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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jazeera] 이라크 쿠르드족, 과거의 희생자가 보여주는 냉혹한 얼굴

이라크 쿠르드족, 과거의 희생자가 보여주는 냉혹한 얼굴


Aljazeera, 2014년 3월 18일 기사 




 동상이몽으로 끝난 시리아 쿠르드족의 동족애



영국 식민지 시절의 공습에서부터 1988 3 16일 할라브자(Halabja) 마을을 강타한 생화학 공격에 이르기까지 이라크 쿠르드족이 지난1세기 동안 부당하게 핍박을 당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사담 후세인(Saddam Hussein)은 "안팔(Anfal, 쿠르드족 말살 정책-역주)" 작전의 일환으로 쿠르드족 마을 할라브자를 공격했었다.) 또한, 이라크의 다른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이라크  쿠르드족도 지난 12년간 유엔의 제재조치로 인해 고통 받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리아 내의 쿠르드족 거주지역-로자바(Rojava)-에서 태어났거나 혹은 현재 살고 있는 쿠르드족에게 이라크 쿠르드족이 일종의 동족애를 느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상황은 다르다. 로자바 지역에 살고 있는 쿠르드족의 민족운동이 힘을 얻기 시작하자 로자바 지역의 쿠르드 자치 정부(KRG, Kurdistan Regional Government)가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라크 내의 쿠르드족 거주지역으로 피난처를 찾아 떠난 수만 명의 시리아 쿠르드족이 차별과 착취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00년대 초 시리아에서 지낼 때 만났던 수많은 시리아 쿠르드족에 따르면, 로자바 지역에서는 할라브자 학살을 애도하기 위해 매년 5분 동안 추모의 시간을 가진다고 한다. 사실, 할라브자에서 열리는 행사를 제외하면 이라크 내의 쿠르드 거주지역에서 열리는 학살에 대한 추모식은 없다. 따지고 보면 시리아에 살고 있는 쿠르드족은 오래 전부터 터키와 이라크 내의 쿠르드족의 민족주의 운동을, 같은 쿠르드인이라는 이유로 항상 지지해 왔었다.    



동족애의 역사 

1945년, 이라크에서 무스타파 바르자니(Mustafa Barzani, 현재 쿠르드 정당 대표의 아버지)가 쿠르드 민주당(KDP, Kurdistan Democratic Party)을 창당하자, 시리아에서도 1957년 같은 계열인 쿠르드 민주당(KDPS, Kurdistan Democratic Party of Syria)이 탄생했다. 시리아 내의 쿠르드족의 민족정신이 되살아나고, 이라크 쿠르드족의 민족주의 운동을 지지하기 시작하자, 시리아의 후임정권은 아랍화 정책과 쿠르드족 탄압으로 이에 대응했다.  


1962년, 민족 간의 다툼으로 촉발된 인구조사를 토대로 시리아의 나짐 알쿠드시(Nazim al-Qudsy) 대통령과 바시르 알-아자마(Bashir al-Azama) 총리는 쿠르드족  120,000명의 시리아 국적을 박탈했다. 쿠르드족에 대한 억압정책은 바트(Baath) 정권하에서도 계속됐다. 1963년 정부관료였던 무하마드 탈라브 히랄(Muhammad Talab Hilal) "알자지라 주()의 민족, 사회 그리고 정치적 모습"이라는 책자에서 후일 시리아 쿠르드족에 대한 인종청소로 이어진 12 단계 계획을 제시하여 바트 정책의 단초를 제공했다.  


이와 같은 정책 때문에 시리아에 거주하던 쿠르드족은 재산권 행사는 커녕 의료 서비스도 받을 수 없었으며 교육을 못 받는 경우도 있었다. 시리아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의 자유로운 이동이 불가능했으며, 결혼이나 출생신고 등과 같은 무조건적이며 제도적 권리도 누릴 수 없었다


2011년 소요사태가 일어나기 전까지 시리아 내에 거주하던 약 300,000명 정도의 쿠르드족은 공식적으로 "외국인또는 "미등록자"로 분류되어 그 어떠한 시민의 권리도 누리지 못했다. 그 후 2002년부터, 바샤르 알아사드(Bashar al-Assad) 시리아 대통령은 쿠르드족에 대한 차별을 없애겠다는 약속을 하기는 했지만, 최근 2011 "외국인" 신세인 쿠르드족의 시리아 국적 회복법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수만 명의 시리아 쿠르드족은 여전히 국적이 없는 상태였다


다시 말해, 시리아 쿠르드족은 이라크 내의 쿠르드족의 민족주의 운동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너무 가혹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르드족의 내분

쿠르드 자치 정부를 구성하는 이라크 북부의 정치적 세력들은 이해관계만 맞는다면, 쿠르드족의 탄압자들(시리아의 바트당 포함)과도 손을 잡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1996년 여름, 쿠르드 민주당이 사담 후세인의 바트 당과 합세하여 쿠르드족 거주지역이었던 에르빌(Erbil)을 점령하고 수백 명의 야당 지지 세력을 학살한 것은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이라크의 쿠르드 거주지역은 쿠르드 민주당과 쿠르드 애국동맹(PUK, Patoric Union of Kurdistan)의 불협화음에 시달리곤 했는데 특히 1994년부터 1997년까지의 내전기간 동안 그 정도가 더욱 심했었다. 최근의 인권유린과 만연한 부정부패는 물론, 미심쩍은 과거 행적에도 불구하고, 쿠르드 자치령 대통령인 마수드 바자니(Massoud Barzani)가 이끄는 쿠르드 민주당은 로자바 지역에서 여전히 권력자의 위치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만약 로자바의 쿠르드 정치인들이 내분이나 기타 이유로 바자니 대통령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면 보복조치가 뒤따른다. 바자니 대통령은 단순히 로자바 지역 내의 세 자치구를 인정하지 않는 것 뿐 아니라, 터키와 함께 로자바 지역에 통상금지 조치를 취하였으며, 작년에는 한차례 이상 터키와 시리아 사이의 국경을 폐쇄하기도 했었다. 국경을 폐쇄했다는 것은 시리아 난민이 이라크 내의 쿠르드족 거주지역으로 피신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특히, 이는 가족과 헤어진 아동이라 할지라도 합법적인 입국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도미즈(Domiz) 난민캠프

2014 3 5, 유엔난민기구(The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 UNHCR)는 이라크로 피신한 시리아 난민이 226,934명으로, 대부분 이라크의 쿠르드지역에 있는 쿠르드족이라고 밝혔다. 쿠르드족 난민의 절반 정도는 주로 두호크(Duhok) 주에 머무르고 있다.


두호크 인근에 있는 도미즈 난민캠프는 이라크 내 가장 큰 규모의 수용소로 적정 수용인원은 27,000명이지만, 유엔난민기구의 최근 보고 따르면, 2월말 기준 58,500명의 시리아인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난민캠프의 수용인원을 한참 초과한 상태이다보니 기본적인 서비스는 물론 위생문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곧 여름이 닥쳐오면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충분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없었던 상황에서, 시리아 난민을 돕겠다고 나선 쿠르드 자치 정부의 선언이 처음에는 큰 환영을 받았으나, 예상치 못했던 난민유입 사태에 대한 적절한 계획과 후속 조치의 시행이 뒤따르지 않고 있다.


또한 이라크 내 쿠르드 거주지역으로 도망친 시리아 쿠르드족은 차별과 착취에 시달리고 있다. 이라크에 머무르고 있는 시리아 난민에 대한 고정관념이 팽배한 가운데 난민캠프의 현지관리체계가 이런 상황을 더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작년 11월 지역뉴스에서 캠프 책임자가 한탄하며 말하길, " 2만명에 달하는 난민이 두호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두호크의 경제에 영향을 미쳐 실업률…[중략]…물가,  임대료, 범죄, 마약 및 매춘 등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두호크의 안정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인 셈입니다."


이와 같은 발언은 전반적인 분위기를 대변해준다. 내가 지난 5개월 동안 두호크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시리아 난민에 대한 인종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약자인 여성


현재의 모든 역경에도 불구하고 도미즈 난민캠프에 있는 여성들은 교육에서 문화에 이르기까지 공공영역에서의 모든 생산적인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캠프만 벗어나면 이라크 내 쿠르드족 거주지역의 여성들은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약자의 신분이며 심리적으로도 불안정한 상태라는 것을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이라크 쿠르드족 여성들도 공공장소에 모습을 드러내기는 하지만, 이들의 활동은 제한적이다.


이 같은 환경에서 현지 인맥의 혜택을 볼 수 없는 외부여성들은 특히나 더 위험하다. 두호크 거주자들은 시리아 난민 때문에 매춘이 증가한다고 불평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처럼 증가하는 매춘사업의 고객이,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는 난민 여성과 여아들을 마음대로 유린하고 있는 현지 남성들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얼마 전, 에르빌에서 6명의 이라크 쿠르드족 남성이 16세인 시리아 쿠르드족 소녀를 강간한 사건 역시 이라크 쿠르드족의 관심 밖이었다. 오히려 강제로 강간범들과의 합의를 요구할 수도 있는 우려마저 있는 상황이다.


할라브자에서 있었던 살상용 가스공격이나 안팔 작전을 생각하면, 과거의 희생자였던 이라크 쿠르드족이 현재 생존을 위해 이라크를 찾은 시리아 쿠르드족 난민들을 따뜻한 동족애 감싸 안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신들이 당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시리아 쿠르드족을 차별함으로써 자신들의 권리가 커진다고 생각한 탓일까? 이라크 내의 쿠르드족들은 시리아의 형제자매들이 겪고 있는 이 공포스러운 상황을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듯 하다.



살라딘 아흐메드 (Saladdin Ahmed) 



원문기사 http://www.aljazeera.com/indepth/opinion/2014/03/iraqi-kurds-yesterday-victims-s-201431865247574237.html


번역 : 이경아 (난민인권센터 통번역 자원활동가)

감수 : 안은애 (난민인권센터 상근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