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네트워크 · 제주 난민 인권을 위한 범도민 위원회
제주 예멘 국적 난민 심사 결과 발표에 대한 입장문
국제기준을 엄정히 준수하는 심사로 예멘 난민들을 보호하라
심사결과 발표 후 정착지원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 마련해야
1. 오늘(9/14) 제주출입국 외국인청은 6.25.부터 시작한 481명의 예멘 난민 신청자들 중 23명에 대해 난민의 지위를 부여하지 않고 인도적 체류허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다른 신청자들에 대한 결과는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본국의 내전이나 반군의 강제징집을 피해 한국에 입국해 난민 지위를 신청한 사람”이어서 난민지위를 부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제주 난민 인권을 위한 범도민 위원회와 난민네트워크는 차후 인권 기준에 따라 난민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결과 발표 이후 체계적인 정착을 지원할 것을 법무부에 촉구한다.
2. “내전이나 강제징집 피신”은 가장 전통적인 난민 보호 사유 중 하나로서, 결코 그것만으로 난민지위 부여를 회피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구체적인 난민협약상 사유와의 관련성을 고려한 심사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내전 중이라는 현지의 사정을 고려해 심사 결과를 발표한 제주출입국 외국인청의 입장이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이유다.
3. 인도적 체류허가는 난민 지위를 부여하지 않되 보충적으로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 등을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사람들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도적 체류허가는 이름과 달리 인도적인 결정이 아니다. 취업 허가만 주어질 뿐, 의료보험을 포함한 4대 보험, 교육을 받을 권리, 자유롭게 여행할 권리 등 모든 사회적 권리가 배제되어 있다. 현 상태의 인도적 체류허가 제도가 유지될 경우 이와 같은 지위만을 받은 난민들이 한국 사회구성원으로 스스로 안전하게 정착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4. 결국, 오늘 인도적 체류 지위를 받은 23명의 예멘 난민들의 상황은 결과 발표 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당분간 한국에서 쫓겨나지 않는 것만 확인된 것일 뿐 사실상 숨 쉴 자유 외에 아무것도 확보된 것이 없다. 인도적 체류허가는 위험이 있는 국가로 강제송환되어서는 안 되는 예멘 난민들에게 부여 되어야 하는 최소한의 마지노선이지 최선의 결과는 아니다.
5. 우리는 법무부가 예멘 난민들의 피난 초기에, 난민보호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출도제한을 통해 난민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조장했던 것과 이로 인해 잔인한 사회적 갈등과 난민혐오를 불러일으켰던 것을 기억한다. 한국으로 피난해 온 난민들은 법무부의 정무적 고려 속에 활용될 대상이 아니라, 명확한 보호의 대상이다. 또한 난민심사는 난민협약 및 기타 국제인권법령을 준수하는 형태로 이루어져야 하지, 다른 사정들을 고려하여 자의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6. 우리는 난민들과 연대하며 함께해 온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모아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법무부는 불안정한 상황 속 심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예멘 국적 난민들 모두에 대해 국제인권기준에 따른 심사를 진행하고 이들을 신속히 보호하라
둘, 법무부는 인도적 체류허가를 포함한 정착지원 제도의 공백을 직시하고,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예멘 국적 난민들의 정착이 가능하도록 인도적 체류자의 처우에 관한 제도를 개선하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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