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난민 보호에 대한 난민인권네트워크의 입장] (20210825)
The Korea Refugee Rights Network's Position on the Protection of Refugees in Afghanistan (20210825)
<2021. 8. 25. 법무부, 외교부 오전 브리핑에 대하여>
난민인권네트워크는 정부가 난민을 난민이라 당당히 부르지 않고, 난민보호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며, 2018년 예멘 난민 사태에 대한 대응 시와 마찬가지로 일부 반대 여론을 무마하려는 데에만 급급한 것, 그리고 난민보호의 취지에 맞지 않는 부당한 발언만을 반복하는 것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1. 법무부 오전 브리핑에 대하여
가. 국내 거주 아프간 국적자들에 대한 조치는 ‘대한민국 정부’가 준수해야하는 법적 의무에 의한 것으로, 법무부가 임의로 베푸는 시혜적 조치가 아니다.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제33조와 고문방지협약 제2조제1호는 모두 박해, 고문, 잔혹한 처우가 예상되는 곳으로의 송환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현재의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은,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만 하더라도, 20년만에 일어난 ‘내전’ 등에 준하는 상황 및 돌아갈 나라가 사라진 실질적인 국체 변경에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엔난민기구 역시 2021. 8. 입장을 발표하여 전세계에 ‘아프간 국적인’들의 송환금지를 요청하였다.
따라서 국내에 거주 중인 아프간인들을 ‘아프간으로 강제송환하지 않고 체류하게 하는 조치’는 난민협약 및 고문방지협약 등 한국이 비준한 조약에 의해 한국 정부가 반드시 행해야 할 의무이며, 그 안에서 구체적으로 제도를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지 시혜적인 태도로 베풀 사항이 아니다.
나. 법무부가 발표한 ‘인도적 특별체류조치’는 난민법 제2조 제3호의 ‘인도적 체류허가’가 아니다.
법무부는 급하게 제도를 만들고 여론을 우려하여 계속 워딩을 바꾸다보니, 종전 미얀마인들에게 적용했던 ‘임시특별체류’라는 지위를 이번에는 ‘인도적 특별체류’라고 부여하려 한다. 이에 언론에서도 역시 이를 난민법상 ‘인도적 체류허가’로 오해하는 사례가 확인된다.
그러나 법무부가 부여하고자 하는 ‘인도적 특별체류' 지위는 난민법 제2조 제3호에 따른 고문방지협약 상의 지위인 ‘인도적 체류허가’가 아니라, “인도적으로 법무부가 특별히 체류를 허가해 보겠다”라는 방침을 요약한 것일 뿐이다. 즉, 국제법적으로 확인되고 처우 등에 대한 권리가 부여되는 난민법 상의 ‘인도적 체류허가’와는 명백히 다른 지위이다.
다. 국내 체류 아프간인들에 대한 조치를 마련할 때에는 ‘영구적 체류안정’, ‘국제법상 강제송환금지의무’, ‘한국의 사회정착’ 세 가지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현재 보도 등에 의하면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은 단기간에 변경될 가능성이 전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국제법상 강제송환금지 의무가 적용될 아프간인들에 대해서는 ‘취업해도 단속되지 않을 권리'를 취업허가의 형태로 부여하고 기타 사회적 권리를 모두 박탈해서는 안 되며, 이들에게는 난민에 준하는 형태로 안정적인 체류허가가 부여되어야 한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 역시 한국 사회에서 함께 차별없이 살아가야 할 사회의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현재 시리아, 예멘 등에서 온, ‘특별임시체류허가'보다 나은 지위의 ‘인도적 체류 허가자'들조차도 불안정한 지위로 인해 한국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지 못하며 고통을 호소하고 상황에서, 아프간인들을 또 다시 어정쩡한 ‘경계인’으로 남겨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라. ‘인도적 특별체류조치’는 ‘인도적'이지 않다.
난민인권네트워크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미얀마 쿠데타 후 미얀마 국적자들에게 부여된 기타체류자격(G-1-99) 등 ‘임시특별체류조치’의 한계를 지적하며 장기화가 예상되는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에 대비하여 영구적인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하지만 오늘 정부의 발표는 ‘그와 동일하거나’, 오히려 ‘더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합법체류 중인 사람의 경우 종전 체류자격을 연장하거나 연장이 어려울 경우 기타(G-1-99)를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경우 ‘취업허가’는 반드시 함께 부여되어야 한다. 경제적 지원이 전무한 한국사회에서 취업 없이 생계유지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인도적 특별체류허가’를 하면서 취업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상 강제송환이나 다를 바 없다.
체류기간이 도과된 사람의 경우 ‘신원보증인 등 국내 연고자가 있는 경우’에 출국명령을 내리고 출국을 유예한다는 방침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체류기간을 도과한 사람의 경우도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가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탈레반으로부터의 박해 위험이라는 난민협약 상 난민신청 사유를 가지고 있다. 다양한 사유로 난민지위심사 과정에서 이러한 위험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아 난민 불인정을 받았고 그 후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어 미등록 체류를 하게 된 ‘사실상의 난민’이다. 이들에게 출국명령을 내리고, 취업허가 없이 출국기한을 유예하는 행위는, 이들에게 외국인등록증도 없이 한국을 떠돌라는 것이다. 사실상의 난민들에 해당하는 이들에게 합법체류 중인 사람과 마찬가지로 체류기간 도과에 대한 범칙금을 면제하고 기타(G-1-99) 자격을 동일하게 부여하여 한국사회에서 삶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법무부는 ‘신원보증인이 없거나’, ‘형사범죄’에 해당하는 경우는 ‘보호조치’를 한다고 발표하였다. 보호조치는 ‘강제퇴거명령’을 내리고 ‘외국인보호소’에 ‘무기한 감금’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기준은 과연 객관적인 것인가? “한국사회에 아는 사람이 있는” 난민은 구금하지 않고, 아는 사람이 없는 난민은 구금한다는 것인가?
형사범죄 또한 일반 사범처리 기준에 따라 엄정한 퇴거기준이 있다. 특히 난민 및 인도적체류허가자의 경우 ‘극히 중대한 범죄’가 아니면 송환할 수 없다. 형사처벌로 이미 벌을 받았기에 이중처벌 없이 한국사회 정착을 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형사범죄’가 있을 경우 경중에 대한 판단 없이 무조건 송환한다는 것은 명백히 위법하다. 난민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고, 난민보호의 원칙을 천명해야할 법무부가, ‘일부 국민들이 싫어할 사람’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외국인보호소에 구금하겠다 라고 발표하는 것, 그리고 이와 더불어 난민 보호를 이야기하며 ‘국민의 안전'을 이야기하는 것은 난민에 대한 오해에 불을 지피는 것임을 분명히 인식하여야 한다.
셋째, 외국인보호소에 구금한 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유엔난민기구는 아프가니스탄인들을 송환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이들을 송환하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한국정부는 지금 아프간인들을 수갑채워 비행기에 탑승시켜 카불로 송환하겠다는 것인가? 실제로 그런 민항기 편이 있는가? 이 모든 것이 충족되지 않는 한 송환은 불가능하다. 불가능한 송환에도 불구하고 ‘보호조치’를 한다는 것은 이들을 외국인보호소에 자의적으로 장기 구금하겠다는 것으로, 탈레반 치하로 돌아가는 것과 한국에서 무기한 구금되는 것 사이의 선택을 강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엄정한 모습을 보이겠다는 핑계로 일부 난민을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마. 난민혐오를 조장하는 법무부의 공식적 언급들에 대하여
난민을 보호해야하며 난민에 관한 차별과 혐오를 방지할 의무를 지닌 법무부는 오해가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설명해 나가며 시민들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려야 한다. 그러나 아프간인들이 처한 위험과 그에 관한 한국정부의 보호의무는 언급하지 않고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거나, ‘엄정한 조치’를 한다거나, ‘국민의 안전’을 고려한다거나 하는 용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오해와 불안을 일으키고 있다.
이와 같이 중대한 위험에 처한 아프간인들을 ‘일반적으로 묶어’ ‘국민의 안전’과 반대되는 존재들로 형상화하는 것, ‘엄정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마치 ‘법을 위반’할 것 같은 존재로 상정하는 것, ‘난민이 국익과 반대’되는 것처럼 반복해 언급하는 것은 또다시 난민들을 한국사회에서 지워버리고, 동시에 직접적으로 난민 혐오를 조장하는 것밖에 안 된다. 일부 반대 여론의 발화를 차단하는 것에만 급급하여 난민을 여론재판 위에 벌거벗겨 세우려할 경우 아프간 난민들이 안도의 숨을 쉬기도 전에 한국사회에 대한 공포를 안겨줄 것이며 아프간 난민뿐 아니라 모든 난민에게 트라우마를 주게 될 것이다.
2. 외교부의 ‘난민이 아닌 특별공로자’라는 발표에 대하여
현재 수송작전이 진행 중인 ‘현지인 조력자'는 정확하게 난민협약에 의해 보호가 필요한 ‘난민'이다. 따라서 ‘난민 아니라 특별공로자’라는 외교부 당국자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다. 특히 ‘난민이 아니다'라는 발언이 그렇다. 한국정부에 조력하였다는 사실로 인해 난민협약상 박해의 우려가 생겼으므로 이들은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착을 지원해야 하는 사람들이며, 이는 국제사회가 한국 정부에 부여한 책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외교부의 발표는 정부가 ‘난민을 데려오려 한다’라는 일부의 비판여론만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 정부가 진행 중인 현지인 조력자 국내 이송은 해외 다수의 국가 - 미국, 영국, 캐나다, 인도, 일본 등 - 가 모두 진행하고 있는 당연한 절차다. 즉, 각 정부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을 데려와 난민으로 재정착을 지원하는 절차인 것이다. 이에 반해 이들은 난민이 아니라는 발언, 난민이 아닌 특별공로자에 해당한다는 발언은 이들이 ‘특별한 대우를 더 받는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같은 처지에 있는 난민과의 차별, 난민들 사이의 또는 국민들과의 분란을 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는 현 정부가 수 백명의 목숨이 달린 이 사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난민 지원은 ‘하기 싫은 숙제'여서는 안 된다.
현지인 조력자들이 ‘특별공로자'로 인정되어 재정착난민과 같이 신속히 장기체류자격을 얻는다면 불안정한 난민인정자보다 안정적인 지위를 얻게 될 수는 있다. 하지만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는 난민임에 분명한 사람들이 정당하게 받을 수 있는 난민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아닌, 마치 공헌을 보상하는 방식으로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한국 정부의 국제인권법적 의무에 따라 당연히 부여해야 하는 난민의 지위를 마치 ‘한국 정부를 잘 따랐을 경우에 베푸는 시혜적인 훈장'으로 변질시키는 것이며, 이는 한국 사회에 난민에 대한 오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난민은 부를 수 없는 이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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