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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

[기자회견 발언문] 반인권적 외국인보호소 규탄한다

반인권적 외국인보호소 규탄한다
법무부는 고문도구를 늘리고 합법화하려는 시도 지금 당장 중단하라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가 발생한지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당시에도 외국인을 보호할 목적으로 설치한 시설로 ‘외국인보호소’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지만, 보호실의 구조와 운영은 구금시설과 다름 없었습니다. 불길에 휩싸인 상황에서도 도주를 우려하여 이중잠금장치를 여는데 시간을 지체하면서 10분이 사망하고, 17분이 부상을 입는 참사에 이르렀습니다. 사고의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사과와 피해회복 없이 수갑을 채운채 진료를 받게 하고, 제대로 치료도 다 받지 못한 채로 강제로 출국시켰습니다. 당시 참사에 대한 책임으로 시설을 폐쇄하고 인권공간으로 재편하라는 요구가 있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15년이 지난 지금 반인권적 외국인보호소 상황은 달라진게 전혀 없습니다. 심지어 여전히 버젓이 ‘보호’라는 이름을 달고, 화성외국인보호소는 스스로를 ‘전문보호기관’이라 칭하며, ‘보호외국인을 소중히 여기고 보호외국인이 잘 귀환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과 정성을 다하고 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실상은 어떠합니까. 외국인 억압 정치의 정점에 설치된 외국인보호소 안에서 국가권력은 절차적∙실질적 통제를 상실한 채 무분별하고, 잔인하게 작동되고 있습니다. 외국인보호소로의 유입과정에서 무자비하고 폭력적인 단속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사망했습니다. 일상을 정리할 틈도 없이 하루아침에 강제로 추방되었습니다.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하는 이들은 무기한 갇혀 있습니다. 심지어 아동을 구금합니다. 수감복과 같은 옷을 입고, 면회시간, 외부연락을 통제하며, 하루 30분만 바깥공기를 쐴 수 있습니다. 이런 열악한 처우에 부당함을 호소하니, 독방에 가두고, 손발을 묶고 눈을 가렸습니다.

 

심각한 인권침해가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는 그간 은폐되었고, 외면당해 왔습니다. 작년 M님에 대해 가해진 고문사건이 어렵게 드러났고, 이를 통해 다시 한번 외국인보호소의 반인권적 실태가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0년 7월, 2021년 10월, 2021년 12월 세 차례에 걸쳐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발생한 고문사건에 대해 헌법 및 고문방지협약에 위배되는 인권침해임을 확인하였습니다. 법무부는 2021년 11월 1일 보도자료를 통해 ‘화성외국인보호소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 결과 및 개선방안’이라는 이름으로 인권침해 사실을 인정하면서 향후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법무부는 보호장비 사용의 남용을 방지하고, 외국인보호규칙상 한정적으로 명시한 보호장비 이외의 장비의 사용금지 규정을 명문화 하며, 나아가 보호외국인에 대한 적법절차 강화방안, 외국인보호시설의 실질적인 보호시설로의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개선방안의 마련에 인권단체의 의견도 적극수렴하겠다 했습니다.

 

법무부가 밝힌 재발방지대책은 지금 어떻게 이행되고 있을까요. 인권단체와는 그간 아무런 소통의 시도도 노력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2월 10일 언론을 통해 공개된 법무부의 ‘보호장비 사용행위 재발방지를 위한 개선안’은 가히 충격을 금할 수 없습니다. 교도소에서 사용하고 있는 전신 결박용 의자와 침대 등 교도소 수용자들에게 적용되는 장비 13가지를 도입하려 한다고 합니다. ‘새우꺾기’ 고문사건 당시 법에 근거가 없는 사용으로 문제가 되었던 발목보호장비의 사용을 합법화하겠다 합니다. 보호의자, 보호침대, 조끼형 포승과 같이 사지를 묶어 움직임을 불가능하게 하는 장비를 도입하고, 심지어 둘 이상의 보호장비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새우꺾기’ 고문이 인권침해다 국가인권위가 확인하고, 법무부 자신들도 잘못했다 인정하더니 뒤에서는 그보다 더 심각한 고문을 가능하게 할 장비를 갖추고, 이걸 규정으로 집어넣고 있습니다. 이 고문장비를 사용하는데 의료진의 검토나 외부의 통제도 불가능합니다. 이것이 보호장비사용의 남용을 방지하겠다는 인권침해 사건의 재발방지 대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까. 앞에서는 외국인보호소를 실질적인 '보호시설'로 전환하겠다는 말을 하면서 어떻게 이것을 개선방안이라 운운하며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까. 얼마나 그 안에서 더 많은 사람이 다치고, 죽고, 고문 트라우마에 고통받게 될까요.


지금도 외국인보호소 안 많은 사람들이 무기한의 구금과 부당한 처우를 견뎌내고 있습니다. 어제도 보호소에 구금되어 있는 분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단체들에게 보호소 안에 계신 분들의 서명지와 함께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이 목소리를 한국말로 옮겨 이 발언기회를 통해 전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납치되고, 투옥된 뒤 아무런 기약 없이 약 3년 동안 갇혀 있습니다. 보호소 공무원은 자유를 원한다면 추방되는 것에 동의하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갇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그렇다면 안전을 보호받을 수 있는 제3의 국가로라도 가게 해달라고 했지만 이를 거절했고, 본국으로 송환하도록 결정되었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보호를 요청한 한국에서 겪고 있는 무기한의 구금은 어쩌면 우리가 본국에서 경험했던 박해보다 더 우리를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또 다른 박해입니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고통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이는 수갑과 케이블타이 그리고(또는) 머리장비가 씌워져 고문을 당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추방에 대한 압박으로 다가옵니다. 우리가 강제추방에 응하지 않으면 이와 같은 고문과 비인도적이고 모멸적인 취급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정신적 신체적으로 건강이 악화되고 있고, 보증금으로 요구되는 2천만원의 금액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보호일시해제도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외국인보호소에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굴욕적인 박해를, 그리고 사실상 가해지고 있는 본국으로의 추방의 압력을 중단하기를 요구합니다.”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가 발생한지 15년을 하루 앞둔 오늘 잊혀져서는 안 될 그 날을 기억하고 추모합니다. 억울한 죽음에 책임을 느끼고 연대하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라도 변화를 기대하고 함께 만들어가고자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더 이상 고통이 지속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입니다. 고문이 계속해서 자행되는 시설이라면 지금 당장 폐쇄되어야 마땅합니다. 외국인보호소 시설의 반인권적 운영을 멈출 것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법무부는 고문도구를 늘리고 합법화하려는 시도를 지금 당장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난민인권센터 김연주

공동성명 및 기자회견 자료집: http://nancen.org/2237 

영어번역문: http://nancen.org/2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