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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활동가이야기

사법연수원생 자원봉사활동 후기

 난민인권센터에서의 일주일

 

      이슬이

 


  연수원 과정의 일부인 법률 봉사활동, 짧은 일주일간 어떤 곳에서 봉사활동을 할까 고민하다가 내가 선택한 곳은 난민인권센터였다.


  이 곳은 순수한 민간 기부금으로만 활동 지원을 받는 곳으로, 대한민국에 난민 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람들이 난민으로 인정받고, 한국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난민에 대해서 신문과 영화를 통해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난민에 대해 더 알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 이 곳을 선택했다. 나는 이곳에서 난민 신청을 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그들이 겪는 문제점에 대해서 법을 배우는 사람으로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봉사활동 첫 날 알게 되었던 것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 난민 신청을 하고 있다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중 극히 소수만이 난민으로 인정되어 대한민국에 머무는 것을 허락받는다는 것이었다. 


  어떤 국가에 속한 국민은 마땅히 그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하는데, 그 보호의 주체가 되어야 할 국가로부터 오히려 정치적, 종교적 이유 또는 성적 정체성 등으로 박해를 받는 것이 난민이다. 이들은 국가로부터 자신 뿐만 아니라 친족과 이웃에 대한 생명과 신체의 위협을 받기 때문에 이러한 위협을 피해 마지막 수단으로서 타국으로 난민 신청을 하게 된 것이다. 난민 협약에 가입한 국가들은 이러한 사람들을 보호할 의무를 지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규범과 많은 부분이 달랐다. 초기에 난민에게 비교적 우호적이었던 유럽 국가들도 난민 신청자들이 자국에 머무는 것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비용 때문에  난민을 받기를 꺼려하며, 특히 외국인에 대한 혐오가 더욱 심해지는 요즈음에는 난민 신청을 선택한 사람들은 더욱 가혹한 현실에 놓이게 되었다.


  또한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교과서에 적혀 있는 난민의 '인권' 이 현실의 여러 문제와 부딪힐 때 생기는 문제들은 권리의 최대 보장이라는 말로만 해결할 없다는 것이다. 난민 신청자들은 타국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기도 하는데 그 아이의 권리는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의 문제, 난민 신청자가 범죄를 저지를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 난민의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인도적으로 반드시 우리나라에 머물러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의 문제 등 복잡한 문제들이 있었다. 난민을 돕겠다는 순수한 마음은 바람직한 것이지만, 그들을 타국에서 박해받아 한국에 온 그저 착하고 가여운 사람들이라는 생각은 자칫 그들의 자립을 방해할 수도 있는 위험한 생각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과 연수원 생활이라는 제약으로 난민 신청을 한 분들께 얼마나 과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난민인권센터 사무국장님의 배려로 난민 신청을 한 사람들을 만났던 것은 이 곳이 아니면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기회였다. 그들이 난민의 요건에 해당하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짧은 시간에 내가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지만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어 여기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는 그들의 절박한 사정은 연수원을 수료한 뒤 난민 신청과 인정 절차와 소송에 이르는 과정에까지 법률가로서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반드시 돕고 싶다는 나의 다짐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난민 신청자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을 마련해주신 김성인 사무국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는 그 분들을 만나서 잠시나마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듣고, 행운을 빈다고 기원했던 그 짧은 시간들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화성 외국인 보호소와 영종도 난민지원센터 그리고 가리봉동을 오가던 시간들은 연수원 생활의 치열한 경쟁에 파묻혀 어느새 방향 감각을 상실한 것이 아닐까 했던 나를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연수원을 수료하고 난민 신청자들을 법률가로서 도울 수 있는 날까지 더욱 난민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 
  
 

 

자원봉사활동 후기

 

이충원

 

  사법연수원의 힘겨운 2학기 시험이 끝나고 피로가 채 가시기도 전에 법률봉사를 하게 되었다. 사법연수원 인권법학회 등대지기에서 선정한 여러 봉사기관들 중에서 평소에는 접하기도 힘들고 내가 가장 잘 알지 못하는 난민과 관련한 단체에 지원하게 되었다. 난민은 헌법을 공부하면서 UN의 난민지위에 관한 협약 내용만을 잠시 살펴 보았을 뿐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에 좋은 경험이 되리라 생각이 들었다. 평소 절친한 학회원 2명과 구로구에 위치한 난민인권센터 NANCEN에서 일주일간 법률봉사를 하게 되었다.

 

  법률봉사 첫 날 난민인권센터에 첫 발을 내딛은 내 느낌은 매우 춥다는 것이었다. 그곳에는 10여년 전 파출소 건물로 쓰다가 버려진 건물을 개조하여 국장님을 포함한 3명의 직원들이 분주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 문틈사이로는 바람이 들어왔고, 벽들은 단열처리가 되지 않았고, 오래된 난로에 의지하며 일을 하고 계셨다. 우리들에게 이미 잘 알려진 장애인권 분야나, 성소수자 분야, 여성, 취약노동층 인권분야 보다는 재정적 지원이 보다 잘 구비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에게 처음으로 맡겨진 과제는 자국에서 피해를 입고 한국에서 힘겨운 경험으로 인하여 정신건강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난민신청자를 국내 정신병원에서 입원치료를 통하여 보호할 방법이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었다. 노숙자의 경우 서울시청에서 노숙자 관리팀을 만들어 정신보건법상 응급입원 이외에 정신질환이 있는 노숙자분들을 장기 입원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 있었지만, 아직 난민신청자분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경우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은 없었다. 이와 같이 정신질환이 문제되는 경우 뿐 아니라 모든 법률의 기본적 주체 및 수범자가 국민으로 제정되어 있기 때문에 외국인은 법률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이 분은 난민 신청을 하였지만 법무부와 협의를 통하여 자국으로 돌려 보낼 수밖에 없었다. 입법의 공백이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나에게 가장 생각이 많아지게 한 곳은 화성 외국인 보호소였다. 경기도 화성의 끝자락에 위치한 그 곳은 국내에  체류자격이 없는 외국인들을 보호하는 곳이었다. 말은 보호이지만 실상은 올해 봄 사법연수원에서 견학을 갔던 화성교도소와 다르지 않았다. 보호 외국인 모두가 같은 옷을 입고 있었으며, 그들을 관리하는 분들은 제복을 착용하고 있었고, 면회시간에도 직접대면 하는 것이 아니라 교도소와 동일하게 수화기를 통하여 대화를 하였으며 앞에는 플라스틱 문이 우리를 갈라 놓고 있었다. 모든 인간은 존엄을 가지며, 신체의 자유는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만 구속할 수 있다는 헌법교과서에 나와 있었던 구절이 과연 현실에도 지켜지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들도 국민이 아닐 뿐 모두 우리와 동등한 입장인 인간인데도 법관이 영장 없이 보호라는 명목아래 수형자들과 동일하게 생활하도록 하는 것이 과연 우리 헌법에 합치되는 행위인지 의문이 들었다.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출입국 외국인지원센터에도 방문하였는데 화성 외국인 보호소보다는 자유로운 분위기였지만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파주에 건립하려고 했던 건물을 주민들의 반대로 영종도에 건립하게 되었는데, 면회 접수센터는 공무원 한명도 없이 비어 있는 공간이었다. 외국인 보호소보다는 신체적으로는 자유로웠지만, 오히려 정신적으로는 난민인권센터와 접촉하는 것이 본인들에게 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등 법무부에 구속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최소한 불법체류목적이 아닌, 설사 실질적으로 불법체류 목적이었다 하더라도 법무부의 이의신청이나 법원의 재판의 확정이 있기 전까지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에서 재판받는 것이 인간의 존엄을 강조하는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일주일동안 법률봉사를 마치면서 느낀 생각은 교과서에 나와 있는 내용과 현실은 참 많이 다르구나였다. 어느 경우에서나 소송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으며,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신체를 구속당한 채 살아가는 것보다는 오히려 자국에 돌아간 후 본인의 신체를 보호할 수 있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방법이 그들에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방안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직 난민분야를 전문적으로 하는 변호사는 없으며, 입증책임 조차도 정립이 된 상황이 아니다. 장애인, 성소수자 보다 더 알려지지 않은 난민 및 외국인 분야를 어떻게 하면 발전하게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법률봉사 기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