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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Data on Refugees

[인권위 결정문] 보호외국인에 대한 과도한 계구 사용의 인권침해 인정

지난 2019년 4월 강제퇴거명령을 받아 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되어 있던 난민 A는 외국인보호소 내 특별계호실(징벌방, 독방)에 갇혔습니다. 외국인보호소 질서유지 명목으로 이루어진 격리보호조치 과정에서 외국인보호소 공무원들은 난민 A에 대하여 수갑, 머리보호대, 발목수갑을 채웠고, A에 대해서 물리력을 행사하였습니다. 당시 A를 조력하고 있던 난센은 외국인보호소 공무원들이 보호외국인에 대한 폭행과 과도한 계구사용으로 A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였음을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2020년 7월 14일 국가인권위원회는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계구 사용 및 과도한 계구 사용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인정하면서, 법무부장관 및 화성외국인보호소장에 대하여 정책권고 결정을 내렸습니다(폭행 부분에 대해서는 인권침해를 인정하지 않고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국가인권위원회 사건 19진정0360200 외국인보호소의 보호외국인에 대한 부당한 보호장비 사용) 내용을 발췌하여 공유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 결정 주문

1. 법무부장관에게, 보호장비 사용 시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방식으로 장구를 사용하지 않도록 소속 보호시설에 사례를 전파하기를 권고합니다.

2. 화성외국인보호소장에게, 피진정인 2~6에 대하여 보호장비의 사용 요건과 방법에 관한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합니다.

3. 진정요지 나항은 기각합니다.

 

판단기준

세계인권선언 제3조는 “모든 사람은 생명과 신체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헌법 제12조도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외국인의 신체의 자유에 대하여, “‘인간의 권리’로서 외국인에게도 주체성이 인정되는 일정한 기본권에 관하여 불법체류 여부에 따라 그 인정 여부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며, 신체의 자유는 이러한 권리에 해당한다”(헌법재판소 2012. 8. 23.자 2008헌마430 전원재판부 결정)고 결정한 바 있다.

The United Nations Standard Minimum Rules for the Treatment of Prisoners(수용자 처우에 관한 유엔최저기준규칙)은 보호장비는 호송 중 도주 예방 및 다른 수단으로는 자•타해를 방지할 수 없다고 소장이 판단하여 명령한 경우에 외에는 사용되어서는 아니되며(제47조), 보호장비는 위험의 정도와 유형에 따라 피구금자의 행위를 통제하기 위해 필요한 합리적인 방법으로 사용되어야 한다(제48조)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출입국관리법 제56조의4(강제력의 행사)는 출입국관리공무원에게 피보호자에게 강제력을 행사할 권한을 부여하면서도 "이 경우 피보호자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 도주의 방지, 시설의 보안 및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보호장비의 구체적인 사용 요건 및 절차에 대해서는 외국인보호규칙과 외국인보호규칙 시행세칙에 위임하고 있다.

종합하면, 피해자는 외국인보호소에 보호된 외국인이기는 하지만, 인간으로서 보호받아야 하는 권리인 신체의 자유가 당연히 인정된다. 또한, 피진정인들은 출입국관리 업무를 하면서 외국인에 대한 강제력을 행사할 권한을 갖고 있으나, 그 과정에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출입국관리법 및 외국인보호규칙, 외국인보호규칙 시행세칙 각 규정에 근거하여, 필요한 최소한도로 강제력을 사용해야만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며, 강제력의 사용 방법이 법규에서 정하지 않은 방법이거나, 객관적인 입법의 사에 반하는 형태라면 원칙적으로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인정한 사실관계

피진정인들은 2019. 4. 21. 21:30 이후 피해자에 대하여, ①앞수갑 사용및 격리보호(21:50경), ②머리보호대 사용(21:54경), ③앞수갑을 뒷수갑으로 변경(21:59경), ④'발목수갑' 사용(22:15경)하였고, 같은 달 22. 01:01경 모든 보호장비를 해제하였다.

앞수갑 사용 및 격리보호(21:50경)와 관련하여, 피해자에 대한 수갑 사용 시작 모습이 녹화된 CCTV 영상 중 확인 가능한 대략적인 모습들만으로도, 피해자가 피진정인들의 생활실 입실 요구에 흥분한 상태를 다소 보인 점이 확인되고, 진정인 역시 "수갑을 채우려 하자 피해자가 이를 피하려 했다”고 진술한 점, 당시 상황을 목격한 참고인 2가 "피해자는 독방으로 가기 싫다고 몸부림을 쳐서 수갑을 채웠음”이라고 진술한 점을 고려할 때, 피해 자의 지시불이행이 외국인보호규칙 제40조 제1항에 따른 격리 보호 사유에 해당하며, 피해자의 심적 흥분 상태는 같은 규정 제43조 제2항에 따른 수갑 사용 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 있다.

또한, 격리 보호 이후, ②머리보호대 사용(21:54경)과 ③앞수갑을 뒷수갑 으로 변경(21:59경)한 조치에 대해서도, CCTV 영상을 통해 피해자가 머리를 벽에 부딪치려 시도하고 발로 거실문을 차는 등 흥분한 모습을 보인 점이 확인되는 점, 피진정인들이 순차적으로 피해자에게 보호장비 사용을 강화한 점을 고려할 때, 피진정인들의 머리보호대 사용 및 뒷수갑 변경이 부당하다고 지적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피해자에 대한 ④‘발목수갑' 사용(22:15경)에 대해 살펴보면, 이사건 ‘발목수갑’은 외국인에 대한 출입국관리공무원의 보호장비 사용을 정한 규정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명칭의 보호장비이다. 또한, 외국인보호규칙 시행세칙은 수갑을 ‘앞수갑’과 ‘뒷수갑’으로 분리하여 규정하고 있으며, 사용방법에 대해서도, "수갑을 사용할 때에는 ... 팔을 앞으로 모으게 하여 사용하여야 하고 ...”라는 형식으로 규정하고 있는 바, 앞수갑과 뒷수갑 이외의 사용방법에 대해서는 예정하고 있지 않음이 명확하다.

피진정인 1은 실무에서 사용하고 있는 이 사건 ‘발목수갑’은 일반적인 수갑의 변형뿐이며, 수갑의 근거규정인 외국인보호규칙 시행세칙 제77조 (수갑사용시 유의사항)에 근거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하여, 외국인에 대한 보호장비 사용 사유와 방법을 정한 외국인보호규칙 시행세칙에는 별도로 보호장비 각각의 모양과 재원 등을 정하고 있지는 않으나 피진정인들이 실무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발목수갑’은 그 모양, 재원, 사용방법이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서 정하는 '양발목보 호장비'와 상당히 유사하다.

따라서 이 사건 ‘발목수갑’은 외국인보호규칙 시행세칙 제77조에 근거한 ‘수갑’의 한 종류라고 인정하기는 매우 어렵고, 규정에 근거하지 않은 ‘발목보호장비’라고 상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

종합하면, 외국인에 대한 출입국관리공무원의 보호장비 사용과 관련한 규정들에서는 수갑, 머리보호장비, 포승만을 보호장비의 종류로 하고 있으며, 수갑 사용 방법에 대해서는 앞수갑과 뒷수갑만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발목수갑은 관련 법규에 근거하지 않은 종류의 장비이며, 수갑(또는 발목수갑)을 보호외국인의 발목에 사용하는 방법은 법규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은 보호장비 사용 방법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피진정인들이 피해자에게 발목수갑을 사용한 것은 법규에 근거하지 않고 피해자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한 것으로 그 자체로 부당하다고 할 것이다.

설령, 피해자가 반복적으로 발로 거실문을 차는 등 흥분상태를 보여,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최소한의 조치를 취할 필요를 인정한다고 할지 라도, 피진정인들은 피해자의 발목에 수갑을 사용하고 발목과 뒷수갑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피해자를 결박하고 약 2시간 40분여 동안 유지하였다. 이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불가능하게 하고, 매우 불편하게 고통을 주는 방식일 뿐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품위에까지 손상을 줄 수 있는 방법이었으며,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하거나 비인도적 또는 굴욕적인 대우와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 제16조에서 금지하는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으며,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다른 기관(경찰, 구치 소, 교도소 등)에서도 허용하지 않는 규정 외의 방법이다. 피해자는 이미 타인과 분리된 특별계호실에 수용되어 있었으므로, 피해자에게 뒷수갑과 머리 보호장비를 사용한 이후, 피해자가 발로 거실문을 수회 찬 것만으로 규정 외의 방법을 선택해야만 할 만큼 결박의 필요가 중대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피진정인들은 관련법규에 근거하지 않는 종류의 물건을 사용하여 법규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은 방법으로 피해자를 결박하였으며, 그 사용방법도 인간으로서의 품위까지 손상을 줄 수 있는 방법이었고, 보호의 필요성을 넘어선 방법으로 피해자에게 보호장비를 사용하였는바, 피진정인들의 피해자에 대한 결박은 헌법 제12조 및 제10조에서 보호하는 피해자의 신체의 자유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였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