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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Data on Refugees

난민신청자에 대한 강제퇴거명령을 취소한 법원판결 읽어보기

 

1. 간략한 사실관계

A씨는 난민신청자로 난민신청 후 6개월이 경과한 어느 시점에 유흥주점에 약 2시간 머물렀다가 단속이 되었다. 출입국은 A씨에 대하여 취업허가를 받지 않고 취업하였고,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강제퇴거명령을 내려 외국인보호소에 구금하였다. 당시 A씨는 난민신청을 한 후 난민면접을 대기하고 있던 중이었다. A씨에 대한 단속 및 조사 후 검찰에서는 기소유예 결정을 내렸다. A씨는 취업사실이 없고, 강제퇴거명령과 구금(보호)명령은 과도한 결정으로 취소해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법원은 A씨가 재판을 받을 동안 원고에 대한 강제퇴거명령과  구금(보호)명령의 효력을 정지하는 집행정지 결정을 하였고(구금상태에서 풀려나 자유의 몸으로 재판을 받았다), 2019년 12월 10일 A씨에 대하여 한 강제퇴거명령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렸다(인천지방법원 2019구단50684 판결)

 

2. 법원의 판단 이유 중 곰씹어볼 내용 발췌

출입국관리행정은 내·외국인의 출입국과 외국인의 체류를 적절하게 통제·조정함으로써 국가의 이익과 안전을 도모하는 국가행정으로서, 행정청은 출입국관리법 제46조 제1항에서 규정한 강제퇴거 대상자에 대하여 강제퇴거를 명할지 여부에 관하여 재량권을 가지고 있으나, 이는 무제한 적인 것은 아니다. 비례의 원칙은 법치국가 원리에서 당연히 파생되는 헌법상의 기본원리로서, 모든 국가작용에 적용된다(헌법재판소 1992. 12. 24. 선고 92헌가8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목적달성에 유효·적절하고, 가능한 한 최소침해를 가져오는 것이어야 하며, 아울러 그 수단의 도입에 따른 침해가 의도하는 공익을 능가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1997. 9. 26. 선고 96누10096 판결 등 참조). 처분 상대방의 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제재처분의 경우 의무위반 내용과 제재처분의 양정 사이에 엄밀하게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비례 관계가 있어야 하는 바, 제재처분이 의무위반의 내용에 비하여 과중하여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경우에는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7. 7. 19. 선고 2006두19297 판결, 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7두3887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원고는 난민인정신청일로부터 6개월이 지난 자로서 난민법 제40조 제2항 등에 따라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아 경제활동을 할 수 있었음에도 불법취업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과 사정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불법체류를 한 바 없음에도 사실오인 등에 의한 긴급보호를 거쳐 보호명령과 함께 강제퇴거명령인 이 사건 처분을 받은 원고의 의무위반은 그 경위와 내용에 비추어 위반의 정도가 무겁지 아니하고, 그에 따라 검사도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출입국관리법 제46조 제1항 제13호는 강제퇴거의 대상자의 하나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석방된 사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한 원고에 대하여 피고가 달성하려는 행정목적은 이 사건 처분보다 가벼운 다른 처분을 통하여도 달성 가능한 것으로 보이므로, 난민인정절차 진행 동안의 장기간의 실질적인 구금을 가능하게 하는 보호명령을 수반하는 강제퇴거명령인 이 사건 처분은 원고의 의무위반의 내용에 비하여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을 정도로 과중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 (중략- 개인적인 정보가 많이 드러나는 사실관계 부분은 생략함)

 

난민인정신청자는 난민법 제2조 제4호, 제3조, 출입국관리법 제62조 제4항 등에 의하여 그 심사를 받거나 행정쟁송으로 다투고 있는 동안 원칙적으로 강제송환이 금지되고, 피고도 난민인정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원고가 본국으로 송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원고에 대한 난민인정절차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인데, 피고가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에 의하여 원고에 대하여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자로서 대한민국 밖으로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장기간 보호시설에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앞서 본 원고의 의무위반의 내용에 비하여 과중하여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것에 해당한다. (이하 생략)

 

3. 판결의 의의

난민신청자는 난민신청자의 지위에 있는 동안 강제송환이 금지된다. 그러나 출입국은 본국으로 송환하지만 않으면, 난민신청자에게 강제퇴거명령을 내려 외국인보호소에 구금시키는 것은 강제송환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래서 강제퇴거명령을 내릴 당시 난민신청자의 지위에 있다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이로 인하여 심각한 장기구금, 사실상의 강제송환이 발생하고 있다.

 

아울러 출입국은 법에 매우 포괄적으로 규정된 강제퇴거사유를 적용해 강제퇴거명령을 내릴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재량의 권한과 동시에 이를 '비례의 원칙'에 입각해 결정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실무적으로 출입국은 (특히 최근) 일단 사유에 해당할 경우 강제퇴거명령을 기계적으로 남발하고 있어 권한의 남용이 과도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사법적 통제는 매우 소극적인 상황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출입국의 행정권력 남용에 제재를 가하는 판결을 받았다. 2019년 12월 10일에 선고된 인천지방법원 2019구단50684 판결은 출입국의 재량권은 무제한 적인 것이 아니며 헌법상의 비례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 난민신청자의 강제송환이 금지되므로 (설령 본국으로 실제 송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장기간 구금을 수반하는 강제퇴거명령은 사안에 비해 과도하다는 점을 확인한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김연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