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와 난민인권 1강 [신자유주의와 난민인권] 강의 후기
_ 김지은
500여명의 예멘 난민이 제주도에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기사가 크게 나기 전, 제주도에 사는 분으로부터 받은 소식을 친구가 톡 대화창에 공유해주었습니다. 예멘 난민의 어려운 상황과 제주도 내에 있는 단체에서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정리된 소식이었습니다. 이후 SNS에서는 한 개인이 자신의 가정에 난민 가정을 초대해 함께 지내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습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독일 쾰른에서 있었던 이슬람 남성들의 집단 성폭행(일명 ‘타하루시’)에 대한 소식을 접했고 제가 팔로잉하여 보고 있는 페미니즘 페이지에서는 예멘 난민의 제주도 입국을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을 공유했습니다. 평소 난민에 대해 얕게나마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여러 소식들을 접하며 어떤 관점으로 한국에 온, 체류하고 있는 난민들을 바라보아야 할지 혼란스러웠습니다. 때마침 난민인권센터에서 진행하는 연속시민강좌 “한국사회와 난민인권”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 6월 28일 저녁, 연속강좌의 첫 번째 강의인 [신자유주의와 난민인권]을 들었습니다. 크게 ‘신자유주의 경제의 성격’과 ‘그에 따른 난민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비호에서 책임분담으로)’, ‘한국 사회의 특수성과 배제의 역사’,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에 대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지만, 제게 가장 인상에 남은 부분들을 나누려고 합니다.
“어떤 정부가 누군가를 가짜 망명 신청자로 규정할 때, 과연 정치적 박해로 고통받는 사람과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통받는 사람을 구별할 수 있는지, 그 경제적 고통이 선진국의 정책에 의해 발생한 결과라면 비호를 거부할 정당성을 지니는지...?”(마이클 새머스, 2013)
위에 인용한 구절을 읽고 들으면서 저는 과연 난민을 진짜 난민과 가짜 난민으로 나눌 수 있는지, 나눌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제 안에 무심코 ‘난민이라면 이럴 것이다.’ 하는 이미지와 생각이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국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목숨을 위협받아 떠나거나, 가난하고 먹을 것이 없고 일방적인 구제와 구호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어야만 난민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 모두에게 각자의 사연이 있듯이 모든 난민이 다 가난하거나 무력하거나 정치적인 이유로만 자국을 떠나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김현미 선생님께서 한국에서 만나온 난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5개 국어를 구사하고, 시를 쓰는) 실제 난민의 모습과 제 안에 고정된 난민의 이미지에는 괴리가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실은 제가 보고 싶은 대로 난민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도요.
평소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이었지만, 한국사회의 제도와 법, 정책이 국민 위주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것도 새삼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국민에게 이주민을 종속되게 만드는 장치로서 작용하는 ‘신원보증’ 제도에 대해 들었을 때에는 한국사회에 국민이 아닌 타자(비국민)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미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사회 속 난민들은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무권력의 서발턴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동시에 저는 오랫동안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한국사회의 여성들을 떠올렸습니다. 저는 스스로의 ‘타자성’에 대해 삶으로 경험하고 고민하고 목소리를 내는 페미니스트들이 난민의 ‘타자성’을 함께 고민하고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전히 어떤 뚜렷한 관점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섣불리 이야기하고 결론지어 버리는 일을 지양하려고 합니다. 이번 강의를 시작으로 난민의 이야기에 더 귀 기울이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모두 인종주의의 가해자이며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을 일상의 자리에서 새기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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