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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

[활동후기] 달빛님 취업 성공기

반가운 소식을 전합니다. 인도적체류지위 비자 규정에 묶여, 능력과 의사와는 상관없이 비전문직과 비숙련직종에만 취업허가를 받아오셨던 달빛님이 두 달 동안 난센과 교육업체 취업 허가에 도전하여 불가능해보였던 허가를 받았습니다.

 

문득 카프카의 소설 ‘법 앞에서’가 떠오릅니다. 법 앞에 있는 문을 통과하려고 문을 지키는 문지기의 허락을 바라며 매일 같이 문 앞에 찾아가는 시골에서 온 남자가 모든 수단을 다 써 보지만 그 문을 통과하지 못하죠. 어느 날 이 사람이 늙어서 남은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파악한 문지기는 이 법안으로 입장 허가를 받은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 출입구는 그 남자만을 위한 것 이었다면서요.

 

달빛님이 주변 지인 소개로 교육관련 업체에 취업제안을 받으셨다고 처음 말을 꺼내시며 인도적체류비자로 이 직종에 취업허가 신청을 할 수 있는지 문의하셨을 때, 업무내용을 확인하며 취업허가를 받는데 크게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과 후 영어수업 파견 교사(한국인)를 트레이닝하며 도움을 주는 업무였고 영어 사용자로 난민지위 신청 전 본국에서 인턴쉽으로 국제기구내 현지인 트레이닝을 담당한 경험이 있는 달빛님이 하시기에 어려움이 없어 보였습니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사무국은 출입국에 취업허가서 제출하실 때 동행하였고, 저희의 기우대로(?) 출입국은 인도적체류자는 단순노무만 할 수 있기 때문에 허가 받을 수 있는 직종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응대하였습니다. 활동가들이 인도적체류자도 관련 요건을 갖추면 체류자격 외 활동허가를 받아 E-7이 취업하는 직종에 취업할 수 있음을 알고 있다고 설명하자, 출입국은 그제서야 지침을 확인하더니 이 직종에 맞는 신청자의 학력 및 경력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달빛님과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사무국은 달빛님의 관련 학력과 경력 정보에 대해 답변하며 졸업증명서와 이수 과목 성적증명서등 뒷받침 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자료를 제시하였습니다. 담당 공무원은 자료를 받아들고 출입국 규정을 검토하였고 이 직종에 취업하기 위해 필요한 사업체 증명서등을 다시 요구하였습니다. 출입국을 만족시키는 사업체 증빙서류를 제출하고 또 다시 추가 서류를 요구받고 제출하기 까지 두 달이 걸렸습니다. 근무 시작 일자를 허가일자 이후로 두어야 하는 규정을 지키기 위해(사전허가를 받아 취업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 서류를 요구받을 때 마다 고용계약서 날짜를 뒤로 변경하고 고용주에게 양해를 구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아는 분의 소개로 일자리를 제공한 고용주가 체류지위 때문에 곤란함에 처한 달빛님의 입장에 공감해주셔서 취업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내국인의 경우에도 두어 달 씩 근무 시작 일을 미루어야 했다면 고용을 거부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점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지 않고, 허가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난민신청자, 인도적체류자가 취업허가를 받는 과정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 충분히 예견됩니다.

 

일반적으로 제한 없이 취업이 가능한 난민인정자와는 달리 인도적체류자는 여전히 G-1이라는 체류자격으로 인해 취업과정에서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고, 체류기간 내에만 취업이 가능하며, 직종 등 일부 제한이 있습니다. 본국에 돌아 갈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인도적체류자에 대해 체류를 허락하는 것 외에 기본적인 생존 여건 보장이 필수이고, 많은 부분에서 보완이 필요합니다. 특히나 난민지위와 달리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도 없는 상황에서 취업직종을 제한하는 조건은 인도적체류지위자의 삶을 더욱 불안정하게 하는 주요한 요소로 지적받아왔습니다.

 

법무부는 모순 된 난민법 앞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줄지 않는 이유를 외면하지 말아야합니다. 문을 두드리는 약자들이 두드릴수록 희망을 잃어버리는 법이라면 무엇이 바뀌어야하는지 제대로 조사하고 바꾸는 게 법을 다루는 기관의 일이라는 것을 문 밖에서 알립니다.

 

이현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