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으로 대륙과의 연결이 끊긴 한국에서 공항은 유일한 출입통로이고, 모든 외국인이 거쳐가는 곳이다. 그러나 이곳에는 환영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출신국에서의 박해를 피해 살아 남겠다는 삶의 의지를 가지고 한국의 문을 어렵게 두드렸는데 한국은 이들을 입구에서부터 차단하고 공항에 방치하고 있다.
에티오피아 국적 난민신청자 5인이 지난 4월 8일 난민심사 불회부결정을 받은 이후 현재까지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서 노숙을 하고 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 종교간 분쟁이 심각하여 현재도 계속해서 난민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출입국의 불회부결정 시점 이후, 출신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에티오피아 난민신청자에 대해 출입국, 항공사, 공항공사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이들은 약 두 달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공항터미널에 방치되어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있다.
이처럼 공항의 난민신청자는 여전히 숙식이나 건강의 문제를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극한의 생존 상황에 놓여 있다. 과거 공항에서 지내던 만 2세의 아동은 건조하고 추운 공항의 환경에 발바닥이 가뭄에 마른 논처럼 갈라졌고 고열에 시달렸다. 건강이 쇠약해진 여성들도 굶거나 빵과 초콜릿으로 끼니를 해결해야만 했다. 지난 2019년에는 4명의 아동과 부모가 1년 동안 공항 공중화장실에서 몸을 씻어야 했고, 노숙을 하며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승객들에게 구경거리가 되어야 했다.
2021년 8월 입국이 불허 된 외국인이 출국하기까지 대기하는 공간인 출국대기실 운영을 국가가 책임지는 내용의 출입국관리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그간 출국대기실의 운영근거가 법률에 없고 민간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일부 이뤄낸 성과이다. 출국대기실 운영에 관한 사항은 8월 18일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5월 25일 행정입법예고가 되었다. 그러나 출국대기실 운영을 앞두고 있음에도 여전히 국가는 에티오피아 난민신청자 5인의 상황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아직 개정된 법이 시행되지 않아 아무런 권한도 의무도 없다는 책임회피를 하기에 급급하다.
한편, 현재 공항 내의 출국대기실은 송환대상자가 일주일 내로 짧은 시간 동안 출국을 대기하는 임시대기시설이다. 보안구역 안에 설치되어 있어 햇빛이 들지 않고 통풍이 잘 되지 않는다. 식사가 적절히 제공되기 어렵고, 잠을 자고 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외부와의 접견 통신도 차단되어 있고, 긴급한 의료 지원도 보장받기 어렵다. 난민불회부결정을 받은 경우 신속한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제도가 없기 때문에 소송을 통해서 다툴 수 밖에 없는 공항 난민신청자가 장기간 머물 수 있는 환경이 전혀 될 수 없다. 개정된 출입국관리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여전히 공항 난민신청자는 협소한 공간에 갇혀 열악한 처우에 놓이게 될 것이 뻔한 상황이다.
더 이상 공항 난민신청자가 한국 땅을 밟지도 못한 채 사실상 강제 송환의 압박에 시달리는 상황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협소한 공간에 갇혀서 햄버거와 콜라로 끼니를 연명하는 것으로 국가가 책임을 면하는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자유와 안전, 그리고 평화를 찾아 지구 다른 편 한국까지 목숨을 걸고 도착한 이들에게 우리는 절망과 무력감, 모멸감, 생존의 위협을 주어서는 안 된다. 모든 난민이 존엄한 대우를 받으며 정식의 심사기회를 받을 수 있도록 지금 당장 국경 속의 국경 세우기를 멈춰야 한다.
에티오피아 공항난민에 대한 신속한 입국과 정식의 난민심사 기회 보장하라
에티오피아 공항난민에 대한 강제송환의 압박을 중단하라
공항난민신청자에 대한 정식의 난민심사의 기회와 처우를 보장하라
2022년 5월 26일
난민인권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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