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법 개악(改惡)없는 2019년!
국회 난민법 개정안, 무엇이 문제일까?
3편. 이미 열악한 난민처우, 어떻게 하시겠다고요?
작년 5월 이후, 제주 예멘 난민에게 쏠린 사회적 관심에 국회의원들도 너나 할 것 없이 관심을 쏟았습니다. 난민법을 개정하자는 제안이 쌓였습니다. 그러나 난민법 폐지를 포함한 대부분의 개정안들은 한국사회 난민의 현실뿐 아니라 국제사회 속 한국의 위치를 완전히 외면하는 내용으로 구성돼있습니다. 대책 없이 내놓은 제안들은 개정(改正)안이 아니라 개악(改惡)안이라고 불릴 만 한데요. 한국에 비호를 요청한 난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난민법의 의도와 난민보호의 원칙은 온데간데 없이 배제하고 삭제하고, 제한하고, 처벌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으로서의 권리보장이 원칙이고 제한과 처벌은 예외가 되어야 하지만, 이 법안들은 난민을 늘 ‘예외의 상태’에 놓인 ‘예외적 존재’로 내몰고 있습니다. 국경을 넘어 한국에 왔음에도 여전히 보이지 않는 국경에 갇힌 난민들은 언제쯤 한국사회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을까요?
국회 난민법 개정안의 핵심이 되는 내용들을 네 편에 나누어 살펴보는 세번째 글입니다.
- 1편. 어쨌든 난민은 안된다는 국회의원들 보러가기
- 2편. 난민심사, 핵심은 빨리빨리가 아니다 보러가기
“한국에서 난민인정자의 삶은 돼지만도 못하다.” 한 난민인정자의 뼈아픈 말입니다. 한국에서는 난민인정을 받았음에도 한국사회 시민으로서의 삶은 커녕 하루하루 생존하기 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한국에는 2018년 말을 기준으로 국내에서 난민지위를 인정받은 사람들은 총 936명 1이 있지만, 여전히 난민인정자의 정착을 위한 정책 운용은 요원하고 이를 위한 컨트롤타워도 마련되어있지 않습니다. 난민인정자는 딱 두 장 분량의 ‘안내문’을 받는 것을 제외하고는 정착을 위한 그 어떤 정보 제공도 받지 못합니다. 이 두 장의 안내문은 그마저도 난민법의 처우 관련 조항을 풀어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법무부가 아닌 다른 정부부처에서 난민 인정자에게 제공 가능한 서비스 목록도 빠져 있습니다.
[사진] 난민인정자에게 지급되는 두 장의 안내문
주무부처인 법무부에 난민 처우를 전담하는 사무관이 있지만 재정착난민 업무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난민인정자의 처우는 뒷전이 되곤 합니다. 재정착난민에 대해서는 최근까지도 실무협의회가 진행되었지만 난민인정자의 정착을 논의하기 위한 난민처우협의회는 그동안 한 번도 개최되지 않았습니다. 한 해 동안 30명 가량의 재정착 난민을 위해 3억 원에 가까운 예산이 책정되어 있으나 난민인정자 정착예산은 전혀 배정되어있지 않았으니 사실상 언어도, 문화도 다른 이곳에서 난민인정자는 각자도생을 해야 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2
한국난민인권연구회, <한국에서 난민으로 살아가기> 난민인정자 처우 현황 자료 보러가기
이런 현실을 알기나 한 걸까요? 난민 인정자의 처우 축소와 함께 신청자의 생계비 삭제, 교육보장 삭제, 특정난민신청자의 처우 제한 안을 내놓았습니다.
있으나 마나 한 신청자 생계비 제도
난민신청자의 생계비지급제도는 예산이 없어 제대로 운영되지 않습니다. 2017년에는 전체 대상자의 3퍼센트에게만 지급할 수 있었고, 신청자가 배로 늘어도 3년간 8억수준을 유지하던 생계비는 올해 2,500만원이상 삭감된 상황입니다. 지급기간은 법에 6개월로 정해져있지만, 예산책정은 법에 정해진 6개월이 아닌 3.5개월 기준입니다. 만 오천명이 넘는 신청자 중 500명 남짓에게만 지급할 수 있는 예산.
신청자들이 먹고 자는 정도의 기본적인 삶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취업허가라도 내 주어야 합니다. 난민들이 스스로 생계를 해결할 수 없게 만드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면서 난민신청자를 짐 취급하는 태도는 모순 그 자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난민신청자들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선별 지급되던 생계비를 삭제한다고요? 논쟁을 잠재운다는 명목으로 생존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난민들을 이용해서는 안 됩니다.
난센, 국내 난민신청자 처우 현황 - 생계비편 보러가기
영국, 프랑스, 독일도 일정 기간 취업을 제한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난민신청자에게 주거와 생계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주거수당의 형태이든, 정부가 제공하는 공동주택의 형태이든 말입니다. 프랑스의 경우 주거수당과 별개로 1인 기준 한달 약 44만원의 생계비를 지급하여 신청자의 생존권을 보장하고(독일의 경우 주거지원 및 건강보험료 지원과 더불어 약 69만원, 영국의 경우 23만원), 불인정된 난민신청자에게도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유사한 내용의 복지를 제공합니다. 법적 지위가 다르다고 해서 필요한 삶의 조건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난민신청자여도, 아동이라면!
한국도 가입한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이나 그 부모, 후견인의 인종, 피부색, 성별, 언어, 종교, 정치적 의견, 민족적 인종적 사회적 출신, 재산, 장애여부, 태생, 신분 등의 차별 없이 협약에 규정된 권리를 존중하고, 모든 아동에게 이를 보장할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부모가 난민신청자라는 이유로 그 자녀인 아동들에게 최소한의 교육조차 받지 못하게 한다면, 이는 한국사회의 미래를 뿌리부터 뽑아내는 일입니다. 아동을 인권의 주체로 인정하고 아동의 최선이익을 실현하겠다는 국제적 의지를 표현하는 UN아동인권선언에도 반합니다.
난민으로 인정받았든 인정받기 전이든, 아이들은 무엇이든 배우고 친구들을 사귀고 미래를 꿈꿔야 합니다. 자국민의 이익이 먼저라는 허구의 구호로 아이들의 미래를 뺏다니요.
난민신청은 권리입니다.
난민에게는 사람으로서의 권리가 있고
한국은 난민인권을 보장할 책임이 있습니다.
난민법의 애초 의도와 난민보호의 원칙은 온데간데 없이
배제하고 삭제하고, 제한하고, 처벌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 되어버린 개정안들.
한국사회의 어느 누구도
사람답게 살 권리를 박탈당하지 않도록
난민법 개악 반대에 함께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