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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

[성명] 세계인종차별철폐의 날 공동성명서 “우리 지금 여기 있다! #World_Against_Racism”

 

2020 세계인종차별철폐의 날 공동성명서

“우리 지금 여기 있다! #World_Against_Racism”

 

 

3월 21일은 제54주년 UN 세계인종차별철폐의 날이다. 이 날을 맞아 여러 나라에서 인종차별 반대 집회와 행진이 열린다. 코로나19 사태로 우리는 집회를 이 성명서로 대신하며, 인종차별 없는 세상을 염원하고 인종차별에 맞선 세계 곳곳의 행동들에 연대를 보낸다.

 

한국에 사는 이주민이 250만 명을 넘었다. 그들은 인종차별적 정책과 편견들로 고통을 받고 있다. 미등록 이주민이 단속 과정에서, 단속 후 구금되는 외국인‘보호소’에서 죽고 다치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는 이주민이 건강보험을 ‘먹튀’한다는 편견을 조장하며 내국인보다 더 비싼 보험료를 부과했다. 사업장 이동을 금지한 고용허가제는 내국인의 6배가 넘는 이주노동자 산재발생률을 낳았다. 적지 않은 이주여성이 남편의 폭행, 성폭력에 시달린다. 남편이 결혼이주여성의 체류 자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도는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난민들은 심사 과정의 허위 통역, 취업제한 등으로 고통 받는다. 출생등록이 막힌 이주아동은 기초적인 권리조차 침해받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이주민들은 더욱 취약한 처지에 놓여 있다. 매일 업데이트 되는 각종 정보들조차 체계적으로 번역되거나 전달되지 않아 자신의 안전을 지키고 피해 지원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지어 대구에서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마스크 배분을 거부하는 일도 있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 강화가 우려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중국 국적자나 중국동포들은 차별과 혐오, 배제에 시달리며 일자리를 잃는 경우까지 있다. 이 와중에 정부여당은 코로나19를 빌미로 ‘외국인 숙박신고제’를 도입하려 한다. 이주민이 잠재적 위험인물이라는 편견을 조장하며 통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서구에서 코로나19를 빌미로 아시아계 이주민에 대한 노골적인 인종주의가 횡행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유엔의 자유권·사회권·아동권리·장애인권리·여성차별철폐 등 모든 위원회에서 인종과 관련한 차별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권고해왔다. 특히 2018년 12월,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인종차별 정서가 심해지는 한국에 국가적 위기상황을 경고하고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이주민이 그 혜택은 향유하지 못하는 현실이 한국의 인종, 피부색, 민족, 사회계층 차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이주여성들은 익산시장의 다문화가정 자녀 비하 발언과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폭행 사건에 분노해 항의 행동에 나섰다. 이 행동은 단숨에 이주여성들의 문제를 사회에 널리 알렸다. 정부는 지난해 고용허가제 시행 15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행사를 열며 자화자찬 했다. 그러나 고용허가제 폐지를 요구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집회와 행동은 그 15년이 피와 눈물로 얼룩져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한편, 인천공항에 무려 287일간 억류돼 있던 난민 루렌도 가족이 수많은 단체들, 변호사들, 개인들의 연대와 지지에 힘입어 마침내 입국하는 기쁜 일도 있었다.

 

세상에 울려 퍼진 당사자들의 목소리와 이에 대한 연대가 인종차별에 맞서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한다. 이런 목소리와 연대의 행동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우리는 함께 외친다!

 

인종차별과 혐오 OUT! NO RACISM!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인간사냥 단속추방 중단하라! 외국인'보호소' 구금 중단하라!

강제노동 고용허가제 폐지, 노동허가제 실현하라!

이주민 노동안전 보장하라!

중국인·중국동포 혐오 OUT!

젠더 폭력피해 이주여성의 안정적인 체류권을 보장하라!

인권이 존중되는 난민 심사와 난민의 노동권·생존권을 보장하라

이주아동 기본권리 보장하라!

No Corona Racism

 

 

2020년 3월 20일

 

난민인권네트워크

단속추방반대! 노동비자 쟁취! 경기지역 이주노동자 공동대책위원회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

 

 

2020 인종차별철폐의 날 보도자료.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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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슬로건(요구) 소개]

 

  • 인종차별과 혐오 OUT! NO RACISM!

한국에 사는 이주민이 250만 명을 넘었다. 그들은 인종차별적 정책과 편견들로 고통을 받고 있다. 이주민들은 이에 맞서 싸워왔고, 지지와 연대도 지속돼 왔다. 이를 더욱 확대하고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차별금지법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평등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차별금지법을 통해 한국사회에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다양한 차별현실을 알려내고, 차별을 실질적으로 구제함으로써 평등과 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반(反)동성애/이슬람’이 버젓이 선거 표어가 되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소수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혐오표현이다.

한 사람의 정체성이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차별의 경험도 복합적이다. 이런 차별의 경험을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 개별적 차별금지법들로는 부족하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나중’으로 미루자는 것은 오늘날의 차별은 일어나도 되는 일이며, 차별받는 당사자들에게 참으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와 국회는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

 

 

  • 인간사냥 단속추방 중단하라! 외국인‘보호소’ 구금 중단하라!

최근 코로나19 확산을 피해 적지 않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귀국하자 곳곳에서 일손이 부족해 곤란을 겪고 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경제에 큰 기여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런데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오히려 비난을 받는 처지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단속 과정에서 사망한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알려진 사례만 11명이다.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한 경우는 훨씬 많다.

또한 강제 추방을 앞둔 이주민들을 구금하는 외국인‘보호소’는 이름과 달리 전혀 외국인을 ‘보호’하지 않는다. 지난해에도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약 1년째 수감돼 있던 이주민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급성신부전증으로 사망했다.

이런 비극의 원인이 되는 미등록이주민 단속·추방과 외국인보호소 구금을 중단해야 한다. 정부가 최근 실시하고 있는 ‘자진출국 제도’는 일시적 감축에만 초점을 맞춘 미봉책이며, 재입국을 하더라도 취업을 할 수 없어 다시 미등록 체류를 초래할 것이다.

 

 

  • 강제노동 고용허가제 폐지, 노동허가제 실현하라!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예외적으로 사업주 측에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며, 이조차 이주노동자가 사업주 책임을 증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체류 기한도 4년 10개월로 제한하고, 이를 연장하려면 고용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가족 동반도 금지한다. 이주노동자를 고용주에 종속시켜 강제노동을 시키는 ‘현대판 노예제’나 다름없다. 2017년에는 사업장 변경을 하지 못한 이주노동자 2명이 잇따라 자살하기도 했다.

이에 최근 이주노동자들과 이주운동단체들은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이동 제한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도 제기했다.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사업장 이동 자유와 노동권을 보장하는 노동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

 

 

  • 이주민 노동안전 보장하라!

이주노동자의 산재 발생률은 한국인의 6배가 넘는다. 산재로 사망한 이주노동자 수는 2016년 71명에서 2018년 136명으로 약 2배나 늘었다. 지난해 1~6월 발생한 산재 사망자 10명 중 1명은 이주노동자였다.

이주노동자의 산재를 줄이려면 사업장 이동을 금지한 고용허가제,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추방 등 이주노동자를 취약한 처지로 내모는 정책들을 폐지해야 한다. 노조할 권리를 보장해 위험한 작업환경에서 스스로 지킬 수 있는 힘을 갖게 해야 한다. 또한 충분한 안전교육, 산재보험 의무가입 확대, 열악한 작업 환경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등도 이루어져야 한다.

 

 

  • 중국인·중국동포 혐오 OUT!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인이나 중국동포를 잠재적 보균자로 보는 편견과 혐오가 확산됐다. 한 언론은 중국동포가 많은 대림동 일대를 불결하고 비위생적인 곳으로 묘사하는 기사를 내보내 이를 부추겼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중국인 입국 금지’를 표지로 삼아 정쟁에 이용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단지 중국인·중국동포라는 이유로 상점 출입을 금지당하고 일자리를 잃는 경우까지 있었다.

바이러스가 국적이나 인종을 가려 전파되는 것이 아니므로 이런 관점은 적절한 대책을 세우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방역과 의료체계의 문제점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게 만들 수 있다. 혐오와 편견의 대상이 되는 개인들은 의심 증상이 있더라도 사회적 비난이 두려워 이를 드러내기 어려워할 수 있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중국인·중국동포를 향한 혐오는 중단돼야 한다.

 

 

  • 젠더 폭력피해 이주여성의 안정적인 체류권을 보장하라!

지난해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을 남편이 폭행하는 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돼 범사회적 분노를 일으켰다. 국가인권위의 2018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결혼이주여성의 40% 이상이 가정폭력을 경험하고 있다. 체류자격에 남편이 영향을 줄 수 있고, 이혼할 경우 남편의 귀책을 입증해야 체류할 수 있는 현실 등이 그 배경에 있다.

이처럼 젠더 폭력피해 이주여성의 경우 체류자격이 불안정하거나 체류자격 유지를 위해 가해자의 협조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피해를 당하더라도 법적 절차를 진행하고 적극적으로 가해자 처벌 및 피해에 대한 구제를 요청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제대로 된 피해 구제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체류권을 보장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 인권이 존중되는 난민 심사와 난민의 노동권·생존권 보장하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3.6%에 불과하다. 인도적체류까지 포함한 ‘보호율’도 11.3%에 지나지 않는다. 심지어 지난해 한 해 동안에는 1.4%만 난민으로 인정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시아 최초의 난민법 시행국’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다.

이는 인권이 존중되지 않는 난민 심사와 관련 있다. 심지어 법무부 직원들이 난민신청자 면접 조서를 허위로 작성한 사실이 다수 드러나기도 했다. 출입국항에서 이루어지는 난민심사 회부 절차는 사실상의 사전 심사로, 루렌도 가족 사건이 보여주듯 자의적으로 불회부하기 일쑤다.

난민들이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생존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취업이 금지되는 경우가 많고, 불안정한 체류자격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그런데 생계 지원금도 형편없어 ‘불법 취업’으로 내몰린다.

전쟁, 박해, 생존의 위협을 피해 온 난민들이 또다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하는 현실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 이주아동 기본권리 보장하라!

미등록 이주아동의 불안정한 체류 자격은 그 자체로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 심리상태, 교우관계에 악영향을 끼치며, 대학 입학이 불가능한 등 진학과 취업에 제약이 많아 미래를 설계하기 어렵다. 만약 단속을 당해 추방된다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또한 한국에서 태어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는 경우 존재를 증명할 수 없어 각종 서비스에 접근이 거부되고 폭력 및 학대 위험, 가족과의 분리 위험에 노출된다. 정부는 지난해 출생통보제 도입을 발표했지만, 외국 국적 아동을 포괄하는지는 불분명하다.

국내에서 사회적 기반을 형성한 이주아동에게 체류권과 기본권을 보장하고 보편적 출생신고제를 도입해야 한다.

 

 

  • No Corona Racism!

코로나19 대책에서 이주민이 배제되고 있다. 기본적인 예방수칙 정도를 제외하면 매일 업데이트되는 각종 정보들이 번역되지 않아 크고 작은 불편을 겪고 막연한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의료서비스에 대한 정보에서 소외되는 것은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또한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이주민이 공적 마스크 구매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주민의 절반을 마스크조차 구입할 수 없게 한 것이다.

이 와중에 정부여당은 코로나19를 빌미로 ‘외국인 숙박신고제’를 발의했다. 이주민이 잠재적 위험인물이라는 편견을 조장하고 통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안전에는 이주민과 내국인이 따로 없다. 모두의 안전만이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