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생계비 예산의 문제
이 글은 2024년 9월 11일 최기상의원실에서 주최한 "난민정책의 문제와 개선방향 모색 간담회_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시선에서" 자료집에 실은 발제문입니다. 김연주 활동가가 강원대학교 통일강원연구원 평화공감 제70호에 기고한 글("난민생계비예산 삭감의 현실을 마주하며")을 일부 수정하여 발표하였습니다. |
2024년 난민 생계비예산 삭감
난민생계비지원제도는 난민신청자 생계지원에 관한 유일한 제도이다. 한국에서 난민심사를 받는 동안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난민신청자들이 많다는 것은 충분히 알려진 현실임에도 2024년 난민 생계비 예산은 20% 삭감되었다. 2024년 난민생계비 예산은 5억 6,809만 6천원으로 400명에게 약 43만원씩 3개월 간 지급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The Butter, 2024. 6. 20 자 기사, "일 못하게 막으면서 생계비 예산 삭감이라니"... 난민신청자들 시름").
난민인권센터에서 지난 5년 간(2019-2023) 법무부 난민관련 예산을 모니터링 해온 결과에 따르면 정부는 난민법 시행이후 매년 난민생계비지원으로 8억원 가량의 예산을 들여왔다. 이는 590명에게 약 43만원씩 3개월 가량 지급하는 수준으로 난민신청 후 6개월 간 취업허가도 받을 수 없는 난민신청자에 대한 유일한 생존수단으로서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구분 | 2019 | 2020 | 2021 | 2022 | 2023 |
난민신청건수 (재신청건수) |
15,462 (797) |
6,684 (1,521) |
2,341 (1,046) |
11,539 (1,851) |
18,838 (1,801) |
생계비신청자 (단위:명) |
717 | 460 | 78 | 225 | 568 |
생계비예산 (단위:천원) |
792,607 | 839,362 | 839,362 | 839,362 | 710,120 |
산출근거 | 523명*433,000원*3.5월 | 591명*433,000원*3.28월 | 591명*433,000원*3.28월 | 591명*433,000원*3.28월 | 500명*433,000원*3.28월 |
생계비결산 (단위:천원) |
792,000 | 546,000 | 52,000 | 247,186 | 567,777 |
집행률 (단위:%) |
99.9 | 65 | 6.2 | 29.4 | 80.0 |
[표] 연도별 난민생계비 지원제도 운영현황(2019-2023)
이 생계비 예산은 매년 잘 집행이 되지도 못하였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많은 난민신청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재난지원금도 받을 수 없어 심각한 생계의 위협을 받았다(시사인 2020. 3. 26. 자 기사, "코로나19 사각지대에 놓인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
그럼에도 유일한 제도인 생계비지원제도는 난민신청 후 6개월 간만 지급이 가능했기에 이러한 상황에서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했다. 국내 입국 길이 막히고 또한 출입국에의 접근이 막힘에 따라 난민신청 건수가 대폭 감소하면서 2021년 생계비 예산의 집행률은 6.2%에 불과하였다. 한편, 최근인 2022년에는 난민신청자의 숫자가 1만 명을 넘는 등 코로나19 이전과 유사한 수준으로 증가하였지만, 생계비 예산 8억 3,936만 2천 원 중 29%만이 집행되었다. 전체 난민 신청자의 1.5%만 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많은 난민신청자들이 생존의 어려움을 겪으며 생계비를 필요로 함에도 이에 대한 정보제공이 없고, 절차의 안내와 행정적인 연계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 주무부처인 법무부의 실질적인 생계비 지원을 위한 정책 부재로 인해 매년 생계비 집행이 잘 되지 않았고, 특히 코로나 기간 동안 국내 입국의 어려움으로 감소된 난민신청과 생계비지원은 충격적인 예산삭감의 결과로 이어졌다. 2023년 생계비예산이 1억원 가량 감액되었고, 2024년에는 여기에서 1억 4천만원(약 20%) 이상 감액되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대량학살 등 국제 분쟁상황의 악화는 국내 난민신청의 증가로 이어져 2023년 한국의 난민신청 건수는 18,838건으로 난민제도 운영이후 최대를 기록하였는데, 2024년 난민 생계비예산은 난민법 시행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난민신청자 생존에 관한 책임이 심각하게 방기되고 있다.
난민신청자 생계비지원의 의미
“공항을 나오고 나서 어디서 살아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그게 제일 어려웠습니다. 길에서 잘 수는 없었기 때문에 집을 찾아야 했습니다. 인터넷도 사용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집을 구하려면 일을 해야 하는데, 일할 기회가 막혀 있어서 저에게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싶었습니다. [...] 한국은 한국인에게만 친절하고 인류애가 없는 나라로 느껴졌습니다. 저와 같은 난민들에게는 아무 도움도 줄 수 없는 나라라고 느꼈습니다.” (20대, 남성)
“살아가는데 있어 전반적인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집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아파도 치료를 하지 못하고, 오랜 기간 동안 노숙을 했습니다. 그때 경찰이 “여기서 주무시면 안됩니다.”라고 했지만 저는 “다른 갈 곳이 없습니다.”라고 했습니다. [...] 저 외에도 다른 난민신청자들도 먹고 사는데 있어서 생계비 지원이 없으면 큰 어려움이 있습니다. 일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스스로의 생계를 책임지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30대, 남성)
2022 국가인권위원회 이주인권 가이드라인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
난민신청자의 법적 지위란 최종적으로 모든 심사가 종료될 때까지 존속하는 임시적인 성격을 가지는 지위이다. 따라서 임시적이고 단기의 체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현실에서 난민신청자들은 난민심사의 적체로 인해 임시적인 체류지위라 보기 어려울 정도로 장기간 한국사회에 체류하며 삶을 영위하고 있다.
난민법은 난민심사기간을 6개월을 원칙으로 하되, 부득이한 경우 예외적으로 연장이 가능하도록 난민법상 심사 기간을 명시하고 있다(난민법 제18조 제4항). 이는 난민심사가 지나치게 장기화되는 것에 대한 기존의 비판을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난민신청자 수의 증가, 심사인력의 부족 등으로 인하여 위 규정은 유명무실하며 2023년에는 난민심사에 대한 첫 결과를 받기까지 5년(60개월)을 기다려야 했던 경우(최장기 기간자)도 있었다. 2023년 12월 31일 기준 심사대기 중인 신청 건은 20,246건, 이의신청에 대한 심사대기 중인 신청 건은 6,491건인데, 난민심사 대기기간을 포함하여 평균 심사결정 기간은 12.1개월이다. 난민신청 시 기본적인 정보제공· 법률조력 및 통·번역 지원의 부재와 1-2%의 낮은 난민인정률 등 현행 난민심사제도가 가지는 구조적 문제에 더해 심사의 적체로 인해 많은 난민신청자들은 긴 시간 불안정한 지위에 놓인다. 난민신청자가 기본적 생계유지를 할 수 있도록 제도가 충실히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제도의 도입취지 또한 그러하다. 난민법 제정 이전부터 난민인정절차가 진행되는 수년 동안 난민신청자에게 취업을 못하게 하면서 동시에 생계비 등 지원도 전무해서 난민신청자가 장기간 합법적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하여 난민제도가 한국이 비준한 국제법 그리고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한 헌법 제10조 등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고, 이에 제정 난민법에서는 난민신청자의 기본적 생계보장을 위한 ‘난민신청자 처우제도’가 정비되었다.
난민법 제40조(생계비 등 지원) ① 법무부장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난민신청자에게 생계비 등을 지원할 수 있다. ② 법무부장관은 난민인정 신청일부터 6개월이 지난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난민신청자에게 취업을 허가할 수 있다. |
법은 난민신청자가 난민신청 후 6개월까지는 긴급 생계비와 주거시설을 지원하고, 6개월 이후에는 취업허가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난민신청자의 생계 및 주거지원을 위한 제도로서 제대로 작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극소수의 난민신청자만이 생계비를 지급받을 수 있고(2023년 전체 신청자의 2%인 379명이 생계비 지원을 받음), 유일한 주거지원인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 역시 대부분의 난민신청자들은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2023년에는 총 77명이 입소하였는데, 재정착난민 9기(3명), 10기(7명), 난민신청자 64명, 인도적체류지위자가 3명으로 입소자는 평균 4.5개월(139.45일) 거주하였다]. 난민의 노동 역시 체류자격 외 활동허가의 절차를 따르도록 하고 있어 체류자격을 잃은 난민신청자는 허가절차에 접근할 수 없는 등 어려움이 많다.
난민신청자 기본적 생계보호의 필요
유엔난민기구는 “협약에 명시된 권리를 보장하고 국제 인권법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국가는 난민 인정 절차 전반에 걸쳐 비호신청인에게 적절한 생활수준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비호신청인과 난민의 법적, 물질적, 신체적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억제적 정책 및 관행을 비롯한 국가의 작위 또는 부작위로 인해 이들이 위험을 마주하게 될 영역으로 돌아가는 것 외에 실질적인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되는 상황 역시 구조적 강제송환(constructive non-refoulement)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서울고등법원은 “비호신청인에 대한 생계비 지원은 단순한 시혜적인 조치를 넘으며, 특히 취업허가가 부여되지 않는 첫 6개월 동안은 생존권 보장을 위한 중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판시한 바 있으며(서울고등법원 2016. 9. 27. 선고 2016누36934 판결), 과거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비호신청인에 대한 부족한 현금 지원은 인간의 존엄성에서 비롯되는 최소한의 생존에 대한 기본권과 양립할 수 없다고 보면서 이러한 권리는 독일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도 보장되어야 하고, 정부는 원칙적으로 거주자격에 따라 기본적인 사회 보장 혜택의 대상을 차별해서는 안되며, 입법부는 항상 사람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필요성에 따라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2012. 7. 독일 난민신청자지원법이 1993년을 기준으로 난민신청자에 대한 지원 금액을 정하고 있는 것은 독일기본법상 인간의 존엄성에 부합하는 최소한의 생활수준을 보장받을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였다(독일 헌법재판소, Case No. 1 BvL 10/10, 2012년 7월 18일).
난민신청자의 기본적 생계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다. 그러나 정부가 생계비지원제도를 형식적이고 행정편의적으로 운영함에 따라 많은 난민신청자들은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생존의 극한상황에 놓인다. 그럼에도 예산을 삭감하는 등 책임을 방기하고 있어 상당히 아쉽다. 난민 생계비가 다른 난민신청자 처우제도와 함께 실질적으로 난민신청자의 생계를 보장하는 수단이 될 수 있도록 생계비 예산이 하루 빨리 정상화되어야 한다. 아울러 생계비 신청 가능 시기를 보다 확장할 수 있는 법적근거의 마련 및 관련 정보 제공 및 절차의 편의성을 확대하는 방향의 제도개선이 요구된다.
참고자료
난민인권센터, "한국사회의 난민인권보고서" https://nancen.org/2396
난민인권센터, “최근 3년 난민 관련 결산 (2019~2021)” https://nancen.org/2331
난민인권센터, “2022년도 법무부 난민관련 예·결산” https://nancen.org/2368
난민인권센터, “2023년도 법무부 난민관련 예·결산” https://nancen.org/2416
난민인권센터, “2024년도 법무부 난민관련 예산”, https://nancen.org/2395
난민인권센터, “[통계] 난민 심사 현황 (2023.12.31.기준)”,https://nancen.org/2398
난민인권센터. “[통계] 난민신청자 처우 현황 (2023.12.31.기준)”, https://nancen.org/2405
문찬영·전수연, “국내 난민신청자 처우 모니터링 결과 – 가. 생계비 관련”, 2022 이주 인권가이드라인 모니터링 결과 보고회 자료집 (2022. 12. 19.)
김연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