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의는 난민인권이다.
경주(난센 회계팀)
들어가며: 기후위기와 난민위기의 관계
기후위기와 난민위기의 연관성은 ‘환경난민’ 혹은 ‘기후난민’의 발생문제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들은 보다 복잡한 연관을 갖습니다. 기후위기를 만드는 지구적 자본주의의 이윤추구와 끝을 모르는 채굴/개발에 대한 국민국가의 공동화(국가없음) 및 주권폭력(을 통한 서포트/박탈/배제 등 여러 형식)은 동시에, 수많은 시민들에게 시민권을 포함한 장소, 국적, 동료, representation(재현, 대표), 즉 ‘정치체에 대한 권리’를 빼앗고, 원치 않는 이주를 강제하는 주요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즉 기후위기와 난민의 위기는 동일한 원인 하에 발생되는 다른 현상이면서도 특정한 조건과 임계를 충족할 경우 서로를 가속화 하는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자에 의한 후자의 가속화가 보다 전형적이고 전면화 된 위험이지만, 집단적인 이동과 주거, 새로운 정착지의 개발과 확장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후자에 의한 전자의 가속화 역시 (미약하지만) 전혀 비개연적이거나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1
난민비호체계의 취약성과 기후위기
나아가 이와 같은 위험들은 특정 지역을 넘어서는 현상이 되고 있으며, 여기에 비호체계의 취약성이라는 (장기지속하면서도 새로이 갱신되는) 위험이 더해지면서 난민들은 비호국에서 조차 기후재난에 가장 먼저 노출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즉 기후난민과 ‘동일한 수준’은 아닐지라도 비호국 내의 난민들 역시 더 이상 기후재난의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비호체계의 취약성은 곧 난민의 주거 및 일터, 광장 나아가 삶 자체의 취약성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후위기는 그러한 취약성 앞에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길 주저하지 않습니다. 난민공동체나 난민을 지지하는 단체들이 난민의 취약성에 대한 하나의 보루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부르디외가 프랑스의 ‘사회적 노동’에 대해 말한 것처럼 ‘불가능한 임무’에 가깝습니다. ‘난민지원단체’가 가진 (문제해결의) 자원은 한정(덜-복잡화)되어 있는 반면, 난민들이 처한 어려움의 상황들은 무한정으로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혹은 극심한 분쟁의 중심에 있다고 보기 어려운 국가들)의 상황을 중심으로 기술하고 있지만, 강화되는 기후위기와 비호체계의 취약성이 동시에 작동함으로써 난민들의 삶을 '삶 아닌 것'으로 만들어내는 사례들은 기후난민들이 발생되는 지역에서 보다 극명하게 관찰될 수 있습니다. 이때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기후재난에 따른 시민의 위기를 전면적으로 강화하는 매체로서 작동 됩니다. 2멕시코와 미국을 향한 온두라스 시민들의 '카라반'은 이것의 '이념형'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입니다. 장기-지속된 사회경제적 불평등 3과 기후재난이 시민들의 삶/조건들을 파괴하고 있지만, 주요 비호국인 미국과 멕시코는 비호체계를 축소/안보화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하나의 지표로는 두 국가로의 비호신청율과 구금추이 및 강제송환율이 동시에 증가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2022년의 기후재난과 난센의 배움 그리고 한계
2022년의 여름을 보내며 난센 또한 기후위기에 더 이상의 ‘외부’는 없다는 것과 한국사회에 거주하는 난민들의 삶에 기후위기가 실재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늦게나마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기후정의와 난민인권이 분리 될 수 없고, (더는) 기후정의의 제도화 없이는 난민인권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배우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피해규모나 피해사례를 조사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는 단체의 역량을 넘어서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일부 재단들이 이주민분들의 기후재난의 피해를 관찰했고, 긴급지원 사업을 통해 이에 응답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업들의 ‘신청가능대상’은 대부분 ‘아동이 있는 가정’에 한정되었습니다. 기후정의의 관점에서 이주/난민들의 기후재난에 따른 위해를 일시적이거나 예외적인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결정자로서의 국가에게 이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지게 함과 동시에 시민사회의 집합적 대응을 모두는 지혜와 협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난민인권이 관찰하는 기후정의의 주제화
난센이 난민인권을 고려하며 관찰하는 기후정의란 ①우선적으로는 난민인정자를 시작으로, 국가의 필요와 선별적 비호결정에 따라 포함적으로-배제된 난민(재)신청자 및 보충적 보호자들에게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주거, 노동에 대한 시민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②기후재난의 위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예방을 제도화하는 것이며 ③보다 근본적으로는 기후위기와 난민의 위기를 만들어내는 지구적 자본주의 및 (국가-없음을 포함한) 국가폭력의 맹목적인 작동과 ④그에 따른 모든 불평등과 폭력의 형식에 대한 규제/형식을 안정화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⑤이러한 형식 안정화의 최우선적 결과는 '획기적인 온실가스의 감축'으로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관찰은 현재 시점의 것이며, 다음 질서의 관찰들에 대해 열려있습니다.
난민인권으로서의 기후정의
하지만 기후정의의 제도화에 무관심한 한국정부와 취약한 비호체계를 얼버무리며 장기화하려는 법무부는 기후위기와 그것이 배가 시키는 난민의 위기를 관찰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후재난에 대한 책임과 위해는 오롯이 한국에 거주하는 난민개인의 것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기후위기의 반복적인 갱신은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추세’라는 기후정의활동가들의 주장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실천으로서의 ‘기후정의 제도화’가 이러한 추세를 불평등하게 경험하고 있음에도, 온 맘과 힘을 다해 삶의 문제와 무게들을 직면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난민을 포함한) 모든 동료시민들의 삶을 보다 나은 차원으로 이끌어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난센은 앞으로 미약하게나마 기후정의 안에 난민인권의 문제를, 난민인권 안에 기후정의의 문제를 상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기후정의는 곧 난민인권이기 때문입니다.
나가며: 9.24일 난센의 일정
9.24일이 다가옵니다. 난센은 2시부터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진행되는 <약자생존>에 참여하여 한국사회의 난민재신청자들이 놓인 생존불가능의 구조와 상황에 대해 발언을 한 뒤, 곧장 기후정의행진에 동참하려고 합니다. 보다 많은 분들이 함께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럼, 24일에 뵙겠습니다:D
*난센과 함께 행진에 참여하실 분들은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약자생존 안내 바로가기: http://womenlink.or.kr/notices/24500
- 문제해결의 차원에서도 이 둘은 깊이 연결됩니다. 즉 이미 상호-가속화의 관계을 맺고 있기 때문에 둘중 하나만을 고려하는 해결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것입니다. [본문으로]
- 세계식량기구(FAO)는 건조회랑 지역의 가구 62%가 옥수수, 콩, 수수 등 농산물 산업을 일터로 삼고 있으며, 이들 중 80%이상이 빈곤선poverty line 아래에 있다고 보고함. 이태혁(2023) "카라반(Caravan)과 기후 강제이주의 온두라스"에서 재인용. [본문으로]
- 2022년 10월 기준 세계식량기구WFP는 온두라스 국민 9.1백만명 중 60%가 빈곤선 아래 있다고 보고한 바 있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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