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5,000만원만 삭감할테니
법무부에서 난민이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아무말 대잔치!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에서 2019년 법무부 난민관련 예산이 32억 2,300만원으로 결론 났다. 예산안으로 올린 35억 7,300만원 중 3억 5천만원이 삭감됐다. 작년 대비 증액 항목은 난민통역비(3억 7,700만원), 난민전문통번역원(6,900만원), 난민신청자 생계비(8,200만원), 난민전담공무원활동비(2,000만원), 난민위원회 참석비(1,000만원)등으로 대부분은 통역, 인건비였다. 난민관련 예산을 대폭 깎아야 한다는 의견에도 불구하고 ‘난민 유입을 막자’는 의견 일치로 3억 5천만원 ‘정도’의 삭감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여전히 현실성없는 난민관련 예산도 예산이지만, 이 와중에 몇몇 의원들의 ‘아무말 대잔치’는 부끄러움을 넘어 참담한 수준이었다.
예결위 의원들은 예산이 없어 제대로 운영되지도 않는 생계비나 의료비를 언급하며 ‘이러한 제도가 난민신청자를 불러들이는 것’이라 우려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난민정책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그 실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채, 난민을 사회의 짐이 되는 존재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결국 “심사를 엄격하게 해서 난민을 줄어들게 만들어야 하므로” “심사해야 추방하고 난민이 줄어 들 텐데 심사 예산이 없으면 난민이 계속 쌓이므로” “난민이 늘어나는 문제를 막기 위해 일부는 삭감해야” 등의 의견으로 더 추가적인 예산 삭감을 보류하게 된 것은 의원들이 난민을 포함한 전세계적 이주의 흐름을 얼마나 근시안적으로 보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아니, 이게 왜 늘어났는지를 한번 생각해 보세요. 저희들이 이렇게… (…)우리가 의료비, 소송비, 국외여비, 주택보조, 생계비, 이런 것까지 다 해 주니까 늘어난 거예요. 이것을 좀 최소한의 공무원들의 통역비라든지 이런 활동할 수 있는 예산을 주고 그 외에 사실상 복지에 가까운 부분은 삭제하자는 겁니다. 그래야 줄어요.” _ 장제원의원 발언 중
난민 혐오를 선동하고 있는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난민신청자들이 대거 유입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는 불법체류자나 인도적 체류 허가의 명목으로 국내에 남아 있다. 이들에 대한 과도한 서비스 제공은 향후 더 많은 가짜 난민을 촉발할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이에 따라 난민통역비, 난민신청자 생계비 등 모두 26억 5,600만원을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법무부가 이주 정책 운용을 통해 오히려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과정에서 범칙금과 수수료를 취득하고, 인도적체류 제도를 기준없이 운영하고 있는 현 실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나온 발언이다. 이장우 한국당 의원도 “난민을 너무 과보호하고 계속 늘려서 사회적 이슈가 되면 더 큰 문제”라고 발언하였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그간 단 한 번도 난민에 ‘과도한 서비스’를 제공한 적이 없다.
현실 반영하지 못한 생계비 예산, ‘과도한 서비스 제공’?
매번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던 생계비의 실상은 이렇다. 법무부 난민생계비 예산은 올해 신청자의 4%도 커버하지 못하고 있다. 전년도 기준으로는 3.2%의 신청자만이 평균 3개월의 기간동안 생계비를 받으며 생존의 권리를 '잠깐' 보장받은 것이다. 그마저도 생계비 예산은 2016년부터 매년 650명 기준에 멈춰있다. 2007년에 난민신청자가 717명이었으니 예산은 10년 전 수준에 멈춰있는 것이다.
난민신청자들은 신청 초기 6개월 간 생존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그 이후에도 복잡하고 제한적인 취업허가 절차로 사실상 노동할 권리로부터 배제 되어 왔다. 난민제도를 운용하는 국가들이 난민신청자에 대한 노동허가 또는 정착지원 등을 통해 기본 생존권을 보장하는 것과는 달리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 전례없는 방식으로 신청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아 왔다. 신청자들은 노숙자가 되거나, 미등록 노동을 한 후 감옥에 가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몇몇 의원의 ‘과도한 서비스 제공’ 등의 발언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발언이다. 마치 모든 신청자들이 생계비를 넉넉히 받고 있고, 한국에서 난민신청 하면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것처럼 오해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법무부 면접조서 조작사건은 현재 진행 중!
그런데 통역 예산을 빼라고요?
최근 법무부의 대량 면접조서 조작 사건은 한국정부가 난민신청자를 우롱하고 기만할 수 있는 한계치를 뛰어넘었다. 공무원과 통역인이 짝을 이루어 아랍출신 난민신청자들의 면접조서를 동일하게 조작해 온 본 사건에 대해 법무부는 진상 조사는 커녕 피해자 구제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면접 과정에서의 인권침해를 더 이상 발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전문통역인 확보와 통역관련 교육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마련하고, 심도있고 전문적인 심사를 이행하기 위한 담당자 충원 등의 조치가 시급한 상황이다. 허위심사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통역비를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책 없는 이유이다.
“특히 법무부에서도 봐요. 통역비를 이렇게 늘렸는데, 7억 5000에서 11억으로 어마하게 올렸어요. 지금 한 70% 정도 올렸어요. 그런데 통․번역 인력 인건비도 또 들어가고 있다고…… 이렇게까지 호의적으로 베풀어 주니까 더 이 사람들이 국내에 들어온다 이거예요.” _ 송언석의원 발언 중
그 예산이 어디에 쓰이는 지는 알고 말씀하십니까?
“교육비, 지원센터, 의료비, 우리가 소송비까지 부담을 하고 있는거예요. 건강검진비, 소송출장비, 재정착 난민 국외여비까지…. 아무리 그렇지만 우리 쪽으로 난민으로 왔다가 재정착하는 국외여비까지 우리가 대준다는 것은….”
난민관련예산의 소송비용은 난민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난민신청자의 98퍼센트 이상이 법무부에서 제대로 된 심사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사법부의 심사를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재정착 난민 국외여비는 재정착 난민이 국외로 나갈 수 있도록 여비를 지원해주는 게 아니라, 유엔난민기구에서 보호하고 있는 난민의 일부를 국제적 책임 분담의 차원에서 한국에 ‘재정착’하도록 하는 제도로 그 과정에 드는 국외여비를 말한다.
어떤 예산이 어디에 쓰이는지, 심지어 재정착 난민이 어떤 사람들을 말하는지 기본적인 지식도 없는 의원들이 난민관련 예산을 심사했다.
인권국가라고 그렇게 자랑을 하면서도.
대한민국은 OECD가입의 준비 과정에서 1992년 난민협약을 비준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인권선언과 난민협약 등에 따라 난민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마땅한 정책을 운용해야한다. 난민신청은 한국에서 베푸는 ‘관용’이 아니라 ‘권리’이다. 그러나 의원들의 발언은 달랐다. 이들은 난민 제도 운영을 마치 ‘적선’인 양 인식하고 있었다. 한국정치의 현실은 난민의 권리를 보장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세계인권선언과 난민협약의 정신을 오히려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거주 이주민 200만 시대, 난민을 포함한 이주정책을 시혜적으로 운용하며 선주민과 이주민을 분리와 경쟁으로 내몰고 있는 한국정치의 일면을 예결위 회의록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아시아 최초의 난민법 제정 국가임을 선전하고 자부하며, 유엔 기조 연설에서 난민에 대한 지원을 자랑하던 대한민국이다. ‘아시아지역 난민문제 해결을 통해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을 분담하고 난민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재정착 난민제도를 운용하고, 이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인권국가로서의 위상을 제고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대한민국이다. 같은 대한민국 아래 난민에 대한 혐오를 선동하고 '인권' 앞에 '가짜'를 수식하며 최소한의 정책운용을 위한 예산 마저도 삭감을 논하는 의원이 정치를 지속할 수 있는가? 난민 정책에 대한 이해와 숙의 없이 예산 삭감을 거론하는 정치인들은 당장 퇴출되어야 한다.
“이번 난민 문제는 저희 당 입장에서는 거의 20억 이상을 삭감해서, 난민을 최소화시켜야 된다, 그리고 난민에 대한 처우를 너무 잘 해 줌으로 인해서 오히려 난민들이 우리나라에 오는 것을 막아야 되지 않느냐는 취지에서 20억 이상의 삭감을 요구했는데 3억 5000으로 양보한 것은 정말 법무부에서 난민 문제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가지시고 난민 관리 잘 하시고 난민이 우리나라에 많이 들어오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라는 뜻에서 그 예산을 드리는 것이니까 최선을 다 해 주시기 바랍니다."_장제원 의원
“그래서 어떻게 난민 수를 줄이려고 애를 썼는지를 상임위원회에서도 보고하고 조경태 위원한테 한번쯤은 더 보고하세요.” _ 소위원장 안상수
정부와 국회는 난민의 현실을 외면해왔던 과거를 반성하고
'어떻게 난민 수를 줄이려고 하는지'가 아닌
'어떻게 난민의 권리가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실천하고 보고하라!
국회회의록_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_난민예산관련 발췌.hwp
작성: 난민인권센터 슬, 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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