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5년 11월 7일 국회의원실, 이주구금대응네트워크, 공익법단체 두루 공동주최로 <임금체불 피해 이주노동자의 실질적 구제대책 마련을 위한 '구금 대안'제도의 필요성과 도입방안 긴급토론회>가 열렸습니다. 토론회 자료집과 영상, 그리고 이주구금대응네트워크 및 난센 활동가가 토론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공유합니다. |
1. 들어가며
발제자가 지적하고 있듯 노동권을 침해당한 피해자가 권리를 구제받으려는 과정에서 국가기관에 의해 단속되고 구금되는 현실은 국가가 보호의무를 저버리고 오히려 2차 피해를 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발제자는 임금체불 피해를 입은 이주노동자를 구금해서는 안 되며, 구금대안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깊이 공감한다.
다만, 이 논의를 임금체불 이주노동자의 사례에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구금의 최후수단성이라는 원칙 아래 더 폭넓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2023년 헌법불합치결정에서 “강제퇴거명령의 집행 확보는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보호(구금) 외에 주거지 제한이나 보고, 신원보증인의 지정, 적정한 보증금의 납부, 감독관 등을 통한 지속적인 관찰 등 다양한 수단으로도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구금은 예외적이고 제한적으로 사용되어야 하며,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은 구금이 아닌 대안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구금대안제도는 구금의 필요성이 높지 않거나 구금이 부적절한 모든 이주민에게 포괄적으로 적용 가능하도록 마련되어야 한다.
전면 도입이 당장 어렵다면, 최소한 구금으로 인해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이주민부터 우선 적용해야 한다. 임금체불 피해 이주노동자를 포함하여 아동과 동반 보호자, 난민, 임산부, 성소수자, 감염인,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이주민, 인신매매 등 범죄피해자 등은 구금이 부적절하거나, 장기구금의 우려가 높거나 구금시설에서 안전이 보장되기 어려운 경우여서 구금 대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2. 구금대안의 필요성이 큰 사례
1) 아동 및 아동이 있는 가정
현행 출입국관리법에는 '아동 구금 금지'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으며 아동구금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0~19세 미만 아동의 최장 구금일수는 2020년 601일(18세), 2024년 631일(18세)에 달하는 등 상당한 장기 구금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부모를 따라 외국인보호실에서 2020년 0세 아동이 최장 5일, 2021년 1세 아동이 최장 12일, 2023년 2세 아동이 최장 18일 구금되는 등 어린 영유아들이 구금 환경에 노출되는 심각한 인권 침해 상황이 확인되고 있다[공익법단체 두루, [통계][정보공개자료] 이주아동 구금 실태 (2020~2025) 자료 참고].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2025년 5월 한국에 대한 심사를 통해, 이주아동이 보호시설 등에서 구금되는 실태를 엄중히 지적하며 이주민·난민 등에 대한 구금이 아동의 최선의 이익, 신체와 자유에 대한 권리, 가족결합권 등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위원회는 특히 아동 구금이 송환을 위한 행정통제의 수단으로 운영되어서는 안 되며, 구금이 아닌 대안적 보호 조치 및 지역사회 기반 보호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권고하였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대한민국 제20-22차 정기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 참고) .
구금 자체가 아동에게 회복 불가능한 트라우마와 발달 저해를 유발할 수 있는 아동학대로 아동에 대하여는 구금을 전면적으로 금지하여야 한다. 아울러 현실적으로 아동이 부모 또는 법적 보호자와 함께 체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동을 동반한 보호자에게도 구금대안이 적용되어야 한다. 아동만 구금에서 제외하고 보호자를 구금하는 방식은 사실상 가족분리로 이어져 아동에게 심각한 정서적·심리적 피해를 초래하므로 가정을 함께 지역사회 안에서 지원하는 방식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2) 난민
난민인정자 및 인도적체류자는 '퇴거집행이 불가능함'이 법적으로 확인된 지위이다. 만약 이들이 국내 법규를 위반하여 출입국관리법상 강제퇴거 대상자로 분류된다 하더라도, 이들은 난민협약상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추방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퇴거집행을 위한 구금 상태에 두는 것은 추방할 수 없는 사람을 추방하기 위해 가두는 것으로 자의적 구금에 해당한다. 따라서 구금의 방식이 아닌 구금대안을 적용하여 지역사회에서 체류지위를 유지하면서 사회통합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난민신청자 역시 최종 인정을 받기 전이라도 난민협약의 보호를 받는 잠정적 난민이다. 더욱이 난민신청자는 공정하고 충실한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외국인보호소에서는 절차적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기 어렵다. 외부와의 연락이 제한된 환경에서 증거자료를 수집하기 어렵고, 통번역의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난민신청서를 (한국어 또는 영어로만) 작성하기 어려우며, 별도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공동생활공간에서 난민신청서 작성 등을 해야해서 비밀이 보장되기 어렵다. 외부의 충실한 조력을 받는 것이 매우 어렵고, 심리적으로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 구금상한의 도입 후 외국인보호소 내 난민신청자에 대하여 심사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고, 이는 난민신청자가 구금상한을 도과하여 보호해제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조치로 보이는데, 자칫 부실한 심사와 일률적인 인정의 거부로 이어질 우려도 적지 않다. 난민신청자의 심사받을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기 위해서는 구금대안이 적극 고려되어야 한다.
3) 성소수자와 HIV감염인
성소수자와 HIV 감염인은 구금 과정에서 이중 차별과 심각한 인권 침해를 겪고 있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격리·배제되거나 징벌적 독거가 이루어지기도 하며, 이러한 환경은 생존을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숨길 수밖에 없는 압박으로 작용한다. 최근 상담한 한 성소수자 난민신청자는 난민신청서를 작성할 독립된 공간이 제공되지 않아, 신청 과정에서 자신의 성적 지향이 다른 보호외국인에게 노출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겪었다. 또한 담당 공무원에게 서류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성소수자임이 드러날 경우,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호소하였다.
HIV 감염인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 사례에서는 HIV 감염인이라는 이유만으로 10개월 이상 격리실에 구금된 사실이 보고되었다( 나영정, 구금시설서 외국인보호소로 흘러간 끔찍한 차별의 맨얼굴- ['나중'으로 미룰 수 없는 '갇힌' 이주민인권 7]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성소수자와 HIV 감염인, 오마이뉴스 기고). HIV 감염인은 지속적인 항레트로바이러스제 치료(ART)를 통해 바이러스 수치를 억제해야 하며, 약물 공급이 중단되거나 지연될 경우 건강이 급속히 악화될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인보호소의 의료 시스템은 전문성이 부족해 약 공급이 끊기거나 검진이 지연되는 위험에 항시 노출되어 있다(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후기] 우리는 더이상 인권이 빈곤한 사회를 바라지 않는다 – 11월 29일 에이즈 포럼의 이야기를 담아 –).
성소수자와 HIV 감염인에 대한 차별은 한국 사회 전반에 구조적으로 존재하며, 이는 외국인보호시설에서도 그대로 재현된다. 이러한 차별과 혐오는 시설 운영 방식과 정책 결정에도 깊숙이 뿌리내려 있어, 단순히 제도를 일부 개선하는 수준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 구조적 차별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금시설의 물리적·제도적 개선만으로는 인권과 안전이 보장될 수 없다. 따라서 성소수자와 HIV 감염인에 대해서는 구금을 최소화하고, 비구금 원칙을 강화하며 실효적인 구금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4) 임산부· 장애인· 인신매매피해자 등
임산부는 신체적·정신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있으며, 정기적인 산부인과 검진, 영양 공급, 출산 전후 지원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외국인보호소는 의료 접근이 제한되고 환경도 비위생적이어서, 야간 진료나 긴급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이는 임산부의 건강과 태아의 생명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중증 질병이나 만성 질환이 있는 이주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보호소는 의료인력과 장비가 부족해 정기적인 투약·검진 및 전문 치료가 필요한 이주민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 실제로 필요한 약을 제때 제공받지 못하거나 외부 병원 진료가 행정적 판단으로 지연되는 사례가 존재한다. 이들에게는 구금이 아니라 의료 접근이 가능한 대안적 체류 방식이 필요하다.
장애인의 경우 기본적인 지원체계가 부재하다. 보조기구 제공, 의사소통 지원, 돌봄 서비스 등이 이루어지지 않아 일상생활을 영위하기조차 어렵다. 정신장애인의 경우도 보호소에는 정신건강 전문 인력과 위기 대응 시스템이 없어 불안, 공황, 우울 증상을 호소하더라도 적절한 돌봄을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독거 수용이나 격리 등 징벌적 조치가 이루어질 위험이 있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CRPD) 역시 장애인을 보호시설에 격리하거나 구금해서는 안 되며, 지역사회 기반의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인신매매 피해자는 안전한 환경에서 법적 절차, 상담,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구금시설은 범죄 피해자에게 또다시 통제와 감시가 작동하는 공간이며, 외부와의 접촉이 제한되어 권리 행사조차 어렵게 만든다. 이는 명백한 2차 피해다. 유엔 인신매매 특별보고관도 인신매매 피해자는 “범죄화되거나 구금되어서는 안 되며, 보호와 회복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3. 구금대안의 조건
이와 같이 취약한 상황에 있는 이주민에게 구금대안의 도입은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구금대안제도는 어떻게 설계되어야 할까. 발제자는 해외의 구금대안 사례를 상세히 소개하고, 평가 기준과 비용 논의를 검토하며 한국에서 적용 가능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발제문에서도 언급된 바와 같이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구금대안제도 설계에 고려되어야 할 조건들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이하의 해외사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이주 구금대안 제도 구축을 위한 해외사례 모니터링 사업’을 통해 조사한 내용 참조).
1) 우선 법률의 수준에서 구금의 남용을 방지하고 구금대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명문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들어, 독일 거주법(Residence Act)은 법률에 '비례성의 원칙'을 명시하며, "다른 덜 심각한 수단(즉, ATD)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구금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또한 "미성년자와 미성년자를 동반한 가족은 원칙적으로 구금되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구금대안의 제도 도입에 있어 중요한 원칙들을 명문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2) 또한 구금대안제도는 기본적 권리 보장을 전제로 해야 한다. 스웨덴 이민법(Aliens Act)은 구금(Detention)의 대안적 조치로 ‘감독(Supervision)’ 제도를 규정하고 있으며, 동시에 다음과 같은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① 강제송환금지원칙(Non-refoulement) 관련 우려가 있거나, 인도적·의료적 사유가 있는 경우 임시 거주허가 부여 또는 추방유예 적용, ② 출국(또는 강제송환) 명령을 받은 사람에게 조언과 상담을 제공하는 귀환센터(return center)와 숙소 제공, ③ 일정 요건 충족시 취업 허가 ④ 의료 서비스 ⑤ 교육의 접근 보장 등이다. 이러한 권리가 모든 이주민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예컨대 난민신청자의 경우 임시 거주허가 및 취업 허가 등이 실제로 인정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임산부, HIV 감염인, 장애나 중대한 질병이 있는 사람에게는 의료·보건 지원이 필수적이며, 인신매매·폭력·범죄 피해자의 경우 법률지원 및 상담 접근이 요구된다. 결국, 구금대안은 대상자의 필요에 따른 기본적 권리 보장이 함께 수반될 때 비로소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3) 발제문에서도 ‘지역사회 기반 사례관리’로 소개되고 있는데, 구금대안제도의 운영과정에서 시민사회와 협력하여 이주민의 자율성과 참여를 높이는 방식이 효과적으로 평가된다. 캐나다는 '구금은 최후의 수단'이라는 원칙 하에 구금대안 프로그램을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국가 중 하나로 평가되는데 2025년 기준, 캐나다의 이주민 98% 이상이 이민 구금시설이 아닌 구금대안 프로그램 하에서 관리되고 있다. 전문성 있는 NGO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이주민의 인권을 보장하고 지역사회 통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NGO는 신원보증인이 없거나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주민에게 석방의 조건으로 맞춤형 사례관리를 제공한다. 그 내용은 단순한 감시가 아닌, 보건 및 정신건강 지원, 고용 및 주거 지원, 가족 및 아동 프로그램 연계 등 이주민의 지역사회 적응과 자립을 돕는 포괄적인 지원을 포함한다. 아동 및 아동이 있는 가정의 경우 지역사회 기반 사례관리가 효과적이라 평가된다.
즉, 구금대안제도는 법제도 정비와 기본적 권리의 보장, 시민사회와의 협력 등을 기반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향후 구금대안제도의 도입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어 임금체불 피해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여러 취약한 상황의 이주민이 더 이상 구금되지 않고,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김연주(이주구금대응네트워크, 난민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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