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말, 아프가니스탄 난민가족들이 한국에 도착하였다. 생명과 안전의 위협을 피해 모든 것을 버리고 급박하게 불확실한 미래 속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던 그들은 진천 공무원연수원으로, 여수 해경교육원으로 옮겨졌다. 지난 주말부터 시작된 7가정의 퇴소를 시작으로 2월 10일까지 순차적으로 ‘직업을 구한' 난민들은 한국정부가 쳐놓은 창살 없는 감옥에서 나가 공무원들이 아닌 진짜 한국 사회를 만나게 된다. 그간의 과정을 지켜보며 난민인권단체들은 이렇게 묻는다. 한국정부는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보호할 의지가 있는가?
한국정부는 1994년 난민제도의 도입부터 ‘난민보호'에 대한 의지 없이, 그저 국제사회의 진입과 신인도를 위한 도구로 ‘난민’을 활용해왔다. 살벌한 출입국 당국에 의해 난민들은 추방되고, 구금되며, 차별받고, 유랑해야 했음에도, 국제사회에 내세울 얼굴을 위해 난민제도는 지난 28년간 ‘사용'되어 왔다. 난민이 보호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정부의 얼굴을 보호하는 도구가 되어야만 했다.
지난 8월 미라클 작전이라 주목받았던, 최초의 난민 피난에 관한 일련의 대응 과정은 분명 높이 평가할 만한 지점이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이들을 ‘난민'이 아닌 ‘특별기여자'라 명명하며 정무적 여론관리를 시도하였다. 이는 사실 ‘한국정부에게 보호를 요구할 권리'가 있는 난민에 대해 책임을 다해야 할 정부가, 갑자기 ‘안전을 시혜적으로 상주는 자리'에 자신을 위치하더니, 난민을 ‘선물에 감사해야 할 자리, 아무것도 요구할 수 없는 위치'로 놓은 것이었다. 이것이 단지 용어사용의 문제가 아니었음은 지난 입국 후 5개월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한국정부를 위해 ‘특별히 공로'를 세우고 기여한 분들이라 특별히 대우하고 한국사회에서 안전과 평화를 찾게 할 것이라고 알려왔다. 실제 그러했는가? 법무부는 이들을 가두었다. 숙식이 제공되고, 한국어수업과 사회통합교육이 제공되고, 적십자를 통해 시민과 기업들이 보내온 물품들은 배분되었지만, 이들은 입소시부터 현재까지 바깥으로 자유롭게 외출을 할 수도, 자유롭게 사람들을 만날 수도 없이 갇혀있다. 법적 근거도 전혀 없다. 왜 자유로운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가? 관리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왜 아무나 만날 수 없는가? 아무나 만날 수 없도록 해야 별다른 말이 안 나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숨기고 싶은 일이 드러나면 안되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시민사회와의 투명한 협력을 저버렸다. 전례없는 긴급한 난민재정착 과정에서 초기 업무의 부담은 당연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원만한 관계 속에서 함께 협조하며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한국사회 정착에 힘쓰고자 했던 시민사회와 전문가 그룹에게도 이들의 내부 생활 과정과 향후 정착지원의 계획은 일체 비공개 되었다. 난민들에 대한 면담요청은 두 차례 거절당했고, 법률에 따른 변호인 접견의 형태를 띄고나서야 겨우 한 차례 만날 수 있었다. 외출 절차를 마련하고 긴급한 의료지원체계를 수립하라는 공식적 요청은 민원 답변 기한을 12일이나 넘기고 나서도, ‘깜빡하고 답변을 못했다’며 무시당했다. 과연 갇혀있던 난민들의 내부에서의 질문과 요청에는 충실하게 응해왔을까 의문이다.
한국정부에 한없이 감사해야 할 존재로 이들을 만들고 가둔 이후, 여러 자녀를 동반해 와서 퇴소 이후가 불안한 난민들에게 앞으로 ‘자신들이 여기서 나가면 어떻게 되는지, 한국정부의 계획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들에도 ‘기다려'라고만 반복하더니, 공개적인 형태로 구직에 대한 정보 제공과 매칭하는 시도도 없이 자신들의 역할을 마무리 하려고 한다. 한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가야 할 난민의 존엄을 무시한 채, 어느 정도 해오던 대로 관리만 하고, 대략 수요가 있는 일자리만 급하게 연결해주고, 몇 가지 제도적 선물을 퇴소 이후 안겨주는 것만으로는 결코 정착에 이를 수 없다. 기존 재정착 난민의 다수가 시설 퇴소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똑같은 일이 곧 발생할 것이 분명하다. 오히려 성공의 여부는 장기적으로 200여 명에 달하는 아동들이 10년 후 차별 없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고 꿈을 일궈나가는 일이 가능했는지에 따라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난민에 대한 한국정부의 책임은 2월 이후 퇴소시에 이들에게 손 흔들며 인사하는 것으로 종료되지 않는다. 한국정부에 보호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하여 오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지금도 힘겹게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는 사람이 있다. 여성과 아동, 인권활동가들의 한국으로의 피난의 요청들이 있다. 그리고 이미 한국에 있던 아프가니스탄 난민 중에는 불안정한 지위에 놓인 채, 지금도 지방출입국에서 반말로 하대당하고 출입국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 정부가 진정으로 난민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사진 담긴 보도자료와,‘이 정도면 꽤 노력했지'라는 자체적 평가로 멈춰서는 안되는 이유다.
이에 우리는 한국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그리고 동시에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대의 손길을 보내왔던 열망을 지닌 수많은 시민들에게도 2월 이후 더욱 뜨거운 환대와 구체적으로 손잡는 연대가 필요함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첫째, 한국 정부는 특별기여자 용어 폐기하고 난민 권리보호 책임 원칙에 맞게 표명하라.
둘째, 해경교육원 내 난민에 대한 법적 근거 없는 구금 사과하고, 외출절차 즉각 마련하라.
셋째, 해경교육원 내 난민이 자신의 경력, 전문성이 고려된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공개적인 방안 마련하라.
넷째, 재정착 난민제도 통한 아프가니스탄 난민보호 시행하고, 국내 체류 난민에 대한 차별 없는 권리 보호 실시하라.
2022년 1월 13일
난민인권네트워크
TFC(The First Contact for Refugee) 공익법센터 어필,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공익사단법인 정,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센터 드림(DREAM), 국제난민지원단체 피난처, 글로벌호프, 난민인권센터, 동두천난민공동체, 동작FM,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연대위원회,사단법인 두루, 서울온드림교육센터, 수원시글로벌청소년드림센터, 순천이주민지원센터, 아시아의 친구들,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MAP, 안산시글로벌청소년센터, 이주여성을위한문화경제공동체 에코팜므,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동, 의정부 EXODUS, 이주민지원센터친구, 천주교 제주교구 이주사목센터 나오미, 재단법인 동천, 재단법인 화우 공익재단,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참여연대, 파주 EXODUS, 한국이주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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