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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

[난민기고] 그레이스의 한국 살이

 ※ 난민인권센터에서는 한국사회 난민의 다양한 경험과 목소리를 담고자 참여작가를 모시고 있습니다. 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립니다. 문의: refucenter@gmail.com

※ 본 게시물은 한국 거주 난민의 기고글로 난민인권센터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원문은 하단의 링크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본 게시물은 난민인권센터와 저자의 허가 없이 무단 편집, 사용이 불가합니다. 



그레이스의 한국 살이



글 : 놀라운 은총


  저는 난민 신청을 하고 석 달에 한 번씩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방문해 외국인 등록증을 연장받았습니다. 난민신청 1차 심사에서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이의신청했지만 또 거부당했습니다. 제가 발급받은 외국인등록증으로는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집세와 식용품, 의류 등 생활비도 많이 듭니다. 나중에 저는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한국에서 난민은 일도 못 하고 의료보험도 보장이 안 되기 때문에 살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늘 저의 경우만 그렇다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놀랍게도 한국에서 난민 지위를 신청한 모든 외국인이 똑같은 대우를 받고 있었습니다. 모두 저와 같은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또 어려웠던 순간은 한국에서 난민으로서 출산할 때입니다. 무엇보다도 아이가 한국에서 태어나도 한국 정부는 아이를 한국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또 태어난 아이가 난민으로 인정받으려면 부모의 출신국으로부터 여권을 발급받게 되어 있는데 이 자체가 너무 어렵습니다. 왜냐면 대부분의 국가가 자기 나라에 있지도 않은 사람에게 여권을 발급해줄 리가 없으니까요. 아이는 한국 정부로부터 아무런 도움이나 혜택을 받지 못해 이 모든 어려움을 겪어내야 합니다.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저는 한국에서 지내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을 발견했습니다. 의료보험이 안 되니 병원비가 너무 비싸고 생활비도 만만치 않습니다. 또 한국에 있는 난민들은 불쌍한 사람들로 여겨지며 천대받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난민으로 사는 것은 지구상의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사는 것과 같습니다. 제가 한국에 왔을 때 한국은 모든 외국인에게 꿀과 같은 나라일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외국인들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를 보고, 특히 아프리카 사람들이 업신여김을 받는 것을 알고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 the refugee art project



  다음은 제가 경험한 바입니다. 저는 한국에 난민으로 왔습니다. 난민들은 한국에서 불쌍한 사람으로 여겨집니다. 제가 서울 외곽에 있는 클럽에 갔을 때의 일화인데요. 그곳에는 외국인들은 거의 없었고 그 지역 주민들 대부분은 흑인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제가 제 친구와 클럽에 들어가자 거기 있던 모든 한국인이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어떤 이들은 옆으로 와서 피부를 만져보기까지 했습니다. 저는 너무 불편하고 마음이 안 좋았는데 곧 젊은 한국 여성들이 저를 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음악이 시작됐는데도 여전히 모두 제 피부색에 신경이 쓰이는 듯했습니다. 제가 급기야 “저한테 뭐 잘못된 게 있나요? Is there anything wrong about me” 라고 묻자 뒤에서 “흑인black, 흑인black”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결국, 저는 그 클럽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저는 다시는 그 클럽에 가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얼마 후 저는 그 사람들이 평생 흑인을 본 적이 없고 그 동네에서 흑인을 본 것을 신기하게 여겼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몇 달 후 다시 그 클럽이 있었던 지역을 친구들과 지나치게 되었는데 그때의 일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씁쓸한 느낌으로 저는 클럽에 있었던 한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행동하는 것처럼, 당신은 왜 그러질 않나요?”  그러나 제가 들은 대답은 한국어이었기 때문에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겪은 또 다른 사건은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날은 많은 사람이 장을 보고 있었는데 저는 물건을 다 산 뒤 계산하기 위해 줄을 섰습니다. 줄이 점점 앞으로 움직여 제가 거의 계산대 가까이 왔을 때 소위 ‘아줌마’라고 불리는 나이든 여성이 뒤에서 저를 밀치고 나와 새치기를 했습니다. 저도 거부하려고 했지만, 그 여자분은 한국말을 해서 하나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기분이 너무 상했고 그 사람은 계산대에 다 이를 때까지 계속 한국어로 뭐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포기하고 그 줄을 떠났습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한국에는 인종차별이 있으며 그것도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번역 : 정수지

감수 : 고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