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원문기사
난민에 대한 두려움은 어디에서 오는가?
: 거짓 소문들은 유럽이 진정 우려하는 것들에 대해 무엇을 시사하는가
the Atlantic 2016년 4월 27일자 기사
소문은 진실에 관해 무엇을 말해주는가? 정당한 우려는 편견이나 과잉 반응과 어떻게 구별해야 하는가?
유럽이 최근 난민의 급증과 그에 따른 정치적 난제들에 직면하면서, 부정확한 정보는 이미 긴장된 상황을 종종 더 악화시켜왔다. 그러나 나쁜 정보 자체가 유용한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유럽 지도자들이 난민의 유입을 줄이기 위해 유약한 조치를 실행하면서 당면하고 있는 복잡하고 골치 아픈 정치적 환경에 대한 실마리 말이다.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주는 한 사례가 독일에서 난민들에 대한 소문을 추적하고 퇴치하기 위해 지난 겨울 두 명의 독일 여성이 시작한 Hoaxmap Project(거짓말 지도 프로젝트)다. 독일은 유럽에서 2015년 다른 국가의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수의 난민들이 찾아 온 나라로 이러한 갑작스러운 난민의 유입과 함께 거짓 소문들도 횡행했다. 인터넷과 SNS 검색, 경찰관들이나 관련 당사자들의 진술 등을 통해 작성된 지도는 과학적인 데이터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지도가 2013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수집한 358건의 소문은 난민 문제에 있어 사람들이 무엇을 걱정하는지에 대해 전반적인 상황을 확실히 잘 드러내고 있다. 거짓말 지도가 수집한 40가지 종류의 소문들 중 거의 2/3는 단 두 종류의 범죄와 관련이 있다. 첫째는 여러 형태의 절도 또는 절도 미수, 둘째는 여러 형태의 성범죄 또는 성범죄 미수이다. 주차 위반, 살인, 테러, 그리고 심지어 백조 밀렵에 대한 이야기들도 가끔 나타나지만 위의 두 가지 범죄와 같은 방식으로는 확산되지 않는다.
한편으로 어떤 소문들은 실제 사건에 의해 촉발되기도 한다. 특히 널리 알려진 새해 전날(2015년 12월 31일) 독일 쾰른에서 발생했던 수백 명의 여성이 경찰 서장의 묘사에 따르면 ‘대부분 북 아프리카나 아랍 국가’ 출신으로 보이는 남성들에게 강탈을 당하거나 성희롱을 당했던 사건은 그 후 많은 소문의 근원이 되었다. 추후 이 사건의 용의자들로 지목된 수십 명들 중 대부분은 쾰른시 검찰이 주로 북 아프리카에서 온 ‘일반적으로 난민에 해당되는 집단’이라고 표현한 사람들에 속했다.
동시에 독일 여론조사와 Hoaxmap이 수집한 소문들 모두에서 표출된 난민 관련 범죄에 대해 널리 퍼져있는 두려움은 독일에서 난민과 범죄율에 대해 발표된 실제 통계 자료를 볼 때 그 근거가 빈약함을 알 수 있다. 독일 연방 범죄 경찰청 (BKA)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 가을의 난민 유입은 일반적인 인구 증가에 따른 자연적인 범죄 증가율을 고려할 때 범죄율에 아주 미미한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즉 독일의 난민 수는 2014년과 2015년에 440% 증가했지만 난민에 의한 범죄율 증가는 79%에 그쳤다. (난민을 대상으로 한 범죄 또한 증가했다.) 더욱이 Deutsche Welle의 이 보고서 분석을 보면 2015년 상반기에 범죄가 증가했지만 하반기에는 ‘정체’했다는 것이다. 이 때는 특히 대부분의 난민들이 도착하고 소문이 무성히 증가하고 있을 때였다. 그리고 Hoaxmap에서는 성범죄가 소문의 25%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BKA 데이터에 따르면 난민 관련 범죄들 중 단 1%만 성범죄 범주에 속한다.
실제로 기록된 범죄와 범죄 관련 소문 사이의 이러한 불균형은 소문이 퍼지는 근본적인 작동 방식과 사람들이 난민에 대해 흔히 느끼는 감정들을 반영하고 있다고 사회학자들과 난민 문제 전문가들은 이야기 한다. 구체적으로 소문은 소문과 비슷한 성격의 실제 사건이 이미 발생했거나 사람들에게 내재되어 있던 두려움을 건드릴 때 촉발되기 쉽다. 예를 들어 소문이 갖는 힘에 있어 백조 밀렵이 결코 성폭행의 적수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소문의 사회 심리학적인 측면에 관한 기본 지침서와 2010년 출간된 테러리즘 및 난민 관련 소문에 관한 책을 집필한 노스웨스턴 대학 사회학 교수인 Gary Alan Fine은 쾰른 사건을 “사람들이 그럴 듯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표준”과 같은 성격을 지닌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일단 그럴듯한 이야기가 있으면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믿기 위해 필요한 정보에 대한 기준이 훨씬 낮아집니다. 왜냐하면 보통 ‘다른 곳에서 일어났던 일이랑 비슷하잖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사실 Hoaxmap에서 강간 및 성폭행과 관련된 76건의 소문들 중 거의 절반이 쾰른 사건 이후 두 달 동안 수집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 때문에 서로 다른 도시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이야기들도 동일한 사건에 대한 변형인 경우도 있다. Fine 교수는 또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가장 잊기 쉽고 바뀌기 쉬운 것들 중 하나가 사건이 일어난 장소입니다.” 예를 들어 아주 놀라운 일이 미국에서 일어나면 “디트로이트에 있는 사람들은 ‘오, 그거 디트로이트에서도 있었는데’, 피닉스에 사는 사람들은 피닉스에서 있었다고 얘기할 것입니다.” 날짜와 장소는 (어쩌면 새해 전날이라는 아주 기억하기 쉬운 날이라 하더라도) 이야기가 가지는 사회적 의미에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중심에서 밀려나고 만다. “사람들이 기억하게 될 것은 범죄자가 중동 출신의 난민이었느냐 이지요. 어떤 사항들은 이야기에서 특별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여겨지지 않기 때문에 뒷전으로 밀려납니다. 목요일에 일어났는지 아니면 화요일인지 이런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시카고인지 디트로이트인지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야기의 의미라는 관점에서 시리아 난민인지 흑인인지 아니면 히스패닉이 관련되었는지의 여부는 중요하지요. 이러한 문제들이 널리 확산될만한 이야기가 될지의 근거가 됩니다.”라고 Fine 교수는 계속 이어갔다.
이러한 무의식적인 정보 대체현상이 이야기를 Hoaxmap의 명칭이 의미하는 ‘거짓말(hoax)’로 만들지는 않는다고 Fine 교수는 지적했다. “거짓말(hoax)이란 누군가 의도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퍼뜨림으로써 다른 사람을 속여서 무언가 개인적인 이익을 얻으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금 일어나는 현상은 그런 것은 아니라고 봐요.” 그에 따르면 오히려 소문은 이해할 만한 두려움에 근거를 둔다고 했다. 이주 정책 연구소의 Natalia Banulescu-Bogdan은 이 점에 동의했다. 그녀에 따르면 “난민은 이미 존재하는 불안을 대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미 존재하는 불안은 콕 집어내기가 정말 어렵다. 미국의 난민에 대한 태도에 관해 연구해온 Justin Berg는 이메일을 통해 사람들의 행동에 무의식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형태의 미묘한 신호들이 난민에 대한 두려움뿐만 아니라 범죄율과 특정 지역에 실제로 들어오는 난민의 수와 같은 환경적 요인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Hoaxmap이 범죄 소문이 가장 무성한 것으로 보고한 지역들이 반드시 범죄율이 높은 것은 아니며 난민이 가장 많이 사는 곳도 아니다. “다양한 형태의 위협, 정치적 이념, 정당, 인종차별, 난민 접촉의 형태, 교육 수준, 그리고 미디어가 흔히 큰 역할을 하며 특히 난민의 유입이 최근 유럽에서처럼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에 이루어질 때 그러하다”고 Berg는 말했다.
구체적으로 강간 소문의 경우 지난 수십 년 간의 연구 조사를 보면 사람들이 인식하는 위협의 종류가 상당히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젊은 여성들 사이에 강간이 살인을 포함해 다른 어떤 범죄보다도 가장 큰 두려움의 대상이다”라고 범죄 양식 및 범죄에 대한 두려움의 양식을 연구하는 오스틴 소재 텍사스 대학 사회학 교수인 Mark Warr는 이메일을 통해 전했다. 그러한 이유로 “위험의 가능성이 조금만 증가해도 (예를 들어 그 지역에서 일어난 강간 보도) 엄청난 두려움이 확산될 수 있다.” 따라서 쾰른에서의 성폭행 사건들은 다른 보고된 범죄들보다도 소문의 세상에서 훨씬 더 큰 여파를 남기기가 쉬웠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독일에 들어 온 초기 난민들의 연령, 성별, 종교 등과 같은 인구학적 통계 요건들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Banulescu-Bogdan에 따르면 “2015년 말까지 도착하는 난민들의 거의 1/4이 놀랍게도 아이들이었다.” 그러나 그 이전에는 “들어오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남성이었고 대다수가 이슬람 국가 출신이었다. 젊은 이슬람 남성은 여성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팽배했었다.” 영어권 트위터는 아마도 여성을 더듬는 남자의 사진에 커다란 오렌지색‘X’를 그려 넣은 바바리안 (독일) 라디오의 난민에 관한 만화를 조롱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그림은 당시 진정 독일이 우려하는 바를 잘 나타냈다.
마지막으로 난민과 범죄, 특히 성폭행에 관한 소문의 확대에 기여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 있다. 난민 범죄에 대해 믿을만한 보고를 신속히 제공하지 않는 미디어의 태도다. 경찰은 2016년 새해 전 날 쾰른의 기차역 부근에서 강탈과 성희롱을 당했다는 여성들의 신고를 170건 접수한 것으로 보고되었으나 1월 5일이 되어서야 이 이야기는 독일 내부와 전 세계에 알려졌고 체포는 이보다도 더 늦게 이루어졌다. Banulescu-Bogdan은 이러한 지연과 편견 때문에 “사람들의 두려움이 정말 더 악화되었다. ‘모두’ 우리가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우리의 걱정이 다소 근거 없는 것이라고 말하려고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일어난 일을 봐라. 무슨 또 다른 일을 숨기려고 하는 것인가?”라고 믿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이 질문은 바로 소문의 힘의 핵심을 찌른다. Fine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은 누구를 믿는가?” 다른 사람은 의심스럽다고 여기는 것을 어떤 사람은 믿을만하다고 간주하고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들도 그럴만한 이유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정부 기관들에게도 사건의 중요성을 축소하려는 이유가 있는지도 모른다.” 특정 사건이 제대로 보도되지 않을 때 이는 ‘정통’ 정보 매체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불행히도 기존 정치가들에게 현실 인식이 선거의 승리를 가져다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반면에 두려움은 아주 훌륭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Hoaxmap의 활동가들이 추적한 소문의 수가 증가할수록 난민에 절대적으로 부정적인 극우 독일 대안당 (Alternative for Germany)에 대한 지지율도 상승했다. 난민 유입의 여파에 대한 대중의 두려움이 완화되지 않으면 신규 난민 유입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EU와 터키간의 협정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이 두 수치 모두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다.
원문기사: Heather Horn 작성
원문링크: https://www.theatlantic.com/international/archive/2016/04/refugees-crime-rumors/480171/
번역: 장유진 (난민인권센터 통번역 자원활동가)
감수: 이슬 (난민인권센터 활동가)
- Heather Horn은 The Atlantic에서 수석 부편집장으로 일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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