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략한 사실관계
난민법 제31조는 난민인정자는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음을 규정하고 있다. A씨는 난민인정자로 사회서비스에 관한 법령인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라 전세임대주택 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관할 관청인 서울시 관악구청장은 A씨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공공임대주택 신청을 할 수 없다("전세임대주택 신청은 외국인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원칙이며,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한 재외국민 거주자에 한해 청약이 가능합니다")는 이유로 신청의 접수조차 받지 않았다. 이에 A씨는 거부결정이 있었다고 보아 재단법인 동천, 법무법인 태평양의 조력을 받아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1월 23일 A씨에 대한 서울시 관악구청장의 전세임대주택신청 거부결정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서울행정법원 2021. 11. 23. 선고 2020구합78100 판결)
법원의 판단 이유 중 곰씹어볼 내용 발췌
(중략) 난민법 제31조에 의하면, 난민으로 인정되어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사회보장기본법 제8조 등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사회보장기본법 제8조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 사회보장제도를 적용할 때에는 상호주의의 원칙에 따르되,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사회보장제도와 관련된 관계법령이 다양하여 그 개별적 문구, 내용에 따라 난민에 대한 적용여부가 달라지거나 난민에 대한 적용배제의 근거로 원용될 것을 대비하여 위와 같은 입법형식을 취한 것으로 보이므로, 사회보장 관계법령에서 외국인에 대한 사회보장 제한 또는 사회보장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난민의 경우에는 그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는다는 의미로 보아야 한다. 한편 위 규정의 취지상 난민에 대한 사회보장 제한 또는 사회보장 특례가 필요하다면 관계 법령에서 이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을 두어 난민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제한하거나 배제하여야 할 것이다.(편집자 추가- 이 판시는 난민인정자의 장애인등록 거부결정 취소소송 사건인 부산고등법원 2017. 10. 27. 선고 2017누22336 판결에서 판시한 법리이다. 이 판결에서는 난민인정자에게 장애인복지법 제32조 제1항 등에 근거하여 장애인 등록을 하고 그에 따른 복지서비스의 제공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됨을 확인한 바 있다)
(중략) 관계 법령의 입법 취지 및 규정형식 등에 비추어보면, 전세임대주택의 입주자 선정 요건으로 무주택세대구성원일 것을 요구하고 주민등록표에 등재된 세대별로 이를 판단하도록 규정한 것은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외국인인 난민을 입주자 선정에서 배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주택공급신청자의 거주관계를 확인하고 그와 함께 세대를 이루고 있는 사람을 특정하여 무주택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주거복지사업처가 작성한 '재외국민 등의 임대주택 입주 관련 처리기준'에서는 공공임대주택 재원의 성격 및 외국인의 경우 무주택세대구성원이라는 신청자격을 충족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대한민국 국적이 없는 외국인은 전세임대주택 공급신청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법령이 아닌 위 처리기준에 의하여 난민에 대한 사회보장이 제한되거나 배제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는 난민의 경우 위 규정에 따라 국민과 동일하게 전세임대주택 입주자격을 갖출 수 있다고 할 것이고, 이 경우 외국인인 난민이 무주택세대구성원인지 여부는 주민등록표 대신 외국인등록표 등 다른 객관적인 자료를 통하여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난민인 원고에게는 공공주택 특별법 제45조의2, 같은 법 시행령 제40조, 난민법 제31조, 제30조 제1항, 난민협약 제24조에 의하여 일반국민과 동일하게 전세임대주택의 입주자로 선정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된다. (생략)
판결의 의의
난민법에서는 난민인정자에 대하여 난민협약에 기초해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른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도록 하고 있고(난민법 제31조),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른 기초생활보장을 받도록 하고 있으며(난민법 제32조), 상호주의 적용 배제에 관한 규정(난민법 제38조)을 두고 있다. 즉 내국인과 차별 없는 사회보장제도에의 편입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난민인정자의 경우 개별 사회보장에 관한 법령에서 난민인정자에 대한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더라도 난민법 제31조에 의거하여 난민인정자에게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가 직접적으로 인정되는데, 개별 사회보장법령의 적용대상에 난민인정자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경우, 정책 운영의 실무를 위한 내부 지침 등에 여전히 대상자가 ‘국민’이어야 한다거나 ‘주민등록’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이유에서 난민인정자에 대해서는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사회서비스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주거 관련 사회서비스 일체에서는 주민등록을 요구하며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난민인정자를 적용대상에서 배제해왔다.
그러나 이번 판결을 통해 다시 한 번 난민의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를 확인하면서, 난민의 사회보장에 관한 권리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개별 법령에 이에 관해 규정을 두어야만 가능하며, 법령이 아닌 내부 처리기준(지침)에 의하여 난민에 대한 사회보장을 제한하거나 배제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 나아가 각종 사회보장제도의 적용에 있어서 ‘주민등록’을 요구하며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난민을 포함한 이주민을 배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본 판결에서는 주민등록표 대신 ‘외국인등록표’ 등 다른 객관적인 자료를 통하여도 수급권 충족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본 점도 의미가 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난민의 사회보장에 관한 권리가 자의적으로 제한하거나 배제할 수 없는 것임을 사회보장정책을 운영하는 관계 부처 등이 재차 인식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아가 다양한 사회서비스를 포함한 사회보장법령을 전면적으로 검토·수정·개선하여 더 이상 내부지침을 이유로 난민인정자의 진입을 막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김연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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