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성적 지향과 평화주의적 신념으로 인해 캐나다에서 난민지위를 인정 받은 사례가 소개되어 많은 관심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런데 언론의 보도를 보면 '망명'이라는 표현과 '난민'이라는 표현이 명확한 구분 없이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몇몇 보도의 제목을 보시지요.

동성애 병역거부자 加에 망명…국내 첫 사례 (연합뉴스)
‘양심적 병역거부’ 캐나다서 난민 인정 (한겨레)
동성애 이유 병역거부자 첫 해외 망명 (경향)
‘병역 거부’ 캐나다서 난민 인정…신종 병역기피 수단 되나 (국민)
동성애 병역거부자 첫 해외 망명, "후회없다"(YTN)
[인터넷광장] 병역 거부 동성애자 캐나다로 망명 外 (KBS)
동성애 병역거부자 첫 해외 망명 (한국)
캐나다 정부, 韓출신 동성애 병역거부자 난민 인정 (뉴시스)


난민(refugee)이란,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사회적 소수자)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나 심한 차별을 받을 때 이를 피해 외국으로 탈출하여 보호를 요청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망명(exile) 역시 어떤 특정한 이유로 인해 외국에 보호를 요청하는 것이기 때문에 난민은 망명의 한 형태입니다.(즉, 망명이 보다 상위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망명의 경우 주로 정치적 문제와 얽히는 경우가 많고, 국제적 협약에 의해 그 조건과 권리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타협이나 거래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난민과 망명 사이의 결정적인 차이 한 가지가 생기는 것입니다.

난민협약 제1조 "난민의 용어 정의"에서 F항은 난민으로 인정될 수 없는 사람들을 규정하고 있습니다.('제외조항'이라고 부릅니다.)
그 항목을 보면,

(a) 평화에 반하는 범죄, 전쟁범죄, 또는 인도에 반하는 범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국제문서에서 정하여진 범죄를 저지른 자.
(b) 난민으로서 피난국에 입국하는 것이 허가되기 이전에 그 국가 밖에서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자.
(c) 국제연합의 목적과 원칙에 반하는 행위를 한 자.

는 난민으로 인정될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 망명과 난민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전범이나 인권침해를 자행한 독재자도 정치적 거래를 통해 다른 나라에 망명은 할 수 있지만, 절대로 난민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히틀러나 가다피는 죽었다 깨어나도 난민이 될 수는 없는 것이죠.

("... 하지만 난민지위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총통각하." - 영화 <히틀러 : 악의 탄생> 중에서)



따라서 이번 사안과 같은 경우, 특히 캐나다 정부에서 난민으로 인정했기 때문에 '망명' 이라는 표현보다는 '난민 인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더 적절했을 것이라고 보입니다.



덧붙여서, 이번에 주목을 받은 사건의 경우, 사회적으로 소수자이거나 자신의 정치적 신념으로 인해 심각한 차별이나 박해를 받을 수 있다면 난민협약에 의해 난민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연한 결정이라고 평가됩니다. 한국 사회의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대체복무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징병제의 폐혜를 고려할 때, 난민으로 인정을 받은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고 국제적으로도 특이한 경우는 아닙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나라가 성소수자나 자신의 정치 또는 종교적 신념으로 인해 군복무를 거부하는 병역거부자와 같은 사회적 소수자들의 권리를 제대로 지켜주거나 처벌 이외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언론에서는 '병역'과 '동성애'라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 두 가지가 함께 얽힌 문제이다보니 사건의 본질보다는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만을 부각시키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A painted sign on a wall in Belfast reading 'Joy, Love, Peace' in the shape of a shamrock, 20th February 1954)

Posted by 난민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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