속심사를 거쳐 바로 난민불인정결정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현저히 낮은 난민인정률, 부족한 난민심사 인프라와 역량, 절차보장의 미흡, 조직적인 부실심사의 지시 사건 등으로 대부분의 난민신청자는 난민인정을 받지 못하고, 다시 한 번 난민신청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4. ‘중대한 사정변경판단기준과 절차의 부재

 

한편, 앞서 언급한 322일 자 법제사법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에서 법원행정처는 난민법 개정안의 부적격 심사제도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의 우려를 표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법무부 장관이 결정한다는 것만 나와 있고 적격심사 기준이나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관해선 내용이 별로 없다. 해당 절차에서 난민이 어떤 보장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가 도입되면) 난민 지위와 관련해 중대한 영향이 생기는 점을 고려할 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법원행정처의 지적대로 난민법 개정안은 적격심사의 기준과 절차에 관하여 아무런 구체적 내용을 두지 않은 채 법무부장관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 또한 부적격결정을 받으면 난민면접을 생략할 수 있고 이의신청 등 불복의 기회가 차단되어 난민신청자의 권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됨에도 적격심사제도에서의 절차적 권리보장이나 조력권의 보장 등에 대하여도 일체 마련해두고 있지 않다. 법무부장관의 자의적인 재량권 행사가 가능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법무부는 난민법 개정안에서도 중대한 사정변경이 있음을 소명한 경우에는 부적격결정에서 제외하므로 이러한 제한은 합리적임을 주장한다. 그러나 박해를 피해 도망쳐 오느라 물증을 취득하기 어려운 난민의 경우 진술만으로 사정변경의 중대성을 입증하는 데 한계가 있고, 난민전담공무원 등의 업무량을 고려하면 부적격 심사 기간인 21(14일에 7일 연장 가능) 내에 담당 공무원이 국가정황정보 등을 리서치하면서 사정변경의 중대성을 파악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

 

또한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현재에도 중대한 사정변경을 협소하고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어 대부분의 난민재신청자는 사정변경이 없다는 이유로 체류연장이 거부되는 실정이다.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재신청을 하였다는 이유로 기계적으로 지침을 적용하여 체류허가 제한을 하는 현행 정책에 대하여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사건들이 있었고, 이 개별사례들에서 법원은 위 정책의 위법성을 거듭하여 확인하였다.

 

서울행정법원 2020. 9. 10. 선고 2019구단64429 사건에서 법원은 출입국이 재신청한 난민신청자의 사정변경여부 즉, 명백히 이유 없는 난민신청인지 아무런 심사를 하지 않았다는 재량권 불행사를 이유로 체류기간연장불허처분을 무효로 확인하였다. 전례 없이 강력한 판단을 한 것인데 법원은 접수를 받고 있는 출입국이 판단의 기초가 되는 난민인정신청서, 난민면접조서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하였다. 법원은 출입국이 행정청으로서 기본적인 사실조사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 사정변경 없는 난민재신청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체류자격 부여를 거부하고 출국명령을 내리는 것에 대하여 설사 체류자격 변경허가에 있어 출입국관리법이 출입국에 폭넓은 재량을 부여하고 있더라도 이 취지마저 몰각하여 재량권을 아예 행사하지 않은 경우라 보아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다고 판단하였다.

 

이후 2022. 9. 개정된 지침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난민재신청 접수시 체류허가 제한 심사대상자인지 여부를 심사하는 절차를 두고 있지만 그러나 여전히 법무부의 최근 답변자료에 따르면 재신청시 중대한 사정 변경 여부의 판단기준에 대해서는 해당사항의 공개시 출입국관리행정에 있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고, 난민인정심사 업무의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하였고, 중대한 사정변경이 인정된 건수에 대한 통계는 '부존재'하다고 답변하였다.

 

2022. 9. 자 난민업무 지침상 기재된 난민인정 재신청자의 경우 기존 난민인정신청 당시의 자료와 비교·대조 등으로 난민인정 여부를 판단함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유가 있는지충실히 검토하도록 하는 것 이상의 구체적 판단 기준을 두고 원활히 시행되고 있는지 의문이며 '중대한 사정변경' 여부가 자의적이지 않게 충실히 심사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모니터링 할 길 조차 없다.

 

 

5. 마무리

 

현행 난민법은 이미 체류 연장의 이익을 주된 목적으로 난민인정 신청을 한 일부 난민신청자에 대하여 심사 및 처우에 있어 일부 제한을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난민법 제8조 제52호에서 난민인정을 받지 못한 사람 또는 제22조에 따라 난민인정이 취소된 사람이 중대한 사정의 변경 없이 다시 난민인정을 신청한 경우 심사절차의 일부를 생략할 수 있도록하고, 난민법 제44조에서는 40조 제1항 및 제41조부터 제43조까지에서 정한 처우를 일부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난민법 규정에 대하여도 입법 당시부터 우려의 의견이 있었고, 난민신청자의 심사 및 처우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해석·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행정당국은 난민법에서 허용하는 한계마저 넘어서서 체류허가 내지는 연장허가의 권한이 출입국의 재량이라는 근거만을 가지고 지침으로 체류연장을 거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취업허가를 받을 수도 없고 신분증명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이는 출입국 권한의 남용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법무부는 법을 개정하여 난민재신청자 등에 대해 난민심사의 기회와 불복의 기회마저 박탈하려 하고 있다. 온전한 난민심사를 받을 수 없는 한국의 현실에서 난민법 개정안의 도입은 시기상조이며, 난민인정을 받지 못한 약 99%의 난민신청자가 더 이상의 심사기회를 얻지 못하고 송환할 수 있는 근거로 남용될 것이다. 지침으로 체류허가를 제한하는 부당한 관행은 즉시 시정되어야 하며, 법무부 난민법 개정안은 폐기되어야 한다.  

 

김연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