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아공 유혈사태 속 무슬림 주민들, ‘죽기 싫으면 떠나야’
2014. 4. 29 / 알 자지라(Al Jazeera) 뉴스
무슬림 주민 수천 명이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을 등지고 있는 가운데 유엔 사무총장은 ‘종교적인 인종 청소(ethno-religious cleansing)' 위험에 대해 역설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방기(Bangui) – 떠나거나, 혹은 죽거나.
이것이 지금 중앙아프리카공화국(Central African Republic, 이하 중아공) 수도 방기의 이슬람계 주민들에게 닥친 현실이다.
과거 이 곳 이슬람계(무슬림) 주민들은 주류를 차지하는 기독교계 주민들과 갈등 없이 공존하며 사업도 하고 모스크에서 예배를 드리는 등 자유로운 생활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 일요일에만 천삼백여 명이 방기 PK12 지구에서 평화유지군의 지도에 따라 대피하는 등 대다수 방기의 무슬림들은 현재 삶의 터전으로부터 탈출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나라 중 하나인 중아공은 최근 15개월 동안 격변하는 폭력사태 속에 놓여있었다. 10 개월 간 지속된 이슬람 계열 셀레카(Seleka) 반군의 정권장악으로 인해 중아공 내 종족-종교 갈등에 불이 붙었고 이를 계기로 기독교 계열 민병대 ‘반(反)발라카(the anti-Balaka)’가 급부상하였다.
셀레카 세력이 축출된 지난 1월, 반(反)발라카는 셀레카 세력을 지지해온 중아공 전역의 무슬림들을 향한 무차별적 보복을 감행했다.
특히 모스크에서 예배 드리거나 택시에 승차 중이던 무슬림 주민을 강제로 끌어내 길에서 잔인하게 사살하는 등 극단적인 유혈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한 무리의 민병대원들이 임시대통령 캐서린 삼바-판자(Catherine Samba-Panza)의 연설을 듣던 도중 무슬림 남성을 발견하고는 그에게 린치를 가한 후 몸에 불을 지르는 사건도 있었다.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은 최근 중아공 유혈사태를 두고 ‘종교적인 인종 청소’라고 밝혔다.
중아공은 게다가 식량난마저 겪고 있는 실정이다.
“감옥과 다름 없어”
방기 전역에서는 무슬림을 완전히 몰아내려는 숙청이 자행되고 있다.
아직은 무슬림에게 안전하다는 PK5 지구에는 방기와 근교지역 곳곳에서 대피해온 천여 명 이상의 무슬림 들이 모스크를 중심으로 모여있다. 그들은 거의 매일 밤 발생하는 폭행 때문에 공포에 떨며 탈출만을 기다리고 있다.
무슬림 피난민 대표 마하마트 바비키르(Mahamat Babikir)는 이 곳이 “감옥과 다름 없다”고 호소한다. 바비키르는 PK5 지구 내 모스크 주변 공터를 ‘집’으로 삼고 머무는 중이다. 그는 “모스크에 붙어있지 않으면 반(反)발라카 군인에게 돌 맞아 죽거나 총에 맞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 곳에 정착할 의지를 보이는 몇몇 자영업자들도 보이지만 대부분의 피난민들은 탈출을 원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파병한 파병군들이 순찰을 돌고 아프리카연합군 병사들이 길 건너 학교건물에 임시 주둔해있지만 이와 상관없이 PK5 지구 내에서 총격사건은 흔히 일어나고 있다.
모스크에 대피해있는 피난민 파티마타 와데(Fatimata Wade)는 “여기 있다가는 어떻게 될까봐 다들 탈출하고 싶어한다”고 털어놓는다. “반(反)발라카 대원들은 무슬림이라면 아무나 죽일 것이다.”
셀레카 그 이후
셀레카 세력은 2013년 3월 수도에 진입하여, 2003년부터 정권을 잡아온 프랑수아 보지제(Francois Bozize) 대통령을 축출하였다.
새로이 정권을 장악한 미셸 조토디아(Michel Djotodia) 대통령을 등에 업은 셀레카 세력은 중아공 북부 출신이거나 이웃한 수단(Sudan) 및 차드(Chad)에서 온 용병 출신이다. 중아공 남부 출신은 거의 없다.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 위기대응 전문가 조앤 매리너(Joanne Mariner)는 셀레카 세력에 대해 “자신들의 권력에 위협이 될 것 같다고 여기면...그 지역을 무차별 공격한다”고 말한다. “그 결과 당연히 이에 대한 증오세력과 적군이 고개를 들게 되고, 결국에는 이슬람계 인구 전체를 대상으로 한 보복이 따를 수밖에 없다.”
무슬림 안전지대 PK5 지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도 그 같은 반동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반(反)발라카 세력이 파괴한 모스크와 집들의 잔해가 이들의 분노를 말해준다.
파괴를 주도하는 이들 민병대는 동네를 계속 돌아다니며 곤봉이나 수류탄으로 집을 부수고 본인들의 집을 꾸미기 위해 지붕과 문짝을 뜯어 가져간다고 태연하게 설명한다.
이슬람계 주민 대다수 조상이 차드(Chadian) 이민자이고 중아공 공용어가 아닌 아랍어를 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어떤 민병대원들은 이슬람계 주민은 그저 외국인일 뿐이라고 보기도 한다.
반(反)발라카 대원 중 하나인 스타니슬라스 은잘레(Stanislas Nzale)는 “(피난민들은) 모스크에 모여있지 말고 그대로 나라를 떠나면 된다”고 말하며 “여기서 태어났다고 해서 꼭 여기서 살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가 하면 복수가 전부인 이들도 있다.
한 때 공무원이었던 세바스티앙 웨네주이(Sebastian Wenezoui)는 집에 불을 질러 가족을 태워 죽인 셀레카 반군 때문에 반(反)발라카 민병대에 자원했다. 그는 “셀레카 세력은 기독교인만 보면 무조건 죽인다”며 “우리가 무슬림들을 죽이는 것도 다 그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살육의 근원
이 달 초 유엔은 최후의 수단으로 PK5 지구 등 몇몇 지역에 남아있는 무슬림 피난민들을 대상으로한 대피작전 지원계획을 승인하였다. 유엔난민기구 중아공 대표부 부대표 태미 샤프(Tammi Sharpe)는 이 같은 수위의 지원은 1990년대 발칸반도 분쟁에 개입한 이래 처음이라고 설명한다.
알 자지라(Al Jazeera)와의 인터뷰에서 샤프는 “다들 이번 대피작전에 대해 조심스러워한다. 이상적인 해결책이나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이번 작전에 대해 풀어야 할 의문점들이 너무 많다. 물론 대피를 시키지 않는다고 해도 이에 대한 문제점들이 너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모스크의 ‘이맘’(이슬람교 지도자-역주)의 보좌관인 코메 하룬(Come Haroun)은 무슬림들이 PK5 지구에 더 이상 의존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쉽게 떠날 수도 없다고 지적한다.
“기독교인들과 공존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이 곳 무슬림들 중에는 기독교인을 용서할 수 없다는 사람들도 있다”라고 밝힌 하룬은 “사태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말한다.
* 본 내용에 포함된 사진의 출처는 원문기사가 아님을 밝힙니다.
크리스 스타인 (Chris Stein)
원문기사 : http://m.aljazeera.com/story/201442764926967931
번역 : 윤수련 (난민인권센터 통번역자원활동가)
감수 : 안은애 (난민인권센터 상근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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