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글
난민법에서는 한국정부에 난민인정을 신청한 외국인을 '난민신청자'로 정의하고 있고, 그 범위에 대하여 제2조 4호에서 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난민인정 신청에 대한 심사가 진행 중인 사람, 난민불인정결정이나 난민불인정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의 기각결정을 받고 이의신청의 제기기간이나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의 제기기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 난민불인정결정에 대한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사람이 난민법상의 난민신청자의 지위에 있습니다. 난민신청자는 난민인정자와 인도적체류자와 같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송환되지 아니하며, 한국정부는 난민신청자가 난민신청서를 제출하면 지체없이 면접 및 사실조사 등 난민심사를 하여야 합니다. 한국의 난민인정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난민인정절차는 난민지위를 가진 외국인이 전국의 지방출입국 외국인보호소에서 난민인정 신청서를 접수하면서 시작됩니다. 출입국관리공무원은 난민인정 신청에 관하여 문의하거나 신청 의사를 밝히는 외국인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도와야 할 협력의무가 있습니다. 난민인정신청서의 접수 후에는 지체 없이 난민신청자에 대하여 면접 및 사실조사가 이루어져야 하고, 난민법상 난민인정 등의 결정은 접수일로부터 6개월 안에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부득이한 경우에는 6개월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하여 연장할 수 있습니다).
난민법상 난민심사는 개별 면접 및 사실조사를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난민신청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같은 성(性)의 난민심사관이 면접을 하여야 하며, 통역인의 경우에도 요청이 있는 경우 같은 성(性)의 난민전문통역인으로 하여금 통역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난민심사관은 면접 내용을 난민면접조서에 기록하여야 하며, 면접이 끝난 후 난민면접조서를 난민신청자에게 읽어주거나 열람하게 한 후 잘못 기록된 부분이 없는지 물을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난민신청자가 난민면접조서의 기록 사항에 대하여 추가·삭제 또는 변경을 요청하면 그 요청한 내용을 난민면접조서에 추가로 기록하여야 합니다. 난민신청자는 본인이 제출한 자료, 난민면접조서의 열람이나 복사를 요청할 수 있고, 출입국관리공무원은 그 요청에 지체 없이 응하여야 합니다. 난민법은 난민면접 과정에 변호사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밝히고 있고, 신뢰관계 있는 자의 동석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난민신청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면접 과정을 녹음 또는 녹화를 의무화 하고 있습니다. 난민면접과정이 녹음·녹화된 경우 난민신청자는 이후 이의신청, 취소소송 등의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자신의 면접에 대한 녹음·녹화 기록의 열람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은 난민신청자에 대한 면접 및 사실조사를 하여 그 결과를 법무부장관에게 보고합니다. 법무부장관은 난민인정신청이 이유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난민임을 인정하는 결정을 하고 난민인정증명서를 난민신청자에게 교부합니다. 난민인정을 받은 경우 거주(F-2)자격으로 체류자격 변경을 하게 되고, 1회에 3년의 체류기간을 부여 받아 이를 연장하며 장기간 체류할 수 있게 됩니다. 만약 난민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결정하는 경우에는 난민신청자에게 그 사유와 30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는 뜻을 적은 난민불인정결정통지서를 교부합니다. 난민심사에서 난민 불인정결정을 받을 경우 이를 다투는 수단으로 난민법에서는 이의신청절차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난민불인정결정을 받은 난민신청자는 통지서 수령일로부터 30일 내에 이의신청서를 접수 할 수 있습니다. 법무부장관은 이의신청을 접수하면 이를 ‘난민위원회’에 회부하고, 난민위원회에서 내린 심의 결과를 존중하여 이의신청에 대한 결과를 냅니다. 난민불인정결정을 받은 사람 또는 이의신청기각결정을 받은 사람은 그 통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난민법에 난민심사절차에 관한 세부적인 조항들을 마련하고 있고, 난민신청자의 권리에 관한 일부 규정들을 두고 있지만, 한국의 난민심사제도에 대하여는 그간 여러 미비점과 문제점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우선 한국의 난민인정률이 매우 낮습니다. 지난 2021년 한 해 동안 난민심사를 통해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불과 총 32명이며, 이의신청 과정에서 난민지위를 인정받는 사람은 24명, 소송을 통해 난민인정을 받은 경우는 16명입니다. 2021년 심사종료자 대비 난민인정자의 비율(난민인정률)은 1% 정도에 불과합니다. 2021년 EU 난민인정률이 평균 35%인 것과 비교해 보았을 때에도 한국의 난민인정률은 매년 심각하게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난민법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난민심사 과정의 절차적 권리 보장이 미흡하고, 난민법에서 난민심사의 기간을 6개월(부득이한 경우 6개월의 범위 내에서 연장)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대부분의 난민신청자는 심사의 적체로 오랜 시간을 불안정한 지위로 대기하고 있습니다. 신청서 작성과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조력을 받기 어려우며, 접수과정에 통·번역이 제공되지 않고, 난민면접조서, 난민불인정사유서 등 기본적인 서류가 여전히 한국어로만 제공되고 있습니다. 출입국항에서 난민회부심사를 받은 경우 면접조서를 뚜렷한 법적 근거 없이 공개를 거부하기도 하고, 난민면접 이후에도 녹화파일을 교부하지 않고 있습니다. 난민심사·처우·체류지침이 공개되어 있지 않아 난민심사와 체류관리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정보가 공개되어 있지 않습니다. 난민심사를 담당하고 책임지는 난민심사관이 턱없이 부족하고, 난민심사과정에서 충실한 사실조사가 뒷받침되지 않으며, 소수언어 통역인 인프라가 부족하며, 난민심사 담당 공무원이 전문성을 갖추기 어렵고, 난민전문통역인에 대한 충실한 기술 및 윤리교육이 부족합니다.
이의신청절차는 2020년 난민심의과 신설로 정보제공 강화, 접수 강화, 청문절차 도입 등 개선을 꾀하고자 하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비상설화된 난민위원회에서 충실하게 전문적으로 심사가 이루어지기 어렵고, 과정에서 조력을 받아 유리한 증거자료를 충분히 제출할 수 있는 기회나 난민위원회에 출석해 진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이의신청 이후 진행과정도 대외적으로 공개되어 있지 않아 난민신청자로서는 사건의 진행 경과 조차 알지 못한 채 오랜시간을 대기하다가 이의신청이 기각되었다는 결정통지를 받게 됩니다. 난민불인정결정에 대해서는 법원에 소를 제기하여 다툴 수도 있지만, 과도한 소송비용의 부담이 있고, 변호사 조력을 받기가 어려우며, 재판절차과정의 정보와 기본적인 통지서(보정명령 통지서, 변론기일 통지서, 판결문 등)에 대한 통번역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고 있습니다.
난민인권네트워크 내 난민처우실무그룹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점들을 49명의 난민신청자로부터 직접 듣고, 본 <한국의 난민신청절차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본 보고서에서는 난민신청절차 전반의 정보제공 현황을 확인하고, 난민신청서 접수단계- 난민심사단계- 난민심사 결과 통지 단계- 이의신청 단계- 행정소송 단계 등 난민인정절차에 따른 각 단계에서 겪었던 상황에 대한 경험을 담았습니다. 또한 난민인정절차에서의 아동의 권리, 출입국의 동향조사(사실조사), 난민신청 철회 이슈, 난민심사기간과 그 기간 동안의 체류에 관한 어려움 등에 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49명의 난민신청자를 직접 만나 청취한 결과를 바탕으로 발견한 문제점을 검토하고 개선사항에 대한 제언을 담았습니다.
난민법 제정 10년을 맞이한 지금, 본 보고서를 통하여 한국의 난민신청자들이 겪고 있는 현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충실하고 공정한 난민심사와 난민신청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에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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