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인권센터에서는 국내 난민 현황에 더해 해외 각지에서 전해오는 난민들의 삶과 이를 둘러싼 지역사회의 소식을 전합니다※ |
핀란드에서의 여성 할례에 대한 태도 변화
한 때 난민이었던 여성들은 이제는 여성 할례가 끼치는 영향의 범위와 정도에 대한 무지와 싸우는 전문 교육자로서 핀란드 내 이민자 및 난민 커뮤니티에서 일하고 있다.
모든 여성의 인권을 위한 핀란드 연맹 프로젝트 1의 목표는 핀란드에 거주하는 어떤 소녀도 핀란드 내에서, 혹은 해외로 납치되어 할례를 당하는 일을 막는 것이다. 인권, 평등, 건강의 관점에서 여성 할례를 논하면서, 우리는 관련 커뮤니티 안에서의 태도 변화와 건강관리, 아동 복지, 데이케어(역주 : 아동, 고령자, 환자를 주간 시설에서 보살펴주는 것)와 같은 문제에 대해 전문가, 학생 뿐 아니라 이민자를 교육시키는 일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오늘날 여성할례는 다른 형태의 폭력과 마찬가지로, 인권을 침해하고 여성들의 존엄성, 평등성, 자기완결성에 타격을 가하는 의례로 널리 인지되고 있다. 여성 할례는 여러 국제 인권 협정을 위반할 뿐 아니라, 많은 국가에서 범죄로 규정되었다. 우리는 핀란드에서 <여성 할례 방지책 및 액션 플랜 2012-2016(National Action Plan on the Prevention of Circumcision of Women and Girls 2012-2016>을 출판했을 당시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우리는 이 액션플랜의 내용을 준비하는데 참여했으며, 현재는 실제적인 시행을 모니터링하고 관련 당국들이 그들의 책임을 다하도록 로비를 하고 있다.
우리 조언자 중 두 명은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에서 온 난민 당사자로, 현재 그들은 전문 교육자이다.
사이도(Saido)
내 이름은 사이도 모하메드(Saido Mohamed)입니다. 1992년 소말리아에서 난민 신청자로 핀란드로 왔습니다. 2001년 간호사로 일하던 당시, 저는 모든 여성을 위한 프로젝트(The Whole Woman Project)가 조직한 이주자 여성과 남성을 위한 교육자 양성 코스(training of trainers course)에 참석했습니다. 코스의 주제는 여성 할례였는데, 구체적으로는 건강에 있어 할례가 야기하는 결과와 이것의 여성의 권리, 인간의 권리와의 관계를 다루었습니다. 내가 이 문제를 모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코스는 저에게 이 문제를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주었고, 저는 제가 속한 커뮤니티에서 여성할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자원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 핀란드 내 소말리아 커뮤니티에서 여성할례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여전히 무척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로 할례에 대한 입장에 있어서 엄청난 변화가 생겨났죠. 오늘날 남성과 여성은 공개적으로 할례에 대해 기꺼이 이야기할 것이며, 대부분은 이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들의 딸이 이 의례를 겪는 것을 더 이상 원하지 않습니다. 젊은 청년은 할례를 거치지 않은 여성과 주저 없이 결혼할 것입니다. 우리 세미나의 한 남성 참여자는 여성 할례는 여성의 권리 뿐 아니라 남성의 권리 역시 침해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여성할례를 치러야 했던 이 여성들은 이 의례가 행해지지 않는 핀란드나 다른 유럽 지역으로 이주했을 때 완전히 다른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들의 출신국에서는 정상의 문화로 규정되었던 이 의례가 이제는 비정상으로 간주됩니다. 핀란드 건강보건 당직자 같은 전문가들과의 만남은 스트레스와 공포를 유발했을 뿐 아니라, 모욕감도 발생시켰습니다. 할례를 겪은 많은 여성들이 부인과 검진을 피하려 했습니다. 가장 가혹한 성기 절단방식 2으로 할례를 치른 한 여성은 부인과 검진을 요청받았을 때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이건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최악의 경험이었어요. 의사는 대체 어떤 젠장맞을 일이 당신에게 일어난 것이냐고 물었고, 저를 공포에 질리게 했습니다. 부인과에 다시 갈일은 결코 없을 겁니다.”
솔로미(Solomie)
내 이름은 솔로미 테쇼메(Solomie Teshome)입니다. 핀란드에 난민으로 1995년에 왔습니다. 고국인 에티오피아에서 여성할례가 얼마나 퍼져있는지 모른 채로, 이에 대한 핀란드 방송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저는 충격과 슬픔에 빠졌습니다. 여성 할례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이로 인해 죽어가고 있는지는 미처 몰랐습니다. 고향을 그 다음에 방문했을 때, 저는 여성할례가 언제나 정상 관습이며 에티오피아 문화의 한 부분으로 치부되는지, 내가 느꼈었던 것보다 이 상황이 현실에 가까운 것인지 조사하여 그 실태를 밝혀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내 이웃들, 친척들, 그리고 친구들 역시 이 여성할례의 희생자들이었습니다. 이 진실이 저의 삶을 바꾸었죠. 그 이후로 저는 여성할례에 반대하는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모든 여성을 위한 프로젝트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래로 저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여성 할례 과정에서 고통을 겪은 사람들, 혹은 그들이 이 의례를 치르도록 했던 사람들은 이 해로운 전통의 희생자다. 그리고 그들이 이 문제에 대해 갖고 있는 의식은 매우 미미하다.
-여성할례는 트라우마적인 개인의 경험이며, 따라서 이는 최대한의 보살핌과 비밀 보장 하에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모든 케이스는 개별적으로 접근되어야 한다. 명심할 것. 예를 들어 사람들의 문화적, 교육적 배경은 각기 다르다.
-‘핵심 인물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 그룹에 참여하는 개인들은 그들의 커뮤니티와 가족 관계망에서 여성할례의 부정적 효과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노력한다.
집단적으로 우리는 여성할례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 그 변화를 목격하고 측정할 수 있다. 신뢰를 쌓기 위한 일련의 개인적 토론 후에, 우리는 여성과 남성을 위한 그룹들을 따로 만든다. 그리고 참여자들이 준비되었다고 느껴질 때. 우리는 같은 고향에서 온 여성과 남성들을 한 자리에 데려온다. 우리는 또한 다른 종족적, 문화적, 종교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그룹도 조직한다. 우리의 목적은 토론을 통하여 단계적으로 그들이 스스로 관점을 바꾸어나가는 것이다.
우리의 ‘핵심 인물들’ 중 한명을 통해서, 나는 최근 도착한 에티오피아 난민을 만나게 되었다. 그의 아내와 딸들은 여전히 에티오피아에 있었다. 그가 에티오피아의 도시 지역에서도 할례가 여전히 일상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것을 배웠을 때, 그는 막내딸에게 할례를 행하려 계획 중이었던 아내를 설득했다. 남자는 그가 새롭게 알게 된 여성 할례에 대한 지식을 아내와 공유했고, 그녀는 딸에게 여성 할례를 행할 생각을 포기하게 되었다. 이제 전체 가족들은 핀란드에 살고 있고, 딸은 할례를 면할 수 있었다.
결론
여성할례에 반대하여 긴 시간 활동해온 경험을 가진 전문가로서, 그리고 강제 이주를 직접적으로 경험한 여성으로서, 우리는 여성 할례의 부작용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이와 관련된 권리에 대한 교육이 재정착을 기다리고 있는 모든 난민들에게 제공되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난민으로 핀란드에 온 어떤 사람들은 그들이 난민 캠프에서 딸들의 할례를 일부러 치렀다고 말해주었다. 왜냐하면 이들은 새로운 이주국에서 이 의례가 허용되지 않을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은 미연에 방지될 수 있으며, 또한 그래야 한다. 나아가, 여성할례에 대한 교육은 새로이 온 사람들의 모국어로 수용국에서 도착 즉시 행해져야 한다.
재정착을 기다리고 있거나 막 도착한 두 경우 모두, 1:1 상담 뿐 아니라 풀뿌리 단계에서 관점을 바꾸기 위한 프로그램, 난민을 위한 그룹 토론이 있어야 한다. 정보를 얻고, 그들 자신의 경험을 성찰해볼 기회를 얻음으로써 사람들은 무척 가혹한 상황에서도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힘을 얻었을 때 사람들은 그들이 속한 커뮤니티에서 변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원문기사: 사이도 모하메드(Saido Mohamed), 솔로미 테쇼메(Solomie Teshome)
원문링크: http://www.fmreview.org/climatechange-disasters/mohamed-teshome.html
번역: 한선영(난민인권센터 통번역 자원활동가)
감수: 김지예(난민인권센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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