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지침 정보공개청구소송 선고 기자회견
더 이상의 밀실행정은 그만! 법무부는 난민지침을 즉시 공개하라.
○ 일시: 2021. 10. 1.(금) 14:00 ○ 장소: 서울행정법원 앞 ○ 주최: 사단법인 두루, 난민인권센터, 난민인권네트워크 ○ 기자회견 순서 - 발언1: 난민지침 비공개의 현황과 이번 소송의 배경 / 고은지 활동가 (난민인권센터) - 발언2: 소송의 결과 설명 및 지침 비공개의 문제점 / 이상현 변호사(사단법인 두루) - 기자회견문 낭독 / 최초록 변호사(난민인권네트워크) |
[발언문 1]
난민지침 비공개 현황과 이번 소송의 배경
난민인권센터 고은지 활동가
난민인권센터는 2009년부터 현재까지 1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약 10만 여건의 난민상담을 진행해왔습니다.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난민을 만나며 우리는 한국 난민 정책의 심각한 구조적 문제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난민 신청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살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 권리가 제한되고, 범죄자 취급을 받는것 뿐만 아니라, 심사 과정에서 면접 기록이 조작되고, 수갑과 곤봉을 무기로 구금/송환되는 한국의 정책을 목도하게 된 것입니다.
폭력은 한 사람에게만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수만명의 사람들이 서울, 양주, 인천, 제주, 대구, 부산, 광주, 구미 등의 전국 각지 외국인보호소와 공항, 출입국사무소 또는 심사실에서 같거나 비슷한 형태의 폭력을 경험했고 절박하게 연락해왔습니다.
우리는 폭력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출입국사무소와 관련 부처에 수없이 전화를 돌렸습니다. 하지만 권리 침해를 자행하는 법적 근거를 그 어디에서도 명확히 듣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전화를 할때마다 담당 공무원은 다른 말을 했고, 난민 지침을 읽어보지도 않은채 답변하다 말을 바꾸는 출입국관계자들을 만났습니다.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근거 없는 폭력들이 발생하는 것인지.
왜 출입국과 법무부는 폭력상황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주지 못하는지.
그래서 우리는 매년 난민 정책 운용의 근거가 되는 지침을 정보공개 청구해왔습니다. 하지만 2007년 대법원의 난민 지침 공개 판결에도 불구하고 2010년 이래 매번 비공개 처분을 받아야 했습니다. 법무부는 지침 비공개에 대해 ‘국가안전보장ㆍ국방ㆍ통일ㆍ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국방과 통일 그리고 외교관계가 왜 난민을 향한 폭력을 가리는 이유가 되는 것인지 도저히 납득 할 수 없었습니다.
법무부는 “난민 제도를 통해 체류를 남용하는 일반 외국인이 있다”고 주장하며 그간 관련 지침을 여러번 개정해왔습니다. 그러나 권리에는 남용이 있을 수 없습니다. 세계인권선언과 관련 법령들에 따라 난민 신청은 권리이고 난민심사를 전문적으로 이행해야할 책임은 국가에 있습니다. 난민 심사의 전문성을 강화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를 난민의 권리를 빼앗고 폭력 진압하며 난민 개개인에게 화살을 돌리는 방식으로 덮고 있는 한국 정부의 현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최근 3년은 난민인권센터 설립 이래 가장 이례적인 기간으로 전체 상담의 70%가량이 출입국의 폭압적인 체류 제한, 구금 강행 등의 권리 침해 사례에 해당됐습니다. 본국 정부가 박해해 여권을 발급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여권 가져오지않으면 체류연장 해주지 않겠다” 협박하는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했고 난민신청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구금하거나 난민인정을 받았음에도 특정 국적만 체류를 제한하는 경악할 상황이 연속해서 일어났습니다.
나날이 난민에 자행되는 폭력의 강도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침을 알고 우리에게 부여된 권리를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지침에 없는 폭력이 발생할 경우 이에 즉각 대응하고 지침이 잘못됐으면 수정하여 추가적으로 발생가능한 권리 침해를 막아야 합니다.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그 효과가 일반적인 상황에 비해 두배, 세배로 확장되기 쉽고 이는 우리의 삶과 자유 심지어 목숨의 안전에까지도 위협을 느낄만큼 눈덩이 처럼 불어날 수 있습니다.
법무부는 공정한 정책 운용을 말하며 왜 인종차별과 폭력의 근간이 되는 난민 지침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까? 이미 15년전 난민지침 소송에서 밝혀졌듯이 주요 난민 수용 국가에서는 모두 관련 지침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한국만이 예외가 되는지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난민 제도를 남용하는 것은 정말 누구인지 이번 판결을 통해 명명백백히 밝혀지기를 바랍니다.
[발언문 2]
소송의 결과 설명 및 지침 비공개의 문제점
사단법인 두루 이상현 변호사
이 소송의 원고는 콩고 출신의 난민가족입니다. 이 가족은 공항에서 난민신청을 했지만 정식난민심사에 회부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에 대해서 소송을 제기했고 소송과정에서 법무부 측에 난민지침의 제출을 요구했습니다. 정식난민심사에 회부할지에 관한 기준을 난민지침이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법원도 판결을 위해서는 난민지침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 법무부 측에 난민지침을 제출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법무부 측은 법원의 명령에 거부했습니다. 난민지침에는 국가안보에 중요한 내용이 있다면서 제출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결국, 이 난민가족은 본인들이 왜 정식난민 심사에 회부되지 못한지도 알지 못한 채 공항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1년 가까이 공항에서 지낸 후에야 재판에서 이겨서 입국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소송은 바로 이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 시작된 소송입니다. 우리는 법무부에 난민지침의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였고, 법무부가 이를 거부해서 이 소송이 시작되었습니다.
난민가족의 사례가 극명하게 보여주듯이, 난민지침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여러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난민지침 비공개 때문에 불투명하고 예측가능하지 않은 난민행정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기준 자체가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법률과 국제인권 기준이 요구하고 있는 ‘절차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이 전혀 확보되지 않고 있습니다.
둘째, 기준이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불리한 처분을 받은 난민들은 그 결과에도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재판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기준이 투명하게 수립되어 있고 기준대로 법진행이 된다면, 기나긴 법정다툼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난민지침 비공개 때문에 불공정한 난민재판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콩고 난민가족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법무부 측은 본인들이 불리할 때에는 재판에서 난민지침을 제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본인들에게 유리할 때에는 재판에서 적극적으로 난민지침을 제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명백하게 ‘무기 대등의 원칙’에 반합니다. 쌍방이 다투는 재판에서, 규칙을 한 쪽만 알고 있고, 그쪽에서만 규칙을 사용할 수 있다면, 이것은 결코 공정한 재판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넷째, 법무부의 밀실행정은 자의적이고 잘못된 행정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행정법에서는 이것을 ‘통제기능’이라고 합니다. 행정의 기준과 근거가 제대로 공개되어 있어야, 국가가 자의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고 적법한 행정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예컨대, 공항에서 난민신청을 한 난민을 정식난민심사에 회부하지 않는 결정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총 34건의 법원판결이 내려졌는데, 그 중에서 법무부가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판단된 경우가 29건입니다. 법무부가 어떤 기준으로 심사를 하고 있는지가 외부에 공개되어 검증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85%에 달하는 비율로 법무부는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다섯째, 난민지침에는 법률에 반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내용에 근거해서 위법한 행정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법무부의 내부 지침에는 환승객인 난민신청자에게는 난민신청을 접수받지 말라거나, 주말에는 변호인접견을 할 수 없다거나, 난민신청자가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난민신청자가 본인의 난민면접 영상도 복사할 수 없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들은 모두 위법합니다. 지침을 투명하게 공개해서, 그 내용이 적법한지를 제대로 평가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적법한 난민행정은 그 기준과 절차를 공개하는 데에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2006년에 법원은 “절차의 투명한 공개를 통한 난민인정제도의 민주적 통제는 법집행의 투명성ㆍ공정성 확보와 공공의 안전과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며, 난민지침의 공개를 명했습니다. 이제 밀실행정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난민지침은 공개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난민인정제도의 민주적 통제와 법집행의 공정성을 위한 길입니다.
[기자회견문]
더 이상의 밀실행정은 그만! 법무부는 난민지침을 즉시 공개하라.
콩고 출신 앙골라인 루렌도 가족은 2018년 12월28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난민 신청을 했지만 공항출입국·외국인청은 이들에게 난민심사를 받을 기회도 주지 않았다. 루렌도 가족은 공항 43번 게이트 앞에서 280일 넘게 지냈다. 당시 열살도 되지 않은 루렌도의 네 자녀는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못한 채였다. 루렌도 가족은 출입국·외국인청이 어떤 기준으로 자신들에게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을 내렸는지 모른다. 난민지침이 비공개이기 때문이다.
난민지침은 난민행정에서 가장 중요한 지침 중 하나이다. 이는 어떤 절차로 난민심사를 진행하고, 난민신청자와 난민인정자의 처우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정하고 있는 중요한 행정문서이다. 따라서 난민행정이 ‘밀실행정’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 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될 필요가 있다.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지 않은 채 ‘밀실행정’이 이루어지는 곳에서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재작년에 대외적으로 알려진 ‘난민면접조서 조작사건’도 그중 하나이다. 면접관과 통역인의 자격이나 난민면접의 절차 등에 관한 내용이 제대로 공개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난민면접조서가 아예 허위 작성되는 사건까지 발생했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그동안 여러 차례 지적되어 왔다. 대법원은 2007년 난민지침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국회는 작년 국정감사에서 법무부에 이 문제를 지적하였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최근 지침 비공개의 문제를 지적하는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법무부 산하의 ‘법무검찰개혁위원회’도 난민지침 등 비공개된 지침의 공개를 권고하였다. 언론도 여러 보도를 통해서 이 문제를 지적하였다.
이제는 정말로 난민지침이 공개되어야 한다. 11년째 계속된 밀실행정은 중단되어야 한다. 우리는 난민지침을 즉시 공개할 것을 법무부에 촉구한다.
2021년 10월 1일
사단법인 두루, 난민인권센터, 난민인권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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