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두기
11월 24일 전솔비회원님과 동료분들이 기획한 공연 연약한 기록들의 춤에 다녀왔습니다. 공연이 매진되어서 오고 싶었지만 못오신 분들을 위해 공연에서 느낀 바를 조금이라도 공유하고자 짧은 글을 적어보았습니다. 공연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인스타그램에 연약한 기록들의 춤을 검색하시거나 작은빛의 인스타에 들리셔서 공연사진들과 여러 동료시민들의 소감들을 확인해주세요. 공연소개는 이곳에서(수어통역). 난센은 앞으로도 회원님들이 기획, 주관하는 행사들에 종종 방문해보려고 합니다. 살짝 이메일로 알려주시면, 시간이 닿는 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연약한 책임_연약한 기록들의 춤
글: 경주(난센회계팀)
난민은 상처이고 질문이다. 동료시민의 삶/세계에 대한 폭력이고 난입이다. 시민이 딛고 선 세계를 찢고 뒤흔들며, (무기력과 말의 중지, 회피와 외면, 혐오와 공격을 포함한) 무언가를 하게 만드는 피할 수 없는 요구이기 때문이다. 난민/사건 이후 동료시민은 나와 난민의 동일성/차이, 관계, 관계에 대한 책임/연대(성)의 물음 앞에 놓인다. 시민은 휘말리고 묶이는 것이다. 난민은 동료시민에게 우리 삶의 그간으로 여겨졌던 주체성을 앗아가고, 대신에 무력함과 연약-의존, 수동성을 알게 하는 지혜다.
난민을 동시대 인민의 유일한 형상이라고 말한 아감벤과 너가 세상의 끝에서 연약한 죽음을 맞고 있을 때, 나는 누구인가를 물었던 버틀러의 문장은 모두 난민이 자기 삶에 부리는 폭력과 난입을 소화하기 위한 동료시민의 몸부림이다(진단은 주체성쪽에나 붙는 행위다). 예술행동그룹 작은빛의 공연 역시 질문으로서의 난민에 휘말려버린 동료시민들의 답변이자 재-질문이다.
작은빛은 자신들이 만나온 사람과 말, 글들을 듣고 보고, 번역하고 다시 쓰면서 이 질문을 통과하려고 노력한다. 1시간을 보고듣고읽으며 작은빛은 같은 공간에 있는 동료시민들에게 말한다. 우리가 현재 도달한 곳은 여기예요. 근데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연결되고 싶고, 번역하고 싶고 전달하고 싶어요. 그리고 우리의 질문이 당신에게도 닿았으면 좋겠어요.
공연 곳곳 연결과 연대를 위한 작은빛의 노력과 애씀이 가득했다. 신선아통역사님의 수어통역과 작가들의 기록(된 문장)에 대한 집착, 재현의 불의함을 고려한 재현들에서 나는 그것을 느꼈다. 나는 다시 내 현실(책상)로 돌아와 동료들이 남긴 영수증을 정리하며, 엑셀을 만지작 거린다. 질문은 떠나지 않는다. 아니 질문이 우리를 붙잡아두고 있다. 질문에 갇힌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우리를 가두어 낸 질문 안에서 보다 함께 애도하고 기억하며 연약하게 웃고 춤출 수 있으면 좋겠다. 왜냐면 이런 연약, 수동/붙잡힘의 상태에서 우리는 어쩌면 더이상 무책임해지지 않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버틀러).
기획자 중 한명인 전솔비선생님(난센회원님:D)을 기다리며, 공연을 보고듣고읽은 동료시민들의 담소를 듣고 있자니, 웃음이 났다. 작은빛이 한땀한땀 짜놓은 질문의 그물안에 그분들도 들어온 것 같아서다. 그럼 회원가입을! 작가님들께 죄송해졌다. 이렇게 좋은 공연을 보고서도 내안에는 행정의 코드만이ㅠㅋ 질문의 공간을 만들어준 작은빛에게 다시 한번 감사와 우정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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