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임시 난민센터 전경)
아체 어부들의 도움을 받아 도착한 미얀마 소수민족 ‘로힝야’난민들은 ‘Kuala Langsa’ 와 ‘Bayeun’이라는 두 지역에 나뉘어서 보호를 받고 있었습니다. 각기 대략 200명 정도의 사람들이 있었고 그곳에는 로힝야사람들 말고도 일자리를 찾아 밀입국을 시도한 방글라데시 사람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 인도네시아 정부가 약속한 대로 난민이 된 로힝야 사람들은 1년 간 이곳에서 지내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항구 한 쪽에는 나무로 지을 임시 가옥의 터를 닦고 있었습니다.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인도네시아 최대 명절인 르바란이 지난 후 본국으로 돌려보내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로힝야 임시거처)
저희는 두 곳을 모두 방문해 상황을 둘러보기로 했고 가능하다면 로힝야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각각의 임시난민센터에서는 인도네시아 긴급구호팀 ACT(Aksi Cepat Tangab)와 지역 대학생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도움으로 현재 상황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난민들이 온지는 이제 4주(6월 4일 기준)가 다 되어가고 있었고 아이들의 수는 대략 140명(Kuala Langsa: 60명, Bayeun: 80명) 정도가 된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 먹을 음식을 직접 요리하기도 했고, 이들을 대상으로 인도네시아어 교육과 아랍 영어 교육도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이슬람의 마지막 기도시간인 ISHA시간(저녁 7시 30분쯤)에는 마을 사람들도 함께 참여해서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짧게나마 정보를 모은 저희는 임시난민센터에서 나와 ACT에서 알려준 필요 구호물품을 지역시장에서 구입하고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획해 다시 방문했습니다. 함께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며 분필로 벽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아이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연을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웃는 소리에 임시난민센터의 어른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서로의 밝은 얼굴을 보며 소리를 질렀고 활기가 감도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 중에 후세인이라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10살 정도 되는 남자 아이인데 부모님을 버마에 남겨 둔 채 친척들의 손에 이끌려 온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버마에서 연락이 왔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총에 맞으셨다구요…. 오전에는 한참을 울다가 지쳐서 자고 있었는데 오후에 다시 갔을 때는 저희에게 와 함께 앉아 있었습니다. 기운 없이 앉아 있던 후세인이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웃는 것을 봤습니다. 잠깐이나마 마음에 위로를 받았길 바래봅니다.
오후에 석양이 질 때 쯤 난민들이 임시로 거주하는 항구에는 사람들이 가득 붐볐습니다. 로힝야 사람들을 보고 싶어 찾아오는 주변 주민들 때문이었습니다. 대문을 지키고 있는 경찰도 신분을 확인하는 대로 어떤 통제도 없이 들여보내줬습니다. 우리가 인터뷰를 하는 중에 점심을 먹지 못한 한 로힝야 청년이 사무실 텐트로 들어와 삶은 계란을 자연스럽게 들고 나갔습니다. 이곳이 얼마나 느슨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변의 주민들이 마치 구경거리를 보러 오는 것처럼 쏟아져서 방문하는 것이 마음에 조금 걸렸지만, 주민들이 나누고 싶은 마음을 적절하게 표현하도록 오리엔테이션만 잘 한다면, 철저히 고립되어 있는 것보다는 훨씬 로힝야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줄 것 있는 자들은 주고 바다로 다시 내보내고 줄 것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움직여 뭍으로 데려왔다.”
로힝야 사람들에 손을 건낸 건 정부도 군인도 아닌 아체의 어부들이었습니다. 아체의 어부들과 주민들은 정치가들이 해야 할 일을 그들의 일상의 삶에서 행했습니다. 그것은 다만 ‘측은지심’, 인간 안에 있는 그 따뜻한 마음을 실천한 것입니다. 무서운 군인들로부터 ‘하지 말라’고 명령이 내려진 일인데도 말입니다. “줄 것 있는 자들은 주고 바다로 다시 내보내고 줄 것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움직여 뭍으로 데려왔다.” 3R의 구성원인 모올리가 던진 이 말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아체 사회는 인류의 양심에 특히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굳어진 패턴 속에 던져지는 작은 물 동그라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버마에서 아신 위라뚜(Ashin wirathu, 자신을 버마의 빈 라덴이라고 칭하며, 무슬림인 로힝야인들을 공공의 적으로 설파하는 불교 수도사)가 행하고 있는 반인륜적인 행위를 정치적인 행위라고 한다면, 아체 어부들의 ‘측은지심’이야 말로 정치가들이 진정으로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 답답한 마음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원래 정치는 사회의 고립되고 약한 사람들을 도우라고 있는 것이 아니던가요? 이기적으로 자신만을 좇는 삶에 함몰된 시민들을 깨워 함께 더불어 살자고 설득하는 것이 정치가 아닌가요? 우리를 선한 이웃으로 만들어 줄 정치가 너무 그립습니다.
- 3R: Rumah Reralawan Remaja(청소년 자원 활동 센터) 첫 글자인 ‘R’ 세 개를 뜻하며 슬로건은 ‘세상을 섬기는 종’이다. 아체 현지 스태프, 아체 발런티어, 외국 발런티어, 한국인 스태프 등이 함께 생활하고 있으며 작게는 아체의 평화를 위해서 나아가서는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 일할 종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훈련하고, 활동가들을 세우는 일을 위해 존재한다. 평화캠프, 평화도서관, 평화학교, 긴급구호팀 파견, 공동체자립을 위한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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