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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점’ 이 이야기 하는 ‘방’과 ‘난민’의 이야기 - 최장원 작가 독점 인터뷰 (1)

세 개의 ‘점’ 이 이야기 하는 ‘방’과 ‘난민’의 이야기 - 최장원 작가 독점 인터뷰 (1)


- 난민주간 시민기자단 이유민, 정빛나



이태원 테이크아웃드로잉 건물. 난민주간 시민기자단 촬영.



Prologue


       녹사평역에서 10분도 되지 않는 거리에 있는 카페 레지던시** 테이크아웃드로잉* (영문 Takeout Drawing, 위치는 용산구 한남동 683-139). 이곳은 이번 달 1일부터 ‘방으로의 여행’이라는 전시회가 열리는 특별한 ‘방’입니다. 이번 전시회에서 모티브가 된 ‘방’과 ‘점’은 한 달간의 전시 형태에서 그치지 않고, 2013년 난민주간의 특별 행사인 ‘점들의 이야기’에서 시민들과 또 다른 모습으로 만나게 될 텐데요. 어느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 ‘방으로의 여행’ 전시를 맡은 한 ‘점’, 최장원 작가님을 두 ‘점’, 난민주간 시민기자단이 찾아가 직접 인터뷰해 보았습니다.


Q: 최장원 작가님 안녕하세요. 우선 간단한 자기소개부터 해주시겠어요?


       저는 건축을 이제 막 시작하며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는 '젊은 건축가 '최장원이라고 합니다. 건축이라고 하면 굉장히 딱딱하고 어려운 것이라고 느끼기 쉬운데요, ‘건축을 매개로 해서 사람들과 잘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에 대해 고민하던 차에 전시, 혹은 드로잉이라는 형태로 방법을 찾게 된 거에요. 그래서 이제 그런 것들에 대한 다른 방향이 없을지 고민을 하게 되었고...'' 이라는 주제로 ‘여행’을 떠난 지는 두 달이 되었습니다. 본격적으로 ‘방으로의 여행’ 전시를 준비하게 된 건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이를 중간 결과물로 발표하게 되었고, 남은 한 달간의 여행기간 동안 관객분들의 피드백들이 제가 건축가로서 다른 작업을 할 때 좋은 영양분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Q: 이번 전시회 제목이 ‘방으로의 여행’인데요, ‘방’과 ‘점’에 대한 모티브가 무척 흥미로워요. 어떻게 이 모티브를 찾게 되셨나요?



       실제로 기획한 전시인 ‘방’으로의 여행은 두 작가가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지만, 사실 ‘점’의 이야기는 제가 개인적으로 끌고 들어온 거예요. ‘점’의 이야기를 하게 된 건 사실 난민인권센터(줄여서 ‘난센’)를 방문한 후에 받은 영감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방으로의 여행’이라는 주제로 여행하다 보니 세상에는 정말 많은 방이 있는 거에요. 예를 들면 우리 개개인이 살고 있는 방의 모습도 다 다르고, 그 외의 여러 가지 다른 방들의 모습을 접하다 보면 사회적인 방을 만나기도 하고...  그런데 방의 모습은 다 다르지만 정작 방에 사는 사람들은 사실 크게 다르지 않은 거에요."



       어떤 물질적 조건, 명예나 부를 떠나서 보면 개개인이 다 같은 ‘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봤을 때, 우리가 무의식중에서 사는 방, 집이나 건물들이 어떻게 보면 우리가 보는 모습과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하게 되었어요. ‘우리가 이런 질문을 했던 적이 있던가?’하면서 제가 건축가로서의 교육을 받고 일을 한 것들에 대해서 의심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건물을 짓고 방을 짓고 있지만, 실제 ‘원’ 안에 살고 있는 ‘점’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을까, 하면서 다양한 공간에 대한 생각과 그 안에 사는 사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점’이라는 모티브는 난민인권센터(약칭 ‘난센’)를 방문하였을 때삼각형 모양의 작은 앞마당을 통해 얻었습니다주변 이웃들이 그냥 무단 주차를 해놓는 방치된 공간인데 그 공간을 잘 이용한다면 난센에 도움이 되는 ‘방’일수 있고난민 개개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일수도 있고거기에다 이웃들과 같이 쓸 수 있는 ‘방’이 될 수 있겠다 - 라는 생각을 했어요난센의 국장님께서는 건축가인 제게 ‘건물이 많이 노후화되었으니 건물 자체를 재정비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제 소견으로는 점진적으로 하는 리모델링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난민들의 특성, 그리고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인지 난센 대부분의 활동이 건물 내에서 이루어지면서 외부와의 교류와 소통이 제한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버려진 앞마당을 잘 활용만 하더라도 외부의 시선이 좀 더 따뜻해지고, 단절되지 않은 이야기의 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 공간을 유심히 잘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삼각형 앞마당의 끝을 난센 건물이랑 이어봤더니 사각뿔의 형태가 되었습니다. 삼각형 끝의 한 점을 난민을 상징하는 점으로 보고, 난민의 존재를 벽면에 투영해 볼 때 ‘이러한 사람들의 존재가 우리에게 크게 시사해 주는 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사람들이 국경이라는 벽을 넘어서 한국에 오게 되었는데요. 그 분들에게 있어 ‘난센’이 같은 벽이지만 배척하는 벽이 아니라 그들 개개인의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고, 작은 점들이 모인 큰 원으로서 그 존재를 드러나게 해주는 일종의 통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면에서 마당에 대해 집중하게 되었고, ‘점’을 ‘원’으로 키우고 원을 공간적인 ‘구’로 키우는 작업을 생각해보았습니다.  



Q: 테이크아웃드로잉, 그리고 정예랑 작가님과 콜라보레이션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카페 내 정예랑 작가의 작품 : 펼쳐지는 방. 난민주간 시민기자단 촬영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의 전시는 레지던시 공모를 통해 이루어졌고,  2013년 네 개의 전시 팀 중 한 팀으로, 정예랑 작가와 제가 선정되었습니다. 다른 여러 전시회나 작업의 형태가 있지만 제가 특별히 테이크아웃드로잉을 선택한 이유는 결과물 중심의 타 갤러리와 다르게 이곳에서는 사람들과 그 과정을 공유하고, 작업이 다른 사람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적지만 꾸준히 모니터링이 되는 장소라는 생각에 선택을 했습니다. 제게 있어 테이크아웃드로잉은 한 달 동안의 작품 과정에서 난센이나 [영등포 쪽방촌과 관련된 일을 하는] 주거인권센터의 분들 등 여러 사람을 접하고 알아가게 되는 계기를 주는 장소였습니다.  



    정예랑 작가님과는 작년 가을 아르코 미술관에서 진행했던 ‘퍼블릭 아트’라는 프로그램에 각자 지원을 해서 팀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정예랑 작가님과 제가 같은 건축가로서 작업을 함께 했었고요, 그 후 공동작업을 해보면 어떨까, 해서 지금 이 시점까지 이어졌습니다.


Q: 앞에서 ‘점’과 ‘방’의 모티브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난센 방문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요. ‘난민’에 관한 개념을 작품에 연결하게 된 것은 그럼 난센 방문 후의 일인가요, 아니면 그 전에도 난민에 관한 관심이 있으셨나요?


    제게는 난센 방문이 무척이나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사실 ‘난민’이라는 주제나 존재에 대해 일반 대중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으니까요. 난민이 누구인지, 단어만 봐도 ‘망명자’와 ‘난민’ 같은 사전적 의미의 차이조차 모르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아 보였습니다. 사실 저 역시도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난민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고요. [난센과 작업을 하게 된 것은] 최소연 디렉터님(테이크아웃드로잉)의 권유를 통해서였는데, 그 때 방이 없는 이들이 존재하고, 또 그러한 개개인이 모여 서로 위로하는 사회적인 방이 생겨났다며 난센을 방문했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들에게 건축가의 시선으로서 좀 다른 시각을 보여주고,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방문을 제안하신 것 같습니다. 



“난센을 다녀온 후부터는 사람들이 각각 하나의 점으로 보였습니다. 길 가는 사람들도 점으로, 임산부와 뱃속의 아이도 점과 구의 모습으로....우리 모두가 같은 의 모습을 하고 있더라고요.”



       난민들의 관점에서 그들은 위험을 피해 본국으로부터 탈출해야 했던 점들이지만, 어쩌면 우리 중 그 누구든, 어느 시점에서든 난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넓게 생각해 본다면 굳이 국경을 넘지 않더라도 내가 살던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 혹은 주변의 관심이나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고립된 사각지대로 밀려나 버린 사람들도 일종의 심리적 난민일 수 있지 않을까요. 난민을 굳이 ‘사회적 약자’로 따로 생각해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역시 어쩌면 그들과 같은 자리로 가게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해보니 그것이 저를 많이 움직이게 했습니다



Q: 작품 중 어떤 개인이나 단체의 방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들이 있었어요, 가령 ‘택시기사의 방’ 이라든지... 작가님께서 ‘난민의 방’을 작품화하신다면 그건 어떤 모습일까요?


       사실 대답을 드리기에 좀 조심스러운 부분입니다. 지금도 저는 전시를 진행 중이고, 이 전시에 계속해서 더 채워나가고자 하거든요. 아직 난센의 앞마당 같은 경우도 아직은 어떤 방식으로 될지 [확실한 것은 아니고요,] 광화문에서 열리는 난민주간 행사의 공간 기획이나 상징물의 진행 내용도 사실 다 연관이 되어 있고... 떨어져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난민 자체를 공간과 연결해 해석하는 문제는 사실 굉장히 조심스러워요, 왜냐하면 제가 작가이기 전에 한 개인으로서 난민이라는 대상에 대해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런 저의 시각이 일반화된 시각으로 보여질 수 있기 때문에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민이 많이 되는 부분이고요. ‘어떤 식으로 표현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난민 한 개인과의] 인터뷰 내용이나 텍스트로 전해질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난민들의 공간을 이해하는 추상적인 드로잉의 형식으로 표현될 수도 있지만, 이 프로젝트 자체가 해결을 목적으로 이루어지는게 아닌 만큼 그런 것들에 우리가 관심을 둬야 하지 않을까, 같은 질문을 던지는 단계이고, 그렇게 다른 분들께도 읽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Q: ‘방’을 잃어버린 길 잃은 ‘점’들이자 새로운 ‘방’을 찾으려는 난민들에게, 혹은 난민들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세지가 있다면요?


       가 보기에는 이 질문이 난민주간에서 계획 중인 행사의 공간적, 상징적인 부분을 반영하고 있는 거 같아요. 처음에 특별행사 제안을 받았을 때, 광화문 광장이라는 도시적인 공간에 그저 의미 없는 상징물을 가져다 놓는다기보다는 난민들의 이야기를 소중히 들을 수도 있도록, 그리고 ‘점’이라는 형태로 사람들에게 친숙하고 부드럽게 다가가고자 했습니다. 



작은 점을 위한 방

출처:테이크아웃드로잉



광화문 광장에 놓인 공들은 난민의 이름 대신 블루, 레드 등 다양한 컬러의 이름으로 불려지게 됩니다. 각 공에 난민의 사연이 담기기도 하고...이러한 ‘공’에게는 굳이 정해진 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살짝 밀어주기만 해도 다양한 방향으로 굴러갈 수 있잖아요. 우리와 관계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서 무관심하게 대하기보다는 시민이 관심을 두고 공을 밀듯 도움을 주고자 하는 작은 행동과 관심을 갖는다면 그 공이 갈 수 있는 길은 굉장히 다양하게 열려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이 난민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서울이라는 장소가 시작점이 되어 난민들에게 있어 그들이 혼자가 아니며, 사람들이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난민주간에 10여개가 넘는 단체들이 함께 참여하는 만큼 그런 접촉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2부에서 계속)

http://www.nancen.org/1018




테이크아웃드로잉*과 카페 레지던시**에 대한 대한 부가설명 

(출처 테이크아웃드로잉 공간소개, 페이스북 페이지):


Takeout Drawing 
& museum
 

테이크아웃드로잉은 드로잉에 관한 한 문장으로 짓는 미술관입니다.” 
Takeout Drawing& Museum is a museum built upon making a single statement on drawing. 

www.takeoutdrawing.com 
www.facebook.com/takeoutdrawing 

테이크아웃드로잉은 2012년부터 ‘세상을 바꾸는 드로잉이라는 주제로 예술가들의 작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체류작가는 레지던시로 두 달이라는 기간 동안 이태원동과 한남동에 머물면서 자신의 주제를 도구로 삼아 작업구상의 과정을 오픈하고 있습니다.

Takeout Drawing 
에서는 Drawing을 주제로 작품을 소개하면서 드로잉을 지지하고드로잉을 실천하기 위한 방법을 함께 찾아갑니다드로잉이 전시장 밖으로 세상 속으로 take out 됩니다전시를 보고 일정부분 참여해 이 개념을 가지고 나가 실천하자는 목적입니다일종의 '드로잉 센터개념인데 전시만 하는 공간은 아니며 지역에서 드로잉을 활성화하기 위해 존재하는 카페 같은 공간이 됩니다.

 

Café Residency

카페 레지던시는 카페를 예술가의 창작공간으로   동안 제공하는 프로그램입니다제도적인 공간과 달리 카페라는 공적 공간을 매개로 창작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카페레지던시는 자연스레 대중에게 창작의 과정을 소개하여 결과 중심이 아닌 과정을 통한 창작행위에 주목할수 있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