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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MR] 독일의 인도적 난민 수용 정책: 네트워크를 활용해 난민 상태의 장기화를 해소한 이주정책

이 글은 Forced Migration Review (Issue 68 Nov. 2021)의 원문을 번역한 글입니다. 정확한 내용은 아래 영어 원문의 해당 글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Forced Migration Review (Issue 68 Nov. 2021).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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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itarian Admission Programmes:
how networks enable mobility in contexts of protracted displacement

독일의 인도적 난민 수용 정책:  (사적)네트워크를 활용해 난민 상태의 장기화를 해소한 이주정책

 

벤자민 에트졸드, 시몬 크라이스트 (Benjamin Etzold, Simone Christ)

 

난민들이 가족결합을 이용해 장기화된 난민 상태에서 어떻게 벗어나는지에 대한 연구가 최근에 이루어졌다. 독일은 인도적 난민 수용 정책(Humanitarian Admission Programmes: HAPs)을 통해 해외에 거주하는 가족을 둔 시리아 난민들에게 ‘보완적인’ 법적 대안을 제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이 제도는 그 효용성과 범위에 있어 한계를 지닌다.

 

인도적 난민 수용 정책(Humanitarian Admission Programmes: 이하 HAPs)은 시리아 내전 기간 중 독일 연방 정부와 주 정부들이 실시했던 제도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장기적인 난민 상태에 처한 난민들을 위한 ‘보완적인 경로’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는 난민들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독일 주 정부들이 설계한 HAPs는 난민들이 해외에 가까운 연고가 있는 경우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이전에 독일로 이민 온 사람들은 개인적인 후원이나 지역 후원을 통해 다른 가족들이 독일로 올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가족결합을 기반으로 한 제도가 난민 상태의 장기화를 해결하는 생산적인 ‘보완적인 경로’가 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가장 큰 한계는 다른 국적자들은 제외하고 시리아 난민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다.

 

개인적(사적) 지원
2010년 말 독일에 거주하는 시리아인은 3만 명이었으나 2020년 말에는 그 수가 818,000명을 넘어섰다. 시리아 분쟁 발발 이후 독일 거주 시리아인의 다수가 시리아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오려고 했다. 처음에는 상당수의 시리아인들이 학생, 관광, 취업 비자나 가족 통합 정책 등 여러 다른 합법적 절차를 통해 독일에 왔고 이 들 중 다수는 도착한 후 망명을 신청했다. 시리아의 정치적 박해와 폭력 분쟁의 정도가 악화되면서 기존의 법적 절차로는 독일에 연고를 가지고 있으면서 비호를 필요로 하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길이 열려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는 주변 국가들의 상황도 악화되어 수십만의 시리아인들을 위한 장기적 관점의 해결책이 필요하게 되었으나 일차 입국지에서는 이러한 해결책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제 3국으로 재정착한 시리아 난민의 수는 아주 한정적이었고 EU 국경을 불법으로 넘어가는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장기 난민화에 처한 시리아인들의 이주를 수용하기 위한 새로운 법체계에 대한 요구가 생겨났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 독일 정부는 인도적 난민 수용 정책을 수립하여 2013년과 2015년 사이에 19,000명의 시리아인들이 안전하고 합법적인 경로를 거쳐 독일에 입국할 수 있게 했다. 이와 더불어 여러 독일 주 정부 또한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수립해 2013년과 2017년 사이에 약 24,000명의 시리아인들을 받아들였다. 독일 정부와 연방 주 정부들이 수립한 HAPs는 명확한 선정 기준을 제시했다. 즉 시리아 난민이 독일에 살고 있는 가까운 친족 관계나 이전에 독일에 거주했던 상황을 증명할 수 있는 경우와 같이 독일 내에 직접적인 연고를 가지고 있으면 이를 기반으로 이주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로는 해외에 연고가 있거나 과거 이주 경험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있는 것은 아니었다. 독일 이주민의 가까운 친족(부모, 자녀, 형제자매만 가능, 삼촌, 숙모, 사촌은 불가능)만이 HAPs에 등록될 수 있었다. 등록이 되면 독일에 거주하는 시리아 이주민들은 이동 경비와 적절한 주거 및 생활비용(주정부가 지원하는 의료보험은 제외)을 부담한다는 ‘약정서’에 서명해야 했다. 이러한 약정으로 독일 정부는 모든 비용을 책임지는 부담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약정서에 서명이 되고 난민 체류국 주재 독일 대사관에서 2년 임시 거주를 제공하는 비자가 발행되고 나면 시리아 난민은 비행기로 독일에 올 수 있었다. 모든 절차는 어떤 경우에는 단지 몇 주 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지나치게 관료적인 행정절차로 인하여 아니면 서류 불충분으로 2년까지 걸리기도 했다. 약정서에 서명하는 것은 자신들도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해 필요한 재정 부담 서약을 할 수 없는 이주민들에게는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교회나 난민 지원 단체와 같은 지역 네트워크에 도움을 요청해 약정에 필요한 재정을 제공받아 친척들의 이동과 재정착에 필요한 비용과 초기 생활비용을 마련했다. 일부 시리아인들은 여러 명의 친척들을 데려올 수 있었지만 이들에 대한 재정적, 정신적 부담에 짓눌렸다.

 

해외 연고를 통한 이주
압둘라힘과 술리의 경우를 보면 생명의 위험을 감수하며 감행하는 유럽으로의 불법적인 여정을 피하면서 인도적 난민 수용 정책을 촉진하는데 있어 해외의 가족과 지역 네트워크의 지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압둘라힘은 40대 시리아인으로 한 기업에서 회계사로 일했다. 그는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항상 시리아 정부에 비판적이었고 비밀 정보국으로부터 박해를 당했다. 2014년 초 아내와 두 자녀와 함께 터키 동부에 있는 도시로 피신했다. 다른 수입 없이 저축한 돈을 쓰며 작은 아파트에서 살았다. 이러한 장기화된 난민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2005년부터 독일에 살고 있던 누나를 통해서였다. 누나는 독일로 올 것을 제안했다. 압둘라힘의 누나는 북라인웨스트팔리아주의 HAP를 알게 되었고 자신이 동생 가족 전체를 위한 재정 보증을 설 수 없어 지역의 자원봉사 단체에 지원을 요청했다. 그 결과 한 교회 단체에서 네 명의 자원봉사자들이(모두 독일인들이었음) 네 개의 추가 보증서에 서명을 해주었고 그 다음 누나와 매형이 네 명의 가족을 위한 약정서에 서명할 수 있었다. 2015년 안전한 경로를 통해 모두 여덟 명의 가족이 독일로 왔고 다른 가족들은 HAP를 통할 수 없어 비정규적인 경로를 통해(터키, 그리스, 발칸 서부지역, 오스트리아를 통해) 독일에 왔다. 압둘라힘은 가족의 지원은 국경을 넘어 이루어지고 궁극적으로 한 곳에 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서로 뭉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술리는 20대 초반의 시리아 여성으로 알레포에서 자라 그 도시에서 2012년 대학을 졸업했다. 졸업 후 곧 부모님과 네 명의 동생들과 터키 국경 부근의 고향으로 피신해야 했다. 내전이 그 지역에까지 이르자 술리와 그 가족은 2013년 여름 국경을 넘어 터키 남동부의 한 도시에 임시로 정착했다. 술리에게 사촌 리아와의 연고가 ‘제3국 해결책’을 위한 토대가 되었다. 리아의 가족은 1990년대 독일로 이주했고 그 이후 시리아를 여름에 자주 방문했었다. 리아의 도움으로 학생 비자를 받은 술리는 임시체류허가를 받아 독일로 왔고 사촌의 가족과 북라인웨스트팔리아주의 한 도시에서 살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자신의 부모님과 형제들과는 헤어진 상태였다. 술리가 18세가 되어 성인이 되었지만 가족결합 제도를 통해 가족을 독일로 오게 할 수는 없었다. 17세의 남동생은 지중해 동부와 발칸 서부 지역을 거치는 밀입국자를 통한 위험한 경로를 택해 스위스에 있던 삼촌과 합류했다. 술리의 부모님과 동생들은 이러한 위험한 경로를 통한 모험은 하고 싶지 않아 터키에 남았다. 2014년 초 술리는 북라인웨스트팔리아주의 HAP에 관해 알게 되었고 부모님을 등록했지만 당시 등록 가능한 5,000 자리가 이미 다 차버린 상태였다. 2014년 가을 HAP의 새 절차가 시작되어 술리는 부모님과 동생들을 다시 등록했다. 그렇지만 그녀의 임시 거주 신분과 자금 부족으로 인해 필요한 약정서에 서명을 할 수 없었고 거의 일 년이 지난 후 지역의 한 교회를 통해 개인 후원자들을 찾았다. 몇 주 후 부모님과 동생들은 앙카라에 있는 독일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아 2015년 9월 비행기로 독일에 도착했다.

 

소수를 위한 안전한 경로
2013년과 2017년 사이 독일 내 재정착자 수는 미약했다. 이 기간에 3,000명이 재정착했으며 이 중 44%는 시리아인이었다. 그리고 학생이나 취업 비자, 가족 통합 프로그램과 같은 기타의 합법적 경로들은 수만의 시리아인들에게는 가능한 대안이 아니었다. 같은 기간에 약 44,000명의 시리아인들이 독일 정부와 주 정부가 수립한 다양한 HAPs의 혜택을 받았다. 유럽에 이르기 위해 2013년과 2017년 사이에 약 1,200,000만의 사람들이 택한 지중해 동부 지역을 거치는 안전하지 못한 비정규적인 경로와는 대조적으로 독일의 HAPs는 장기적인 난민 상태에서 탈출할 수 있는 안전한 경로를 제공하는 진정 인도적인 해결책이었다. 그러나 다섯 가지 주요 제약점이 있다.


첫째, HAPs는 임시 제도였다. 2015년 이후 독일 정부는 지속적인 필요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를 연장하지 않았다. 그 대신 2016년 논쟁의 대상인 EU-터키 협정 후 다른 조건하에서 인도적 난민 수용이 계속되었다. 즉 특별히 취약한 난민들을 중심으로 한 재정착 정책이 시행되어 2017년과 2020년 사이 10,000명의 시리아인들이 터키에서 독일로 왔다. 독일 내의 가족결합 제도는 기준으로 선택되지 않았으며 독일 이주민이 터키에서 장기 난민 상황에 처한 친척들을 이 재정착 제도에 포함시키도록 지정할 수 없었다. 정치적 기류가 변하면서 여섯 개의 주만 HAPs를 지속시켰고 그나마 독일 이주민의 가족에게 한정된 수의 자리만을 제공했다.

 

둘째, 최근의 HAPs는 늘 시리아인에게만 국한되었다. 아프카니스탄, 이라크, 소말리아, 에리트리아와 같은 국적의 난민들은 똑같이 장기 난민 상태에 봉착한 상황에서 독일 내 가족 연고가 있고 독일과 기존의 다른 연관관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기존 네트워크를 중시하는 HAPs 설계에는 절대 포함되지 않았다.


셋째, 친족에게 재정 보증을 서 줄 수 있을 정도로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가족 네트워크를 해외에 가지고 있는 난민들에 치우칠 수 있다는 사회 경제적인 편향성이 HAPs의 설계에 내재한다. 지역 단체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보다 덜 여유로운 시리아인들은 HAPs를 통해 친척을 안전하고 합법적인 이주 절차를 통해 데려올 수 없거나 겨우 데려오게 된다고 할지라도 친척이 독일에 도착한 이후 이들에 대한 재정 부담을 견디지 못해 경제적인 파탄을 겪었다.


넷째, 독일 내에서 ‘약정서’의 기간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이 논쟁에는 친척의 도착 후 초기 몇 년 동안의 생활비를 부담하는 것이 가족과 같은 개인 후원자의 책임인지 아니면 국가의 책임인지에 대한 문제도 포함되었다. 이 문제는 2016년 독일이 ‘통합법’을 도입하면서 일단락되었지만 이 또한 개인 후원 제도에서 야기되는 문제들을 반영하고 있다. 난민 수용에 있어서 국가가 후원을 요구할 때 특히 개인이나 지역 후원이 의무화 된다면 난민에게 제공해야 하는 보호의 의무를 국가가 제 3자에게 전가하고 난민 수용과 통합에 따르는 비용을 개인에게 돌림으로써 회피하려고 할 수 있다.

 

다섯 째, HAPs는 서로 다른 정부 기관들에 의해 수립되고 이행되었다. 즉 독일 연방 정부와 16개 주 중 15개 주 정부가 각기 다른 규칙과 일정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제도의 주체와 제도 자체의 다원화는 복잡한 행정 절차를 낳았고 무엇보다 수혜자가 받는 혜택의 종류(주 정부 제공의 여러 혜택과 주거, 취업, 교육, 체류 자격 등)와 후원자의 의무 사항에 혼란을 초래했다. 인도적 난민 수용을 위한 보다 관대하고 표준화되고 통합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했지만 당시 독일의 정치적 상황이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시리아 내전 초기에 시행되었던 독일의 HAPs 경험은 네트워크를 통해 난민이 장기 난민 상태로부터 벗어나 이주할 수 있음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개인 및 지역 사회의 후원을 근간으로 난민의 가족 및 개인적인 네트워크에 집중하는 인도적 난민 수용 제도는 비호를 제공하는 가능한 ‘보완적 경로’로서의 잠재성을 성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제도의 약점들 또한 시정을 필요로 한다.

 

번역 : 장유진/ 편집: 김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