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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

[태국 일기 4] 드디어 방콕! TCR, BRC & AAT

계속되는 난센의 태국 일정, 함께하고 계시죠? ^^

태국에 온지 오늘로 약 1주일이 지나면서 태국에서의 새로운 일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메솟을 떠나 방콕으로 오게 된 것인데요, 방콕에서도 난센은 난민을 위한 단체들을 방문하고, 이후에는 APCRR3(The 3rd Asia-Pacific Consultation on Refugee Right)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메솟에서의 방문 단체들이 주로 버마 출신의 난민을 위한 곳이었던 데 반해 방콕의 단체들은 그 대상과 특징이 조금씩 다릅니다. 메솟에 버마 난민이 집중된 이유는 태국 내에 있는 버마 난민들은 방콕 등 내륙으로 들어올 수 없고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분포해 있는 9개의 난민 캠프에서만 살아야 한다는 것이 태국 정부의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방콕에 있는 대부분의 단체들이 버마 난민들을 주 대상으로 삼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제부터 방콕에서 만난 개성 있는 단체들, Thai Committee for Refugees(TCR), Bangkok Refugee Center(BRC) 그리고 Asylum Access Thailand(AAT)를 찾아가서 보고 느낀 것들을 여러분들과 나누도록 할게요!


심야 버스를 타고 도착한 방콕에서의 첫날(11/23)! 정말 약간의 휴식을 취한 뒤 사전 준비 스터디를 마치고 TCR을 방문하였습니다. TCR은 U.S. Committee for Refugees and Immigrants(USCRI)의 태국 사무소가 독자적인 NGO로 독립한 단체입니다. 올해 8월부터 완전히 독립했기 때문에 사무실이 깔끔한 새 사무실이었지만 담당자 분의 말씀에 의하면 여전히 정신이 없다고 하시네요. 미국 정부기관에서 태국의 NGO로 독립할 수 있게 된 것은 저희가 생각한 것과 마찬가지로 흔히 있는 일은 아니라고 하네요. 태국 국내를 대상으로 활동하는 독자적인 NGO가 된만큼 보다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활동이 가능하지만 재정이나 운영과 같은 면에서는 앞으로 많은 과제들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TCR 사무실에서의 인터뷰... 새로 이사온 사무실에 커튼이 없어서..... 뜨거운 방콕의 태양이 그대로 쏟아지는 창가에 앉은 두 사람이 선탠을 했다는.....;;;]


TCR의 주된 역할은 난민들을 최소한의 생존을 보장한 채 대규모 캠프에 수용한 뒤 기본적 권리들과 이동을 제한하는 소위 도매창고형 정책(warehousing policy)을 폐지시키고 난민들의 권리를 증진시키고자 하는 것입니다. 또한 무엇보다 태국 시민들에게 난민이 그들과 다른 존재가 아니라 지역 사회에서 동일한 권리와 대우를 누리며 살아갈 권리가 있는 동등한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활동 또한 중요한 임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태국 한 대학과 협력해 창의적인 사회적 기업 대회를 진행하는 등 여러가지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고 합니다. TCR의 활동은 태국 정부의 난민정책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과 대안을 제시하고 사회적 인식을 증진시키는 옹호활동(Advocacy)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러한 역할은 앞으로 소개할 두 단체의 역할과 잘 어우러질 때 절묘한 하모니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방콕에서의 둘째 날(11/24) 일정은 BRC와 AAT 방문이었습니다.
BRC는 난민과 비호신청자들을 위해 아동 교육을 중심으로 재정 및 의료 지원, 보호 등의 일을 하는 기관입니다. 조금 무뚝뚝하지만 은근히 정이 많은 옆집 할아버지 같은 John신부님이 대표로 있는 BRC는 UNHCR 태국사무소의 협력단체(Implementing Partner)으로 UNHCR과 태국 정부를 대신해서 난민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BRC를 통해 많은 난민들과 비호신청자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을 얻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태국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과 경찰의 감시망을 피해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는 일상생활 때문인지 어린 아이들이 우리의 반가운 인사에도 경계심을 놓지 못하였습니다. 가슴이 아픈 현실이었습니다. 특히 태국 정부와 UNHCR과의 관계로 인해 난민(refugee)들에게는 각종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난민신청자(asylum-seekers)들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아무런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설명을 들을 때는 안타까운 마음에 앞서 화가 날 지경이었습니다.(UNHCR의 협력단체가 되는 것은 안정적으로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비해서 이렇게 활동의 독립성에 치명적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ㅜ.ㅜ)


[BRC에서 일주일에 한 번 열리는 난민신청자 자녀들을 위한 학교의 조회시간~ 난민신청자들은 BRC의 공식적인 지원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ㅜ.ㅜ]


[무뚝뚝하지만 세심하게 BRC를 소개해주신 John 신부님입니다. 진지하게 설명을 듣고 있는 짱팀, 은현 그리고 지금은 동천에서 인턴으로 활약하고 있는 난센 2기 인턴 옌-]



이웃집처럼 BRC 바로 근처에 위치하고 있던 AAT는 난민지위인정 신청을 돕는 법률지원 단체입니다.

[BRC에서 나오자마자 골목길을 걸어 AAT로 가고 있는 난센 식구들. 최팀은 초인종에 붙은 안내문을 뚫어지게 노려보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중, 옌과 짱팀은 아무것도 모르고 '최팀 왜그래?'하면서 가고 있고, 지은지은과 가람가람은 사이 좋게 룰루랄라~]



AAT는 난민의 보호 차원에서 우리에게 사무실 내부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실무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법률지원 활동의 많은 부분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방콕의 난민신청자들의 불안정한 법적 지위 문제를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태국이 1951년 난민협약의 체약국이 아니기 때문에 UNHCR로부터 난민인정을 받더라도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때로는 부패한 경찰이나 출입국공무원들로부터 강제송환 등의 협박을 받기도 한다고 합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저희가 가는 날 유난히 방문자가 많아서 오랜 시간 만나지는 못했지만, AAT는 태국 시민사회에서 난민에 대한 법률지원으로 특화된 단체로서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Asylum Access Thailand의 건물 모습이에요. 정문에는 난민신청자들을 위한 호출벨이 따로 달려 있는 것이 특이했어요.]




방콕에서 TCR, BRC 그리고 AAT를 방문하면서 한국의 경우 아직 난민을 돕는 단체들이 극소수인 관계로 법률지원, 사회적 지원, 옹호 사업 등 모든 분야를 다룰 수 밖에 없는 상황과 많은 비교를 해볼 수 있었습니다. 난민 보호 제도는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지만 활발한 시민사회의 활동으로 옹호활동, 사회적 지원 그리고 법률지원을 분담하고 있는 이들 단체들을 보며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한편으로는 난민의, 난민에 의한, 난민을 위한 난민지원시설 설립과 더불어 다양한 분야에서의 깊이 있는 지원을 꿈꾸는 난센의 소망이 이루어질 날을 기대해 봅니다.^^



살짝 언급했듯이 방콕에서 단체를 방문하면서 태국에 거주하는 난민, 특히 도심 난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보게 되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태국이 1951 난민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이기에 태국 정부는 난민에 대한 책임이 없다라는 무책임한 태도와 더불어 일반인들의 난민에 대한 무관심과 부정적인 시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난민을 보호하고 배려하기 위한 어떠한 구속적인 조치도, 따뜻한 관심도 많이 부족한 태국에서의 난민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느끼면서 다시 한 번 우리나라의 난민들을 떠올려봅니다.

이제 방콕에서 2박 3일간 진행될 APCRR3 회의만이 남아있습니다. 그 뜨거운 현장을 전하기 위해 조만간 다시 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