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도에 전쟁이 끝났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하루하루 사는 게 전쟁이지..."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문제를 다루던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만나 뵌 피해자 할머니 인터뷰 과정에서 들었던 말이었습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인간방패를 자처했던 평화활동가 선배가 전하던 당시 이라크 민중의 삶은 우리가 상상하던 것과는 또 다른 양상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폐허가 된 건물 사이에서 결혼도 출산도 하고 있더라구요...또 석양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거에요..’
전쟁이 끝나면 완전히 다른 일상이 시작되고, 전쟁 중엔 일상이 온전히 사라지는 줄 알았던 제겐 당사자들의 증언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내가 또 내 이웃들이 살고 있는 하루가 사실은 전쟁 같은 하루들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 그 전쟁 같은 하루 속에서 일상을 만들어 내는 우리들이야 말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소시민이 아니라 자기 삶의 진정한 주인이자 영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매년 올해의 인물을 선정하여 연말 즈음에 발표를 합니다. 1927년 인물 선정을 시작한 이후 특정인이 아닌 불특정다수를 인정한 때가 있었습니다. 2006년 타임지가 선정했던 올해의 인물은 ‘당신’이었습니다. 우리사회에도 이미 많은 ‘당신’들이 있습니다. 자기가 생각하는 정치적 신념에 따라 행동했다는 이유로 또 누구의 의지도 아닌 주류 종족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종교가 언어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박해와 살해의 위협을 받았기에 그 박해와 살해에 맞서다 지금은 우리 사회에 와 있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영웅이나 불의와 싸우는 투사를 보면 환호하고 환영하며 환대합니다. 하지만 삶 전체를 통해 투쟁하고 불의와 맞서 싸우다 우리 곁에 온 영웅들을 우린 아직 제대로 보고 있지 못합니다.
영웅들이 와 있습니다. 멋진 투사들이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자신의 신념과 언어 그리고 종교를 지키기 위해 삶 전체로 싸운 분들입니다. 난민인권센터는 이 ‘당신’들이 우리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다시 평범한 우리 이웃이 되는 일에 온 힘을 쓸 예정입니다.
2017년 6월 20일
난민인권센터 대표 김 규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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