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교육 후기에서, 읽을 것이 많지만 부담이 안 된다고 썼는데요. 부담은 안 되지만...... 막막하네요!! 난민 신청자들의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케이스를 이해하고 규명하는 데 적합한 정보를 찾아야 하는데, COI(Country of Origin Information) 과정을 거쳐야만 하더라고요.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검색 엔진이 있지만, COI를 할 때 통용되는 전문 사이트들을 교육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신빙성이나 전문성의 측면에서 권위가 있어 보이는(?) 기관에서 발행한 글들을 읽으려고 하는데, 그 나라에 대한 정말 기본적인 이해도 갖추지 못한 채 무작정 학술 논문과 같은 것들부터 읽으려고 하는 제 자신을 보게 되었죠... 아 무지하여라.
이번 주는 모조가 전화 받는 순번이고, 다음 주는 제가 요일 당번이라 드디어 전화를 받게 되네요. 저도 모조처럼 밝고 명랑하게 받고 싶어요. (매뉴얼: ‘목소리 톤은 맑고 선명하면서도 통통 튀는 목소리로 받습니다.’)
오늘도 어찌어찌 점심 당번을 잘 넘어갔네요! 다음주도 파이팅 >_<
얼마 전 한 아버지가 딸 아이의 손을 잡고 난센에 찾아왔습니다. 인도적체류자로 10 여년. 그 긴 세월동안 홀로 아이를 키우며 겪은 갖은 고초를 난센에 나누어주셨습니다. 제가 감히 알지 못하겠지만, 어느덧 훌쩍 커버린 딸 아이의 모습 속에서 아버지와 닮은 눈동자를 보며 그 세월을 더듬어 보았습니다.
올 겨울에는 가스세 고지서를 들고와 도와달라는 분들이 유난히 많으셨던 것 같습니다. 또 그들 중 대다수가 인도적 체류지위자 분들이셨습니다. (인도적 체류 지위는 난민의 정의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고문 등의 비인도적인 처우나 처벌 또는 그 밖의 상황으로 인해서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 등을 심각하게 침해 당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에게 그 지위가 부여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많은 시리아 분들이 이 지위를 받기도 하였죠.) 인도적체류자는 G-1-6비자로, 난민신청자의 비자인 G-1-5과 같은 카테고리인 기타비자 G에 속합니다. 이전과 달리 취업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인도적 체류자의 편의를 위해 절차를 생략하도록 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기타 비자로 일할 수 있는 직종이 대부분 제한되어 있고 그 절차가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고용주는 인도적 체류지위자를 채용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취업 허가를 받아야 하는 복잡한 절차나 허가를 받은 이후에도 자주 그 허가를 연장해야 하는 일 등은 고용주 입장으로서는 선호하지 않을 수 밖에 없죠. 이러한 절차 때문에 오히려 임금을 받는 부분에 있어서도 차별을 받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의료, 교육 기회와 이에 대한 사회보장 서비스 혜택이 거의 전무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도적 체류 지위를 받은 분들은 당장 본국에 돌아갈 수 없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장기간 한국에 체류하게 되지만, 원하는 일을 하거나 교육을 받거나 아프거나 아이를 키우는데 끊임없는 제한이 따릅니다. 그 예로 얼마전 한 어머니께서 아이가 초등학교 진학 하는 과정에서 서류를 구하기 위해 10번이 넘게 유관기관을 다니시며 마음 고생하셨던 일이 생각납니다.
난센에 오셨던 분들을 돌아 보면.. 대부분 막노동을 하시기에는 나이가 많이 드셨거나, 그런 일을 하기 힘든 여성이시거나 또는 일을 할 수 없을 만큼 몸이 너무 아프시거나 홀로 아이를 키우는 분들이 많으셨습니다. 솔직히.. 한 분, 한 분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숨이 막혔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장 어떤 지원을 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큰 틀에서의 변화가 필요해 시간이 필요한 부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난센에 와도 당장 삶에 현존하는 어려움을 해결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리시는 일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계속 정지되어 있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즘 난센에서 견디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할 수 없다는 답변의 반복을 견뎌내는 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것을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마음에 새기면서...
개인 페이스북을 한 달 남짓 쉬고 있습니다.
주말농장 등 일상의 이야기를 주로 올렸던 페북은 내 삶의 소소한 재미였지요.
그러다가 작년 12월 중순
화성보호소에서 약 3년 전에 강제출국 당했던 난민분으로부터 페북을 통해 메시지가 오면서 부터입니다.
병원에서 치료받는 수 십장의 사진 그리고 아이의 사진도 함께.
페북 메시지를 여러차례 주고 받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10여일을 연락이 오가다가 결국 그분이 지쳤는지 소식이 끊겼고
저도 페북을 쉬고 있습니다.
미안했습니다.
그분의 요청을 들어주지 못한 것보다도
그분이 보고 있는 걸 알면서 내 평온한 일상을 올리는 게 미안했습니다.
.
.
이제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내 일상의 평범함 마저도 누구가에겐 아픔이 될 수 있음을 되새기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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