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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허위면접 사건’과 국가배상판결의 의미

2021-2022 이주인권 디딤돌 걸림돌 판결 보고대회에서 3주제 : 난민허위면접 국가배상 사건의 토론으로 발표한 내용입니다.

 

들어가며

 

국가, 난민전담공무원, 통역인에 대해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본 판결은 난민허위면접 사건의 위법성을 확인하고 책임을 물은 최초의 판결이자, 현재까지의 유일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사회적 의미를 갖는다. 법원은 난민면접절차가 실질적으로 난민인정여부를 결정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조사절차임을 전제하면서, 난민면접절차에서 난민전담공무원과 통역인의 의무에 대해 설시하고, 이와 같은 의무를 위반한 것의 위법함을 확인하였다.

 

그간 언론을 통한 사회적 파장도 있었고 법무부에서도 책임을 인정하는 조치를 취하는 등 책임 주체들의 위법행위가 명확해 보인 사건이었음에도 허위 면접 당시 난민면접 녹음·녹화가 되지 않아 객관적으로 사실을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국가배상소송 과정에서 위법성을 증명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피해자들을 대표하여 이 과정을 진행해 온 원고 가족과 원고를 대리하여 치열한 법적 공방을 지금까지도 이어가고 있는 대리인단에 감사와 연대의 마음을 표한다.

 

한편 이 사건은 소송 제기 후 판결 선고까지 약 3년의 시간이 걸렸는데, 그 과정에서 난민허위면접 사건과 긴밀하게 연결되는 국가의 위법한 신속심사지시 지침 운영의 문제가 드러났다. 난민인권센터는 피해당사자들, 난민단체들과 함께 이 사건에 대해 공론화하고, 언론 취재 등을 통해 사건의 전말을 일부 밝혀내고,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제기를 통해 국가의 인권침해 행위를 확인하고, 법무부의 피해 회복조치를 이끌어 내기 위해 활동해 왔다. 본 토론문에서는 이 사건의 내용과 문제제기 과정을 개관하고, 사건을 통해 발견한 난민심사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사건의 개요

 

난민허위면접 사건은 특정 난민전담공무원과 통역인이 허위로 면접을 진행한 사건으로 처음 문제제기가 되었고 사건의 전말을 밝혀가는 과정에서 법무부가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이하 난민협약이라 한다) 및 난민법에 위배되는 위법한 신속심사를 지시하고, 이를 무리하게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구조적 문제 또한 드러났다. 난민심사과정에서 난민심사 녹음·녹화, 변호사 조력 등 난민신청자의 권리보장 방안이 미흡한 문제, 난민심사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자격요건과 책임의 문제, 난민전문통역인의 부실한 선발 및 교육과정의 문제, 난민심사의 인적·물적 역량이 부족한 문제, 난민면접조서·난민불인정사유서 등 난민심사의 공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문서가 한국어로만 제공되는 문제 등 난민심사과정 전반의 전문성·공정성·투명성 결여가 여실히 반영되어 나타난 사건이라는 점에서도 시사점이 매우 크다.

 

201411월부터 법무부는 난민심사가 진행되는 전국의 사무소에 난민신청자의 신청을 신속· 집중·일반·정밀의 네 가지로 분류하도록 하는 지침을 운영하면서, ‘신속으로 분류된 심사 대상자에 대해서는 면접을 1-2시간 이내로 간이하게 실시, 사실조사 생략, 7일 이내(최대 14일 이내) 처리, 신속심사 적용대상에 대한 처리비율을 40%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등의 지시를 내렸다. 또한 법무부는 난민전담공무원 1인 기준으로 월 15~25건의 난민심사를 처리하도록 목표를 설정하고 처리실적을 보고하도록 하고, 신속심사를 담당하는 공무원에게는 월 40-44건을 처리목표로 설정하도록 하였으며, 처리목표에 미달한 경우 경위서를 내도록 하는 등 지침을 무리하게 이행하려 하였다.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서 2016년에 심사한 현황을 살펴보면, 5,010건 중 신속심사로 분류된 건수는 3,436(68.6%)이었으며, 특히 이집트 국적자의 난민신청 838건 중 791(94.4%)이 신속심사로 분류되어 처리되었다. 이 신속심사로 분류된 대상자 가운데,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서 난민신청을 한 아랍권 난민신청자 다수의 난민면접조서가 심각하게 조작된 사실이 발견되었다.

 

피해자들의 난민면접조서에는 난민신청을 하면 합법적으로 한국에서 체류하면서 일을 할 수 있어 난민신청을 하였고, 난민신청서에 기재된 난민신청 사유는 모두 거짓이며, 언제든지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라는 내용이 거의 복사한 수준으로 유사하게 적혀 있었고, 난민불인정결정통지서와 함께 수령한 난민불인정사유서에는 난민불인정결정을 내린 사유로 취업목적이라고 적혀 있었다.

: “신청인이 난민신청서에 기재한 내용은 신청인이 경험한 사실을 적은 것이 맞나요?”
: “아니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을 적은 것입니다.”
: “신청인이 신청서에 기재한 내용은 사실인가요?”
: “아니요. 사실이 아닙니다.”
: “신청인이 난민신청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 “한국에 체류하며 일을 하고 싶습니다.”
: “신청인이 본국에 돌아가게 되면 어떠한 문제나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나요?”
: “아니요. 없습니다.”

 

또한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의 난민면접은 약 20-30분 정도로 졸속으로 진행되었고, 제대로 발언할 기회도 제공되지 않았으며, 진술이 어떻게 면접조서에 기재되었는지 확인하는 절차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면접조서의 열람·복사 신청을 하여 확인하게 된 피해자들의 난민면접조서 사본에는 통역인, 담당공무원, 난민심사관의 이름이 모두 삭제되어 있었다. 그리고 밝혀진 피해사례 모두 난민법상 난민면접의 녹음 또는 녹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문제제기 과정

 

2017. 10. 12. 서울행정법원 판결 선고 (중대한 절차적 하자의 인정)
2018. 7. 18.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제기
2018. 9. 법무부의 자체조사 발표 및 제도개선 시행 약속
2018. 9. 18. 국가배상청구소송 제기
2019. 6. 18. 피해자 증언대회
2019. 7. 23. 법무부 사건 가담 공무원 내부감찰 및 중징계 요구 - 견책처분
2020. 2. 법무부 재심사 방침 시행
2020. 9. 10.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2021. 12. 3. 국가배상청구소송 1심 승소 (대한민국의 손해배상책임 확정)

 

난민허위면접 사건 인지한 이후 피해자들은 법원에 난민불인정결정에 대한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201710월 심사가 부실하고 졸속으로 이루어진 점을 인정하면서 해당 난민면접조서를 기초로 한 처분에는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음을 확인하는 내용의 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다. 서울행정법원 2017구단4294 판결은 난민면접의 중요성과 난민심사관의 의무를 강조하면서 문제된 사건의 난민면접과정 및 난민면접조서의 절차상 위법성에 대해 판단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2017구단4294 판결의 판결이유


난민인정신청 심사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조사 절차는 바로 난민면접이고, 이러한 난민면접에서 작성된 난민면접조서를 기준으로 법무부장관이나 지방출입국의 장이 난민신청자의 난민인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난민심사는 난민신청자의 본국인 외국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것인데다가, 외국인인 신청자가 증거자료를 제대로 갖추기가 어렵고, 난민심사자 역시 그 증거자료, 참고자료를 입수하기가 쉽지 않다는 특수성이 있어 기본적으로 난민신청자의 진술에 의지하여 난민심사를 하게 된다.


난민신청자들이 난민인정신청서에 자신의 박해에 관한 사항을 기재하고는 있지만, 궁박한 처지의 외국인으로서 그 신청서에 구체적이고 상세한 내용을 기재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난민심사관은 난민면접을 실시하면서 난민신청자에게 자신의 박해사유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하고, 난민신청서에 적혀 있는 박해사항이나 면담과정에서 나온 원고가 받은 위협에 대해 심도 있게 질문하고 신청자의 답변을 유도함으로써 박해 관련 사항에 대해 깊이 조사하고, 충실한 면담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난민신청자에 대한 면접절차가 전반적으로 부실하게 진행되었고, 필수적으로 진행했어야 할 박해에 관한 질문이나 난민면접조서의 확인절차 등이 누락되거나 형식적으로 이루어졌으며, 난민신청자의 진술조차 왜곡되어 면접조서에 제대로 기재되지 않았다. (중략) 난민신청자에 대한 기본적인 박해에 관한 사항조차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난민면접은 형해화 될 정도로 졸속으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난민면접절차를 제대로 거쳤다고 볼 수 없다.

 

20187월 재단법인 동천과 난민인권센터는 난민허위면접 사건에 대해 진정을 제기하였다. 20209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신속심사가 제도적으로 도입·확대되었던 시기에 남용적 신청이라는 예단 아래 난민전담공무원과 통역인이 난민 면접과정을 형식적으로 진행하고 이집트 등 중동아랍권 난민신청자 대다수에 대해 신속심사로 분류하여 처리한 행위, 공무원 등에게 난민심사 처리목표를 설정하고 미달 시 경위서를 제출하도록 한 법무부의 조치들이 난민신청자들의 행복추구권과 적법절차를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난민면접과정을 직접 진행한 난민전담공무원과 통역인 등 개인의 일탈도 있었지만 당시 신속심사를 도입한 난민심사 정책과 그 집행과정에 있어 법무부의 책임도 있다고 보고 이와 같은 사례가 향후 발생하지 않도록 난민인정 심사의 공정성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 침해구제제2위원회 결정(18진정0572400 사건) 주문


법무부장관에게
1. 난민법 개정을 통해 난민 면접과정의 녹음·녹화를 의무화하고, 난민신청자에게 녹음·녹화 파일 등 면접과정에서 생성된 자료의 열람과 복사를 보장하기를,
2. 난민신청자에게 난민면접조서를 교부하면서 난민전담공무원, 통역인, 난민심사관의 이름을 삭제하는 관행을 시정하기를,
3. 난민전담공무원, 통역인, 난민심사관의 전문성과 공정성 강화를 위한 훈련과정과 평가 제도를 마련하기를,
4. 난민법상 난민심사관에게 부과된 의무를 분담하는 난민전담공무원에 대한 실질적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하기를
각 권고합니다.

 

난민허위면접 사건20187월 기자회견, 20196월 피해자 증언대회 등을 통해 공론화되었고, 언론의 적극적인 취재 과정에서 법무부의 조직적인 신속심사 지시 정황 등이 드러나게 되었다. 법무부는 처음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다가 법원의 판결이 선고되고 사건이 이슈화되자 20189월 자체적인 전수조사를 진행하여 일부 난민불인정결정을 직권으로 취소하였음을 밝혔고, 20197월 관계 공무원에 대해 내부 감찰을 진행하여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조치를 요구했다. 그리고 20202월 피해자 피해회복 조치로서 신속심사 지침을 강화한 시점인 201594일부터 201871일 사이에 아랍어로 난민 면접을 보았지만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 난민신청자에 대해 다시 난민신청의 기회를 부여하는 재심사 방침을 시행하였다.

 

그리고 2021. 12. 3.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89난민허위면접 사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소송에서 난민전담공무원과 통역인,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난민전담공무원과 통역인에 대하여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해 난민면접조서를 허위내용으로 부실하게 작성한 책임이 있다고 보아 배상책임을 인정하였고 국가도 공동하여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가단5200580 판결의 판결이유


피고 000은 난민전담공무원으로서 난민면접을 실시하면서 난민신청자에게 자신의 박해사유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하고, 난민신청서에 적혀 있는 난민신청 사유나 면담과정에서 난민신청자가 진술한 자신이 받은 위협에 관한 내용에 대해 심도 있게 질문하여 신청자의 답변을 유도함으로써 박해 관련 사항에 대해 깊이 조사하고, 충실한 면담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며, 난민신청자가 진술한 바가 정확하게 통역되어야 하고, 그 진술 내용이 왜곡 또는 조작 없이 면접조서에 정확하게 기재되도록 해야 하며, 면접조서 작성이 끝나면 난민신청자에게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피고 000는 난민면접과 관련하여 법무부장관으로부터 통역을 위탁받은 자로서, 난민신청자의 진술을 정확하게 통역하고, 그 통역한 내용이 왜곡 또는 조작 없이 면접조서에 정확하게 기재되었는지를 확인해야하며, 면접조서 작성이 끝나면 난민신청자에게 그 내용을 번역해 주어 정확히 그 진술이 반영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데,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특히 원고의 본인신문 결과와 000의 증언에 의하면, 피고들은 각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하여 이 사건 난민면접조서를 허위 내용으로 부실하게 작성하여 자신들의 위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할 것이다.

 

난민심사제도 운영의 문제점

 

한편 난민 허위면접 사건난민심사제도 운영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기도 하다.

 

2012년에 제정, 20137월 시행되어 올해 시행 1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 난민법은 난민심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특히 난민면접에서의 절차적 권리를 강화하고자 제2난민인정 신청과 심사 등의 표제 하에 난민인정절차에 관한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난민심사관 및 난민전문통역인의 자격요건과 업무의 수행방식 등을 법령에 규정하고, 난민신청자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난민면접을 녹음·녹화하도록 했다. 또한 난민신청자에 대한 공무원의 협조의무를 강화하며, 난민신청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도록 하는 규정 등이 마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민허위면접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것은 난민법상의 위 규정들이 유명무실하게 운영되었기 때문이었다.

 

실제 난민신청자의 심사를 담당하는 공무원 대부분이 난민법에서 정하는 난민심사관의 자격을 갖추지 못하고 있고, 난민면접 조사를 진행하는 난민전담공무원에 대하여는 난민법령에서 아무런 자격요건도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 난민면접은 밀폐된 공간에서 진행되며, 담당하는 난민전담공무원이 면접조사에 대해 전권을 휘둘러 권한을 남용하거나 제대로 면접조사가 진행되지 않더라도 이를 확인하거나 보완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구조이다.

 

피해사례 대부분의 통역을 맡았던 통역인은 아랍어를 학부에서 이중 전공한 것에 불과하고 기타 관련 경력 등이 없음에도 난민전문통역인으로 위촉되어 면접을 진행하였다. 통역의 정확성과 윤리성을 담보할 수 있는 아무런 장치도 없는 상황에서 난민전문통역인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수백 명의 난민면접에 통역인으로 참여하면서 수당을 받았고, 난민 허위면접 사건에 적극 가담 또는 방조하였지만 이후 징계 등 책임을 부담하지도 않았다.

 

난민법에서는 난민신청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면접과정을 녹음 또는 녹화하도록 의무화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난민신청자에게 녹음 또는 녹화를 요청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아 왔다. 피해사례 중에서도 역시 단 1건도 녹음 또는 녹화를 한 사례가 없었으며 난민법에 규정된 변호사 또는 신뢰관계인이 동석한 사례도 없었다.

 

한편, 이 사건에서 피해자들이 자신의 난민면접조서와 난민불인정사유서에 적힌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더라면 자신의 난민면접이 조작되었고, 면접조서가 허위로 작성되었다는 사실을 바로 인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난민면접조서와 난민불인정사유서는 한국어로만 기재되어 있고, 아무런 통번역이 제공되지 않고 있어 피해자들은 피해사실도 모른 채 불인정결정을 받아야 했고, 소송과정에서 변호사를 수임하였거나 난민단체를 찾은 아주 소수의 난민신청자가 조력과정에서 피해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난민허위면접 사건에 대한 문제제기 이후, 난민전담공무원 일부 충원, 난민면접 녹음·녹화 의무화, 난민통역인 인증제 도입 등 일부 난민심사제도의 개선이 있었지만 여전히 난민심사 과정에서 대부분의 난민신청자는 아무런 조력을 받지 못하고 있고, 난민신청서나 난민불인정 사유서 등 기본문서에 대한 통·번역이 제공되지 않는다. 그리고 법무부의 신속심사 지침 운영은 중단되었지만, 여전히 편견에 기반해 특정 난민신청자를 유형화 하여 그들에 대하여는 체류자격을 상실하게 한 채로 난민심사를 받도록 하는 또 다른 지침이 운영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계속해서 난민신청자의 인권은 침해되고 있다. 2난민허위면접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결국 공정하고 충실한 난민심사가 진행되고, 난민인정절차에서 난민신청자의 기본적 권리가 보장되도록 향후 지속적인 난민심사 제도의 개선이 이어져야 한다.

 

마무리하며

 

본 국가배상청구 소송은 난민허위면접 사건의 문제제기와 함께 시작되었다. 그리고 결론이 내려지기까지 3년여의 오랜 시간 동안 사건의 진행과 동시에 당사자들의 증언을 통한 공론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 법무부의 피해회복 조치 등이 이어져왔다. 이 전대미문의 심각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하여 일련의 문제제기 과정에 이어 법원이 구속력 있는 결정으로 관계자들에게 피해에 대한 배상을 하도록 명한 것은 그 영향력과 파장이 상당하였을 것이다. 무소불위의 난민심사 권력이라도 이러한 심각한 인권침해 사건을 저지를 경우 그에 상응한 책임을 지게 됨을 경고하며 관계자들의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한편 사건이 발생한 시점으로부터는 벌써 7-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문제제기가 처음 이루어진 시점으로부터도 6년의 시간이 경과하였다. 오랜 시간이 경과하며 이미 일부 피해자들은 한국을 떠나기도 하였고, 구제절차가 진행되기 전 강제퇴거를 당하기도 하였다. 법무부의 재심사 방침 등에 따라 재신청을 한 피해자들 가운데에서는 난민인정을 받은 사례도 있지만 대다수는 한국의 좁은 난민인정의 문을 넘지 못하고 다시 불인정결정을 받게 되었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어쩌면 이 소송은 난민허위면접 사건의 위법함을 확인하고 책임을 물은 최초의 판결임과 동시에 유일한 사건으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

 

여전히 소송은 끝나지 않았고, 난민전담공무원과 통역인은 항소를 하여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재판과정에서 이미 재심사를 통해 난민으로 인정된 피해자에 대해 다시 한 번 난민사유가 진정한 것인지 의심하며 검증하려는 시도가 지난하게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잘 마무리하는 것은 남아있는 첫 번째 과제일 것이며 난민인권센터도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

 

김연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