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신청자이신 S씨는 지난 2012년 처음 난센에 찾아오셨습니다.
제가 S씨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3월이었습니다. 제가 난센에서 일한지 막 한달이 되어가던 때였지요.
아직은 찬 기운이 맴돌았던, 벚꽃도 이제 막 피기 시작하던, 그런 봄날이었습니다.
만삭의 배를 쓸어내리며 아마 딸일 것 같다고 수줍게 웃던 S씨의 미소가 기억납니다.
새 생명을 기다리는 모든 어머니들이 다 그렇듯,
S씨 또한 아이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과 동시에 곧 겪게 될 출산에 대한 두려움 모두 가진 듯 했습니다.
출산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떤 것이 가장 많이 두렵냐고 물었습니다.
S씨가 무척이나 망설이며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사실 출산보다는, 아이를 낳고 난 후가 더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기저귀나 분유, 옷과 같은 아기용품이 전혀 준비되지 않았고, 병원비 등은 어떻게 해결할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헤어지고 돌아가는 길 내내, 붉어져 버린 그 눈시울이 떠올라 발걸음이 무거웠습니다.
난민이기 전에, 그녀는 어머니고, 어머니이기 전에 한 여성라는 사실.
현실적인 지원 여부를 넘어서, 한 인간으로서 S씨의 두려움과 기대가 뒤섞인 그 마음을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4월 말이 출산예정일이었지만, 아기가 역아라 제왕절개로 수술해야했고,
S씨는 더 많은 비용을 치르게 될 것에 걱정하며 입원을 결정해야만 했습니다.
용기내라고, 그래야 한다고, 잘할 수 있다고, 모든 엄마들이 그렇게 엄마가 되어가는 거라고 말했지만,
한편으론 우리 또한 S씨의 출산 용품과 필요한 비용을 잘 마련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었죠.
SNS을 통해 S씨의 상황을 공유하고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좋아요"를 누르시고, 공유하시고, 소문내 주셨습니다.
얼굴도 보지 못한 S씨의 사연만을 듣고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습니다.
격려문자와 전화를 주셨습니다.
그리고 가지고 있던 아이의 옷, 기저귀, 책, 장난감, 엄마에게 필요한 물건들도 보내주셨습니다.
가지고 있는 물건이 없다며, 그리고 너무 적어 미안하다며, 마음이 담긴 후원도 이어졌습니다.
지난 4월 11일, 기다리던 새 생명이 2.77kg으로 태어났습니다.
여린 모습이긴 했지만, 숱한 어려움을 뚫고 이 세상에 나온, 어떤 생명보다 강인한, 예쁜 공주님이었습니다.
"너 였구나, 엄마가 빨리 만나고 싶다던 그 아이구나!"
우리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S씨는 그 전보다 훨씬 더 행복한 얼굴이 되었습니다.
생명이란 것은 초라한 시작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것을 통해 우리가 얻는 기쁨은 모든 두려움을 이겨내게 하는 힘을 가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생명력'이라는 힘은 우리 모두에게 언제나 지켜내야 할, 마지막 보루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많은 한국 사람들로부터 받은 사랑과 축하가 분명 S씨에게 큰 용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기증해주신 물건과 보내주신 후원금으로, S씨와 새로 태어난 아기가 첫 시작을 잘 해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50만원 가량의 병원비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더 많은 분들의 작은 정성이 모아지면, 이것 또한 잘 극복해내리라 믿습니다.
마음이 있으시다면, S씨의 가정을 위해 후원 부탁드립니다. (국민은행 233001 04 241875 난민인권센터)
S씨를 대신해, 그리고 그 여린 생명을 대신해,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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