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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한국 난민보호 '초라한 울타리'

■20일 '세계 난민의 날' 돌아본 실태 
신청 후 1년 넘어야 취업 가능… 생계 막막 
60% "끼니 걸러봤다"… 관련법통과 시급 

난민 지위를 신청한 카메룬인 제레미(가명)씨는 한국에 온 지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일을 한 적이 없다. 수입이라고는 청소나 이삿짐 나르기 등 아르바이트로 한달 6만~7만원 번 게 고작이다. 난민 신청 후 1년이 넘어야 취업을 허가하는 국내 규정 때문인데, 이마저도 그는 당국이 아닌 난민 지원 시민단체를 통해 알았다. 

그는 "젊고 할 줄 아는 것도 많지만 본국으로 추방될 것이 두려워 불법적으로 일할 수는 없었다"며 "취업이 안 된다면 한국 정부는 생계비라도 지원해달라"고 호소했다. 

난민 인정을 못 받아 행정소송 중인 콩고 출신 존(가명)씨도 일자리가 없기는 마찬가지. 소송 기간에는 난민신청자 지위도 없어 취업이 불가해서다. 고국에서 정치적 박해를 받아 2007년 한국에 온 그는 공사장과 공장, 양파 농장 등을 전전하면서 종종 임금을 떼이고 병만 얻었다고 했다. 그는 "소송으로도 난민 지위를 얻지 못하면 추방당하겠다. 한국 정부는 우리를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다"고 한숨지었다.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이다. 올해는 유엔이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을 정한 지 60년이 되는 해다. 한국 정부는 1992년 협약에 가입했지만 난민 보호는 걸음마 수준이라는 게 난민인권단체들의 지적이다. 난민 지위를 얻으려는 외국인들이 사회ㆍ경제적으로 소외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1년 첫 난민을 인정한 뒤, 현재 총 243명(2011년 4월 기준)의 난민이 살고 있다. 주요국은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콩고 에티오피아 등이다. 

국내 난민 3분의 2가 "굶어봤다" 

지난해 법무부가 395명의 난민과 난민신청자 등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6.9%가 '경제적 곤란으로 끼니를 거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주거지원(42.6%) 직업소개(41.5%) 생계비 지원(43.1%)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현 제도하에서 난민신청자는 생계를 위협받는다. 난민 지위를 신청한 지 1년이 넘어야 취업 허가가 나오는 데다, 불허 결정을 받아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에는 아예 취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달 14일 기준으로 584명이 난민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고, 222명은 행정소송 중이다. 제 2의 제레미와 존인 셈이다. 

국제사회에서도 한국의 난민정책은 소극적인 편이다. 유엔난민기구 2009년 조사에서 한국은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인구대비 난민 비율이 가장 낮았다. 1위 스웨덴은 1,000명당 난민이 8명꼴인데 비해 한국은 20만명당 1명이었다. 총 난민수도 32위에 그쳤다. 

시민단체 등 "난민법 통과해야" 

현재 국회에는 출입국관리법의 난민관련 조항을 별도 법률로 분리하는 '난민등의지위와처우에관한법률안'이 계류 중이다. 정부가 난민신청자에게 생계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 21일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면 난민들의 생계 불안이 대폭 해결될 것으로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법률안은 또 취업허가 시점을 1년 이상에서 6개월 이상으로 줄이고, 행정소송 중인 사람도 난민신청자로 포함시켰다.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는 "법안의 필요성은 여야 모두 공감하지만 법무부가 난민신청자 범위 확대 등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면서 "국가가 당연히 지켜줘야 할 난민 인권을 이제서야 보장한다는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이날 "난민인정 불허 처분을 받아 소송 중인 외국인에게 취업을 허용하라"고 법무부장관에게 권고, 법안 통과에 힘을 실었다. 

민간 차원의 움직임도 있다. 난민인권센터는 난민들을 위한 '독립' 주거시설을 설립하고자 최근 모금에 들어갔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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