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이름은 사하자, 현지 친구들이 붙여준 이름이에요. 단순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죠. 원래 이름은 류복희에요.
모태 신앙으로 살면서 청소년 때 구원에 대한 확신 때문에 굉장히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신학을 공부하기로 했어요. 신학 공부를 통해서 자유함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중 “개척자들”을 만나고 이곳에서 주님이 가르치시는 좁은 길을 만날 수 있겠다 싶어 멤버가 됐어요. 개척자들은 신앙의 갈증을 조금씩 해소시켜 주었으며, 아직은 진리 안에서 자유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자유의 산들바람을 만나는 기회를 계속해서 제공해주고 있어요.
아체는 어떤 곳이고 아체에는 어떻게 가게 되셨나요?
아체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은 2000년 동티모르 평화 캠프를 준비하기 위해서 선발대로 가 있을 때 촬영을 하던 한 사진기자로부터였어요. 아체도 인도네시아에서 독립을 하기 위해서 싸우는 중인데(동티모르는 1999년 국민 투표 결과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 인권 탄압이 심각하다며, 아체에서 왔다는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여 주었죠. 충격적이었어요. 그 이후 아체는 계속해서 제 기억 속에 있었어요. 30여 년간의 독립 투쟁을 거치고, 2004년 12월 쓰나미를 겪으면서 아체는 독립을 포기하는 대신 특별 자치구로써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문화와 신앙, 경제적인 이권, 정치적인 위치를 요청했어요. 중앙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2005년 8월 15일 평화 협약을 맺게 됐지요. 쓰나미 긴급구호 팀에 개척자들도 멤버들을 파견했어요. 긴급구호 팀이 빠지고 이후 장기 사역자가 필요하다는 말에 2006년에 지원해서 아체로 가게 됐어요.
동티모르와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어떤 경험을 하셨나요?
동티모르는 2000년 첫 캠프 때 선발대로 갔었어요. 그 때 민병대가 인도네시아로 철수 하면서 길가의 집들을 모두 불태웠기 때문에 수도 딜리의 모습은 처참했어요. 공항도 사용할 수가 없어서 호주의 다윈에서 UN기를 타고 들어가야만 했어요. 그래도 그때 티모르를 볼 때는 희망이 넘쳐 있었어요. 저도 그들의 희망에 덩달아 생각했었죠. 나라도 작고, 근해에 원유도 상당부분 있다고 하고, 국제단체의 도움을 요청하여 독립을 끌어낸 외교력도 있고, UN군이 임시이지만 치안을 유지하며, 나라를 하나로 모을 뛰어난 지도자도 있으니 티모르가 빨리 자리를 잡아 갈 것이라고…. 하지만 티모르는 15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도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로 분류돼요. 그곳도 역시 바른 정치인이 제대로 힘을 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기에는 15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은 것 같아요.
아프가니스탄은 제가 모슬렘 친구들을 직접 만난 첫 번째 나라에요. 그리고 그 곳에서 그들의 생각을 처음으로 직접 들었어요. 한 번은 함께 여행을 하던 아프간 친구가 깜짝 놀라면서 “한국에는 모슬렘이 없느냐?”고 물었어요. 한국인이 다양한 종교를 가지고 있지만 모슬렘은 거의 없다고 했어요. 한국인에게는 모슬렘이 생소한 종교라고 말이에요. 그러자 그는 그러면 한국인은 모두 지옥에 간다고 정말 염려하는 얼굴로 걱정을 했어요. 악의를 가지지 않은 그의 그 순진한 얼굴 안에서 한국 교회의 권사님들 신실한 집사님들, 그리고 열정을 가지고 전도를 했던 예전의 저의 모습이 겹쳐 보였어요.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이름으로 얼마나 엉뚱한 상상을 하며 그것을 “믿음” 이라고 부르는지…그리고 하나님이 종교 안에 갇힐 수 없다는 것을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됐어요. 그 경험으로 인해 99%의 인구가 모슬렘인 아체에서의 생활이 자연스럽지 않나 싶어요.
3R에 대해 알려 주세요
모슬렘 안에는 ‘IKHLAS’ 라는 단어가 있는데, 자원하는 마음으로 행동하는 것을 일컬어요. 주위의 많은 친구들이 아주 자주 쓰는 말이에요. 이 단어 때문에 아체 공동체 이름을 3R로 시작하게 됐어요. 3R은 Rumah Reralawan Remaja(청소년 자원 활동 센터)의 첫 글자인 ‘R’ 세 개를 뜻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3R의 슬로건은 ‘세상을 섬기는 종’이에요. 3R은 작게는 아체의 평화를 위해서 나아가서는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 일할 종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훈련하고, 주위를 독려해 활동가들을 세우는 일을 위해 존재해요.
“평화”라는 단어가 너무 광범위해서 3R에서는 이를 세 개로 분할해서 생각하고 있어요. “생명, 평화, 정의” 이 세 단어는 3R의 핵심가치에요. 모든 활동을 함에 있어서 이 세 개의 범주는 공동체 결정의 기준이 돼죠.
3R이 하는 일은 첫째로 일 년에 두 번 평화 캠프를 열어요. 분쟁이 있었거나, 자연 재해를 당해 당장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곳 등을 평화 캠프 지역으로 선별하고 답사를 거친 후 지역의 동의를 얻어 캠프를 진행해요. 둘째로 캠프가 진행된 지역에서 2013년부터 지속적인 관계와 교육을 위해 작은 평화 도서관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일을 지역 주민들의 도움으로 시작했어요. 6개월에 한 번씩 방문하여 책을 교환해주고, 작은 평화 학교를 열고 있는데, 지역 아이들에게 이것이 큰 기쁨이 되는 것을 보게 돼요. 셋째는 평화 학교인데, 지역의 중,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12시간 동안 진행되는 주말 학교를 열고 있어요. 넷째로 일주일에 한 번씩 주위의 고아원을 방문하여 이동 도서관을 열고 있어요. 다섯째로 자연재해가 일어 날 경우 긴급구호 팀을 파견하고, 발런티어를 모집하여 후속 활동을 지속해요. 여섯째로 공동체 자립을 위한 목공 교실, 텃밭 가꾸기, 화훼, 등을 시도하고 있어요.
현재 3R에서는 아체 스태프, 아체 발런티어, 외국 발런티어, 한국 스태프 등 9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어요.
나이도, 국적도, 종교도 다른 구성원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간다는 게 힘들지 않으신지요?
구성원이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도 많고, 놀라운 것도 많아요. 다행히 모두들 서로를 배려해주어서 큰 갈등 없이 지내는 것 같아요. 사실 외국인에 대해서는 더 많이 이해를 해주는 편인데 아무래도 무언가 이해되지 않은 행동도 문화적으로 다른 거겠지 하며 넘어 가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오히려 같은 언어를 쓰는 동료들끼리는 더 박하게 기준을 잡아 서로에 대해서 서운한 것도 많고, 맘 상하는 것도 많아 보여요.
최근 진행되었던 평화 캠프에 대해서 나눠주세요.
기간; 8월 11일~8월 23일
주제; 조화를 이루는 삶
장소; Aceh tenga kec. Ketol village name bah and selempah
2013 7월 2일 지진 이후 긴급구호 팀으로 찾았던 장소인 바와 스름빠를 다시 찾았어요. 자연 재해는 인재로 인한 재난과 비교할 때, 원망과 증오하는 마음보다는 서로에 대해 측은히 여기는 마음들이 커서 지역 회복이 빨리 촉진되는 것 같아요. 더구나 이들의 신앙심은 큰 재난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더욱 신에게로 가까이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요.
캠프의 주제를 조화를 이루는 삶이라고 정한 것은 사실 이분들이 이미 자연과 그리고 함께 고통을 경험한 이웃들과 새로운 삶을 준비하시는 모습들을 배우기 위함이었어요. 그리고 인식하진 못할지라도 이미 마을에 뿌리 내리고 있는 가치들을 아이들과 함께 나누며 그 가치들을 다지는 기회를 얻고자함이었고요.
평화 학교에서 모든 활동을 할 때마다 활동 이후 남겨지는 것이 무엇일지가 언제나 고민이었어요. 맨 낯으로 있는 자연과 친구들과의 좋은 관계 맺음을, 어설펐지만 드라마, 종이 인형극, 함께 풀어가는 팀 활동 등을 통해서 아이들과 나누었어요. 평화 도서관을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시간은 너무나 큰 감동이었어요. 우리와 함께 온 열정을 쏟으며 만남을 가졌던 아이들에게 평화 도서관은 우리가 떠난다 하더라도 여전히 그들을 기억하며, 관계를 맺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요. 짧은 평화 캠프 기간 동안에 아이들에게 나누어 졌을 작은 씨앗들이 자라는 데 평화 도서관이 길잡이가 되어 주기를 바래요.
간사님의 꿈이 있다면?
저에게는 꿈이 있어요. ^^
3R 식구들이 든든한 공동체를 세워 아체에서도 자본에 반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임이 생기는 것이에요. (가난하지만 행복을 나누는 삶; 공생 공빈)
3R 공동체가 그들만의 공동체에 갇히지 않고 아체의 마을들을 도전하며 생명을 나누는 공동체가 되기를 바래요.
3R 공동체가 평화가 정의에 의해서 검증 되어야 하는 것을 잊지 말고 사회에 있는 나약하고 소외되고 억울한자들의 신음하는 목소리에 응답하길 바래요.
3R에서 훈련된 자들이 아체의 평화를 위해 일할 뿐만 아니라 경계를 넘어선 평화의 일꾼들이 되기를 바래요.
아체에서 있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특별하게 인상적인 것이 남아 있지는 않는데, 아무래도 제 마음의 변화가 이상해요. 아체에 있는 것이 산들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듯 설레요. 아마도 이곳의 사람들을 사랑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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