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센의 편세정 활동가는 2015 8 12일부터 24일까지, 호주 시드니의 고문피해자 치유재활기관 STARTTS(Services for the Treatment And Rehabilitation of Torture and refugee Trauma Survivors )를 방문했습니다.

방문기록은 총 4회에 걸쳐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호주난민과 고문피해자 치유재활 기관 STARTTS 방문- ①] STARTTS 소개



오늘은 8월 19일, STARTTS(‘스탈츠에 가깝게 읽습니다)의 청소년 공동체 활동을 관찰한 이야기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STARTTS는 1988년에 세워져, 고문과 그 외 난민으로서 겪은 외상적 경험의 상처를 지닌 사람의 치유와 재활을 위해27년째 노력해 온 비영리 기관인데요,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활동도 여러가지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STARTTS의 클라이언트 중 상당수가 아동, 청소년인데요, 2011 기준으로 5-19세의 아동 청소년이 전체 클라이언트의 14%를 차지했습니다5세 이하의 유아(전체의 0.2%)를 지원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 2011년 기준 STARTTS 클라이언트의 연령별 비율 (출처: STARTTS)




STARTTS는 클라이언트의 문화를 고려하여 공동체를 통한 접근을 우선시하고 있는데요, 아동과 청소년의 경우에는 특별히 더 공동체를 주된 매개체로 활용해 지원한다고 합니다. STARTTS의 아동,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은 크게 다섯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교실프로그램(Schools Program), 운동클럽(Sporting Linx), 카포에이라(Capoeira), 청소년캠프(Youth Camp), 그리고 마지막으로 개인적 접근이 필요한 클라이언트를 위한 상담이 있습니다. 




▲카포에이라(Capoeira) (사진 출처: STARTTS)

16세기에 브라질로 건너간(팔려간) 앙골라계 사람들이 즐겼던, 춤을 가장한 무술이라 합니다. 

팔과 다리를 부드럽게 움직이는, 비폭력(non-violent)적이고 직접 접촉하지 않는(non-contact) 활동입니다. 

트라우마적 경험을 가진 청소년들이 이 활동을 통해 서로에 대한 신뢰감을 쌓고,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받는다고 합니다.



저는 원래 운동클럽(Sporting Linx)을 참관하기로 했는데, 방문기의 지난편에 말씀드렸던 사고 때문에 일정이 취소되어서 여기에 참여할 수 없었습니다. 운동클럽(Sporting Linx)은 축구, 농구 등의 특정 운동을 배우는 8주 단위의 프로그램입니다. 적극적인 신체 활동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증진하는 한편, 팀으로 움직이면서 사회성을 개발하는 데도 도움을 받는다고 합니다. 이 프로그램에는 운동 외에 심리 상태에 대한 교육(Psychoeducation)도 포함되는데 이를 확장해서 인종차별, 집단 괴롭힘 등에서도 토론한다고 합니다. 운동클럽을 참관하는 경우, 함께 축구를 할 수 있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쉽게 되었어요.


그 다음날 대신 참관하게 된 것은, 교실프로그램(Schools Program)이었습니다. STARTTS의 아동 청소년팀은 인근의 학교들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교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교의 특별활동 프로그램과 같은 시간을 이용해 한 그룹당 일주일에 한 회씩 8주에 걸쳐 진행한다고 합니다. 



▲ Fairfield 고등학교 안 뜰의 복도


▼ Fairfield 학교의 지향




이 날의 프로그램은 STARTTS의 Carramar 본부에서 가까운 Fairfield 고등학교에서 진행했습니다. 이 고등학교는 난민 청소년들이 일반적인(main-stream) 학교에 가기 전 언어를 집중적으로 배우는 곳인데요, 이 학교에서 4학기 이상을 의무로 지내야 한다고 합니다.

시드니 남서부에는 지역별로 같은 문화권의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고, 이 곳 Fairfield 지역에는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출신 이주자들의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어, 이 학교 학생의 90% 이상이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출신이라고 합니다. 





▲▼ 학생들의 주요 출신국이 어디인지 알게 하는, 곳곳마다 쓰인 게시물




제가 참여한 이 날은 총 8주의 프로그램 중 6주차였습니다. STARTTS의 사회복지사 1명, 심리학자 1명이 진행하고, 조력자로 고등학교 소속의 교사 1명, 영어-아랍어 통역 교사 1명이 진행을 도왔습니다. 학생들은 13세에서 16세 사이의 소년 열 세명이었습니다. STARTTS 소속의 사회복지사는 백인 호주인 남성, 심리학자는 베트남계 호주인 여성이고, 둘 다 30대 미만의 연령으로 보였습니다. 고등학교 소속의 교사는 백인 호주인 여성, 통역교사는 아랍계 여성이고, 연령은 40대로 보였습니다. 영어로 진행하는 STARTTS 직원과 교사가 5-6문장을 말할 때 마다 통역인이 통역을 했고, 학생들이 대답하는 과정에서도 통역인이 개입했습니다. 이 교실에서 가장 학생들과 친밀하고 힘을 가진 듯 보이는 사람은, 앞에서 진행하는 STARTTS 직원이 아니라, 학생들과 비슷한 외모에 같은 말을 쓰는 통역인이었습니다. 



학생들은 STARTTS에서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모두 짧은 머리였고요. 이 나이대의 소년들답게 진행자의 이야기에 굉장히 "적극적으로" "격하게" 반응했고, 도저히 얌전히 앉아서 수업을 듣지 않았습니다. 규칙을 지키지 않아 앞에 나와 팔굽혀펴기를 스무개씩 해야 하는 벌칙조차도 상당히 즐거워하는 듯 보였습니다. 




▲ 수업이 진행되는 교실 바깥에서


▼ 수업을 진행하는 교실에 걸려있던, 가면을 이용한 작품들. 

학생들이, 촬영하는 카메라에 예민하게 반응하곤 한다는 STARTTS 직원의 조언에 따라 수업 중에는 전혀 사진을 찍지 않았습니다.



이 날 수업의 테마는 '상징' 이었습니다. 말이 부족한 학생들이 그림을 보고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었습니다. 맨 첫번째 질문은 "네 색깔은 뭐니? 너를 가장 잘 알게하는 색깔은 뭐니?" 였습니다. 제각기 대답을 했어요. 색 구성표가 크게 있고 한 색깔씩 골라서 발표를 했습니다.

워밍업이 끝나고 나서, 본격적으로 '상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STARTTS 직원은 여러가지 상징이 그려진 카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핸드폰 금지, 화장실 등의 공공기관의 표지판, 필라, 나이키같은 상표, 기독교의 십자가, 불교의 십자, 나치 등 신념과 믿음에 대한 상징 그림 카드를 보면서 그것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같이 토론했습니다. 이후 세 조로 나뉘어, 여러 상징들이 적힌 카드의 의미를 맞추는 게임을 했습니다. 예시로 나온 카드는 교통 표지판, 경찰, 적십자 등이었습니다. 서투른 영어 대신 그림을 보고 진행한다는 점, 호주 생활에 정착하여 살기에 꼭 필요한 것이 포함된다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상징을 통해 불안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회복지사가 본인의 이야기를 하면서 운을 떼었어요. 어릴 적 마음이 불안하고 떨릴 때마다, 소년 마크(본인의 이름이 마크)라고 이름을 붙인 자동차를 호주머니에서 만지작거렸다고 합니다. 아무리 떨려도 소년 마크가 함께 있는 기분이어서 불안이 가라앉았다고 말햇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학생들에게 마음이 긴장될 때 상징을 하나 두고 마음이 불안하고 떨릴 때 함께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했습니다. 청소년기의 학생들에 눈높이에 맞추어, 난민으로서 외상적인 경험에서 오는 불안을 다루는 방법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다양성, 조화를 중요시하는, 학교의 여러가지 단체 포스터들 








STARTTS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청소년들에게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한 교실이  일주일에 한번 씩 있는데, 이 날 동행했던 심리학자의 경우에는 일주일에 세 번정도 각기 다른 교실에서 공동체활동을 진행한다고 했습니다. 또래 집단과 어울리는 것이 중요한만큼, 개인적으로 특별하게 불러내어 상담을 하기 보다는 '심리 상담'의 티가 나지 않게 자연스러운 공동체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불안과 부담감이 조금 더 줄어들 수 있다고 합니다. 서로 부딪히면서 사회성도 기른다고 하고요. 이렇게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는 중에, 특별히 상담이 필요한 경우 관련 전문가에게 의뢰를 한다고 합니다.



여기까지가 청소년 공동체에 참여, 관찰한 이야기입니다. 맺기 전에 이 날 저녁의 이야기를 하려고요.

이날 학교 공동체 참여가 끝나고 저는 반가운 친구들 만났습니다. 인도에서 만났던 티벳인이 호주에 난민으로 갔는데, 이 친구를 저 멀리 시드니에서 만났습니다. 제가 머물던 숙소가 시드니 중앙역에 있었는데, 이 친구는 시드니 북서쪽 저 멀리에 살고 있었습니다. 

다람살라의 학교에서 볕을 받으며 같이 두달여 영어를 공부했었어요. 배우고 또 배우고 해도, 까먹고 또 까먹는 친구였는데, 영어를 잘 못하면서도 슈퍼마켓에서 양고기를 사와 모모(만두)와 양갈비를 산처럼 쌓아놓고 저를 초대했습니다. 재정착난민 제도를 통해 이 친구가 2월에 인도에서 시드니로 온 지 6개월만의 재회였습니다.

4개월여 차이로 먼저 도착한 티벳인 세 명과 함께 방 두개짜리 집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재정착난민에게는 총 1300시간의 영어 교육, 월 약 1300호주달러의 지원금, 그리고 소파, 매트리스, 장식장, 주방기구 등의 생활집기가 정부에 의해 지원된다고 합니다.(아, 물론 정부에 의해 '초청'된 재정착 난민이 아닌 경우엔, 호주나 한국이나 사정이 거칠긴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낯선 사회에서 애 좀 먹고 있겠거니 했는데, 친구 얼굴이 펴서 안심이 되었습니다. 친구가 만든 양고기 만두, 고기의 산(山)-뻥을 보태서-, 야채를 띄운 고기국물로 포식을 하고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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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난민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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