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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활동가이야기

11월, 난센 활동가 이야기













2주간 캐나다에 다녀왔습니다. 

토론토의 Immigration and refugee boder를 잠시 방문하고, 

Sojourn house, Matthew house, 그리고 Romero house라는 NGO를 찾아가보았습니다. 

3일 동안 진행된 캐나다 전역의 난민단체들이 모이는 회의에도 참석해보았구요. 

예상치 못하게 로메로하우스에서 6일간 머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시간 동안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제가 배운 것은, 말이 아닌 이들의 삶을 통해 전해지는 것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제가 호스텔에 묵고 있다는 사실을 듣고선 흔쾌히 자신들의 공간을 내어주었고, 

이 곳에 있는 모든 음식을 마음껏 먹어도 된다며 부엌문을 열어주었습니다. 

그들의 다정한 말투, 따스한 눈빛,

그리고 어떠한 벽을 세우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 보여주는 그 솔직함 앞에서 

이방인인 저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큰 환대를 느꼈습니다. 


그들을 만나기 전엔 

캐나다에는 어떤 제도들이 마련되어 있으며, 그들은 어떤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 지를 묻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나니, 

그 어떤 정보를 얻는 것보다도  그들에게 좀 더 물들고 싶은 마음만이 남을 뿐이었습니다. 

하루 하루가 흘러가는 것이 참으로 아쉬웠습니다.


캐나다에 머무르는 동안 한국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함께 하던 난민들, 캐나다와는 다른 상황들, 

제가 뿌리박은 이 곳의 얼굴들이 순간 순간 떠올라 가슴이 저릿하곤 했습니다.


이제 다시 저의 현실로 돌아왔습니다. 

밀린 업무들이 여기 저기서 고개를 드네요.:)


보이지 않는 것들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제 삶의 현장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것을 해보려고 합니다. 


네,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




 

#1


10월 이야기를 쓴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11월의 이야기를 쓰고 있자니 시간이 참 빠른 것 같습니다.

항상 한 달 동안 일어난 많은 이야기 중 어떤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눌까 고민이 됩니다.

그런 고민을 이어가며 11월의 활동일지를 돌아보니 

지난 한 달 동안 29분의 난민분을 만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루에 1분 정도와 만나거나 이야기를 나누었던 셈인데 

돌아보면 단 한 분도 같은 역사와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모두 한국의 제도와 사회적 한계 속에서 겪는 어려움들로 난센의 문을 두드려주셨었습니다. 


그 중에서 나누고 싶은 한 이야기는 11월의 두번째 월요일에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여느다를 바 없던 난센의 일상에 격양된 목소리로 한 난민신청자 분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조금 전에 출입국으로부터 난민신청에 대한 결과를 받았어요. 

저는 그 다음 절차를 몰라 어떻게 해야하는지 물어보았는데 그 공무원이 저에게

시리아로 돌아가라며 다짜고짜 화를 냈어요

'Go back Syria!!', 'Go back your home!' 소리를 쳤어요

저는 당황했지만 다음 절차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어서 거듭 물어보았어요

하지만 그 분은 절차는 알려주지 않고 저에게 돌아가라는 이야기만 해요

주변 사람들이 그 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저를 만류했고 저는 결국 절차를 듣지 못했어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는 그에게 다음 절차를 통해 할 수 있는 일들과 그의 권리 그리고

그러한 출입국 공무원의 무례한 태도에 대해 우리가 대응해왔고 할 수 있는 일들을 나누며

그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위로의 말을 건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김한민, 카페림보                                    




#2

지난 11월은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던 한 달이었습니다

이 일을 시작한 이후로는 유난히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그 말을 들을 때 마다 항상 그 말은 저 자신만의 것이 아닌 

회원님과 난센을 도와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들이 함께 들어야 할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동안 받았던 감사와 안녕의 메시지 몇 가지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hanks sooooo much'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 Thanks too too much. 고맙습니다'

'당신은 제 생명의 은인이에요'

'사랑하는 그대여 감사합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당신에게 언제나 평화가 함께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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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센 사무실에서 계절의 변화가 느껴집니다. 

이제 온수기를 켜지않고 설거지하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가끔은 가스난로를 켜야할 정도로 손발이 시리기도 합니다. 

겨울옷과 담요를 가지러 방문하시는 난민신청자분들도 많습니다. 

저 역시 항상 내복과 패딩점퍼를 챙겨 입으며 성실히 월동준비에 임하고 있습니다. 

정말 겨울이 성큼 다가온 것 같습니다. 

도시에 지내면서 사무실에서 주로 생활하지만 이렇게나마 계절의 흐름을 느낄 수 있어 좋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저는 열정적으로 역사를 공부하며 뜨거운 11월을 보냈습니다. 

왜냐하면, 면담을 앞둔 난민신청자분과 함께 본국의 근현대사를 살펴보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 분께서 설명해주시는 난민신청사유를 가능한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내용을 사전에 훑어보았습니다. 


그 나라는 수십년간 식민지 경험, 신탁통치, 국가의 분열 등  대한민국의 과거와 유사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역사 공부만 함께 한 것이 아니라, 이 분께서 그간 한국에서 지내면서 겪으신 다양한 일화에 대해서도 듣게 되었습니다.

웃음을 자아내는 재미난 이야기도 있었고, 본국의 역사만큼이나 가슴아픈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문득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멀리 타국에서 있었던 일, 오래 전 과거에 있었던 일, 내 옆에 낯선 이가 당했던 일이 

한국에서, 지금, 내가 마주하는 일들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한 건의 난민신청, 난민 한사람의 인정여부가 나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분이 겪어온 우여곡절의 원인에는 일정한 저의 지분도 있을 겁니다.

머리에 뿔달린 단일한 주체가 난민을 발생시킨다고 상상했던 제 자신이 순진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역사를 공부하면서, 또 난민신청자분의 인생이야기를 들으면서 별의별 생각을 다했네요. 하하하.


 앞으로의 난센 인턴생활이 더 기대됩니다. 

새로운 계절이 또 찾아오듯, 새로운 일들이 가득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여러분.





8년 전 석사과정 수료하고 논문을 쓰지 못했는데 최근 논문을 쓰려고 준비 중입니다

여름휴가 때 지도교수님과 상의하여 논문 주제를 정하고 자료들을 모아서 보고 있습니다.

 

논문을 쓰려는 동기는

주변에 떠돌아다니는 논문 주제들이 너무 많이 보여 참을 수가 없었고

좀 더 근본적인 이유는

노후를 위한 최소한의 준비였습니다.

 

이 일을 직업으로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노후 

그리고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를 대비해 학위라도 있어야 

뭔지 모르지만 뭐라도 할 때 유리할거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석사 논문 쓰고 무리해서라도 박사 들어가면 나름 시민운동 경력도 있고 하니 

어디 가서 강의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솔직히 컸습니다

안전판으로 말입니다.

 


그러다 요즘 학위를 접기로 마음을 굳혀가고 있습니다.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었던 근거는 학교에서의 공부가 아니었기 때문에 

학문의 방식으로 내 활동을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근 운동 판이 실태조사, 보고서, 연구용역 그리고 토론회 방식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커감에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던 저 자신에 대하여 모순이라는 생각도 있었고


현장의 날것 그대로의 모습, 때론 불편하고 때론 극단적이기도 한 현장의 목소리를 

통계와 학문적인 용어로 담아내는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만한 내공이 없기도 하고요ㅠㅠ)


 

현장의 언어와 학문의 언어는 다릅니다.

 

현장에서 긴 세월동안 몸으로 부딪치고 살아내야 할 사안을 

논문의 형식으로 결론을 손쉽게 제시하는 것을 제가 수용하지 못하겠습니다.

 

학위와 학문의 영역도 의미 있음을, 현장과 학문을 병행할 수 있음을, 병행이 추세임을 

그래야 먹히는 세상임을 주변 분들께서 조언해 주십니다.

 

하지만 학위의 유무는

제가 자발적으로 선택해야 할 사회적 위치를 정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공부는 계속 하고 싶습니다.

전문성은 계속 키우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 방법이 논문의 방식일 필요는 없고 

굳이 학위로 인정받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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