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달모임 시간에 한 달 동안 느꼈던 감정을 손가락으로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손가락 4개로 ㅠㅠ를 표현했습니다. 7월을 돌아보면 왠지 슬픕니다. 꾸준히 하고자 했던 운동을 거의 하지 못했고, 일은 밀렸고, 마음은 지치고, 뭐, 그랬던 것 같습니다.
난센에 들어와 처음으로 담당하게 되었던 난민이 최근 이의신청을 통해 난민지위를 인정받았습니다. 당황했던 첫 인터뷰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인정소식을 들으니 뛸 듯이 기뻤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고 완전히 확신하지는 못했기에 전력을 다해 지원하진 않았던 케이스였기 때문입니다. 그보다 더 많은 문제들을 겪고 있는 이들의 얼굴이 밟혀서,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얼마 간 뉴스를 보지 않았습니다.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심각한 텍스트를 읽고 싶지가 않습니다. TV에서 사건 사고 소식이 들려오면 채널을 돌려버립니다. 텍스트와 음성으로 접하는 그 소식 뒤에는 얼마나 깊은 슬픔들이 있을까요. 제가 만났던 이들의 마음이, 슬픔이 불현듯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것들을 마주하지 않고 덮어두다가, 마음에 가득차면 꺼내어 쏟아놓고, 다시 덮어두고, 다시 쏟아내기를 반복합니다. 이슈와 얼굴들을 함께 끌어안는 내공이 아직은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7월이 되었습니다. 벌써 절반을 지나 이제는 새로운 절반에 접어들면서 7월 한 달 큰 변화가 난센에 있었습니다.
가리봉동에 있던 난센 사무실이 불광 서울혁신파크로 이전했고, 미니미니가 떠나고 새로운 인물, 편이 들어왔으며, 고가 7월 이후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안식월로 사무실을 비우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조금은 정신 없이 그냥저냥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하다보니 7월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매달 무슨 특별한 일들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특별한 일이 있어야만 이야기를 적을 수 있는 것도 아닐테지만, 이번 7월은 이사도 하고, 편도 새롭게 만나고, 고랑 빠잉도 하고, 이전부터 지원하고 있던 케이스를 지원하고 그랬습니다. 그럼이만총총
새로 이사한 서울혁신센터 건물은, 질병관리본부의 외관을 유지하면서도 곳곳에 재미있는 공간을 많이 품고 있습니다. 저 사진은 수면방에서 찍은 사진인데요, 조그만 전등도 있어 다리를 뻗고 일도 할 수 있습니다. 높이가 낮아 허리를 굽히고 들어가야 하는데, 호기심에 들어갔다가 깜박하고 천장에 머리를 퍽 찧기도 했어요. 예전 미싱을 돌리던 분들께서 허리를 굽히는 데서 일하셨다던데, 이 정도 높이였으려나요? 가리봉동의 난센은 이레 동안밖에 안있어봐서 어땠는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지금 난센의 공간이 그럭저럭 마음에 듭니다.
그동안 무얼 배웠냐면, '난민''인권'센터에서 일상적으로, 우리나라 법으로 인정한 난민, 난민 신청 과정 중의 사람, 그리고 앞으로 난민 신청을 원하는 사람 모두를 난민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을 파악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누구의 '인권'을 보호하는 데 힘을 더할 것인가의 문제가 헷갈리는 부분인 것 같더라고요.(더불어 얼마나 조력할지의 문제도) 그 세 가지 분류로 구분되는 중에 조력할 필요가 있는 사람이 섞여 있는 것 같습니다. 고민을 하려면 많이 할 수 있는 일터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난센은. 농땡이를 피우려도 많이 피울 수 있는 일터이고요(계단 네 층만 내려가면 수면방이! 건물 밖으로 나가면 북한산이 보이는 나무 그늘이!)
어디에 집중해야 할 지 잘 모르는 초보로서, 그저 이것 저것 묵묵히 잘 읽고 듣고 지내는 것이 소망입니다. 다행히 사무실 사람들이 모두 저보다 선배들이네요.(신입이니까) 이사도 얼추 마무리 되고, 에어컨 없는 사무실에 바람이 조금 들어오는 것 보니, 이제 좀 차분히 지낼 때가 오는가 싶습니다. (그러나 다음 주에 열흘간 자리 비움 예상)
난센이 이사했습니다.
불광동 서울혁신파크로.
이번이 3번째 사무실입니다.
창립 6년 만에.
전세난민이란 말이 있는데
난센이 그와 비슷한 처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것 마저도
난센에겐 과분하고 기적과도 같습니다.
갈월동에서 가리봉동으로 이사할때도
가리봉동에서 불광동으로 이사할때도
언젠가 불광동에서 어디론가 또 이사할때도
비슷한 감정이리라 생각합니다.
난센을 지탱시켜주시는 후원자분들
시시때때로 난센의 부족함을 채워주시는 회원님들
감사하는 마음
겸손한 마음
그리고 난센을 창립할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난세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고민과 성찰
놓지 않겠습니다.
7월은 순식간에 또르르르르~ 지나갔네요.
난센에서 활동가로서의 삶을 시작하고 약 6년 간 여러 난민단체 구성원으로 활동해 왔던 엠마가 엊그제 또 다른 도전을 하러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처음 난민 분야의 활동을 시작하면서 엠마에게 참 많이 의지하며 낯선 순간들을 마주할 때마다 따뜻한 지지와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가까이에 든든하게 있던 동료가 잠시 떠난 것이 허전하네요. 엠마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며! 나중에 또 함께 할 날들을 기다립니다 :)
7월은 난센에게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공간을 이전한다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기회였던 것 같아요. 이전 공간이 가진 추억을 꺼내어 볼 시간을 가지면서 난센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때와 애정이 묻어있는 곳인가를 새삼스레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는 6개월 정도 밖에 있지 않았지만, 예전 사진들에 담긴 하루하루의 단면들, 그 속에 난센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차곡차곡 쌓인 역사를 느낄 수 있어서 괜히 맘이 뭉클하곤 하더라구요. 난센이 더 소중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존재감에 경이로움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시작-!!!!!!! 난센 이사를 도와주신 분이 말씀하시길 이전의 난센은 외관상 ‘마치 하나의 고립된 섬 같다’고 표현하셨던 것이 생각납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가리봉동 남부순환로 한 샛길에 위치한 난센은 정말 오롯이 서있는 섬 같은 인상을 주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새로이 옮긴 혁신파크 속 난센은 마치 다른 마음가짐을 가지고 시작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혁신파크에는 다양한 색깔의 단체들이 이미 입주해 있거나, 새로이 하나 둘 입주하고 있고, 혁신파크 본부라는 서포트 단체가 전체를 설계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모든 단체가 들어 온 것은 아니어서 주위가 휑하고, 서로에 대해 잘 모르지만, 여러 주체가 함께하고 있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드는 순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사무실에 인터넷이 안 되고 에어콘도 없어서 주로 사람들이 공유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1층 한쪽에 자리를 잡고 일을 하거나 손님을 맞이하곤 하는데, 탁 트이고 사람들이 모여 각자 일에 집중하다가 또 모임도 갖고 하는 모습은 마치 대학교 도서관 같습니다. 젊은 에너지가 가득 가득 느껴져요!!! 그리고 입주 날 엘리베이터에 붙은 "Welcome, 난민인권센터“를 보았을 때, 모르는 사람들이 찾아와 ”환영합니다“ ”이사하느라 고생이 많으세요“ 인사말 한마디 남기고 갈 때, 아직 좀 낯설지만 멋진 이곳의 문화에 작은 감동을 받고 가슴이 설레고 그럽니다. 이제 대략 정리정돈이 끝났으니 8월... 그리고 하반기에는 새로운 이야깃거리들이 더더 많이 생기겠지요?
이곳에서의 난센의 또 다른 출발을 응원하고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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